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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C Apr 17. 2025

『카지노 게임 17』: 죽음의 의미

- 사람과 기업에 있어 카지노 게임과 삶이란? -

영화 ‘미키 17(Mickey 17)’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2025년에 새롭게 선보인 영화이다. SF 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전투 장면보다는 미래 디스토피아와 새로운 희망에 중점을 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미키는 친구와 차린 가게가 완전히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된다. 그리고 빚을 갚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행성 개척단에 지원하여 외계로 도망치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개척단에 지원한 사람이 너무 많고, 미키는 별다른 재주가 없어 뽑힐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급한 마음에 무엇인지도 모르고 익스펜더블(Expendable)이 되겠다고 지원한다. 익스펜더블은 죽을 확률이 높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고, 작업 중 죽으면 그때까지 저장된 기억과 더불어 다시 프린트되어 살아나게 된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 마루타가 되어 험한 삶을 살아가는 실험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익스펜더블이 되기를 꺼린다. 미키는 개척단에 합류한다. 그리고 방사선 반응, 독극물 실험, 바이러스 약 개발 등 다양한 임상 실험과 작업을 통해 17번의 카지노 게임을 경험하고 지금은 미키 17로 살아가고 있다.


죽는 기분이 어때?


사람들이 미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바로 “죽는 기분이 어때(What's it feel like to die?)”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키가 여러 번 카지노 게임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남과 다른 카지노 게임에 대한 철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키 17의 생각은 다른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

“언제나 두려움을 느껴요. 죽어가는 것이 무섭고, 정말 싫어요. 아무리 몇 번을 겪어도 끔찍해요. 항상, 매번.”


카지노 게임 18은 카지노 게임 17이 죽은 줄 알고 새롭게 복제된 익스펜더블이다. 두 명 이상의 복제 인간이 존재하면 그 대상을 모조리 말소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카지노 게임 18은 살기 위해 카지노 게임 17을 죽이려 한다. 이때 카지노 게임 17은 “지금까지 죽어 다시 태어날 때는 내가 계속 사는 것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내가 죽으면 나는 끝이고 계속 사는 것은 너이기 때문에 죽는 것이 두렵다”라고 말한다. 같은 기억을 가지고 복제되었지만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카지노 게임 18, 그리고 애인으로부터 이전의 카지노 게임들도 성격 특성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카지노 게임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생긴 것이다.


우유부단한 미키 17과 달리 강인하고 행동력이 강한 미키 18, 악당 두목을 처리하기 위해 자폭 폭탄의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에 그도 잠시 머뭇거린다. 악당 두목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둘 모두 카지노 게임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와 손을 잡자”라고 말한다. 그 순간 버튼이 눌려진다. 아마도 행성의 평화와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버튼을 누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카지노 게임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악당 두목의 무게감과 매력도가 떨어져서, 주인공이 악당을 처리했을 때 카타르시스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문, 미키는 휴먼 프린터기를 폭파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찾기로 결심한다(“It’s okay for me to be happy”). 남이 정해준 대로 반복되는 삶을 되풀이하는 소모품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 살아있는 한 존재로서 행복을 추구하고 의미 있는 카지노 게임을 맞이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기업도 죽는다. 인간의 카지노 게임은 슬픔과 감성적 추모로 기억되지만, 기업의 카지노 게임은 주로 경제적, 분석적 방식으로 다가온다. 기업은 창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의 생애 주기(Life Cycle)를 갖으며, 쇠퇴기에 접어든 기업은 많은 경우 문을 닫고 생명을 다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한국 기업들의 매출액 자료를 처음 활용할 수 있는 1965년을 기준으로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을 선정하였을 때, 10년 후인 1975년 80%가 넘는 기업들이 100대 기업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2023년 기준으로 제일제당(CJ제일제당), 한국화약(한화), 금성사(LG전자), 국민은행(KB Financial Group), 대한교육보험(교보생명보험), 동방생명(삼성생명), 대한생명보험(한화생명), 현대건설, 기아 등 약 10%의 기업만이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1965년 명단에 없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1917년 창간된 포브스(Forbes) 지는 2017년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시장가치가 높은 50대 기업들이 지난 100년 간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17년 당시 시장가치 50대 기업 중 1967년까지 그 지위를 유지한 기업은 30%인 15개였다. 100년이 지난 2017년에는 AT&T와 GE 단 두 기업만이 시장가치 50대 기업에 속했다(이 두 기업도 현재는 50대 명단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한때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이라도 지속적으로 강력한 파워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영속이 가능한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경영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1965년 전후 시기는 정부의 기간산업의 육성과 사회 간접 자본의 정비를 통한 공업화 기반 조성에 주력하던 시기였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사양 산업으로 밀려났던 섬유산업은 당시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주도적인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섬유산업은 1965년 매출액 10대 기업에 4개 기업이 포함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당시 재계를 주름잡던 섬유 회사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무대가 바뀌면 주인공도 교체되듯이, 산업 발전에 따라 산업 지도가 바뀌면 주역이 교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이것이 우리 산업의 건전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산업의 쇠퇴를 그저 바라보면서 한탄만 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1965년 매출 10대 기업 중 지금도 100대 기업에 남아있는 기업은 제일제당이 유일하다. 그런데 당시의 제일제당과 현재의 CJ제일제당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완전히 다르다. 변화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생존이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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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기업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한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주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의미 있게 살기를 꿈꾼다. 기업은 인류 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사람과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정체성을 가지고 환경에 발맞추어 변화함으로써 삶의 경쟁력과 존재 의미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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