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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Apr 29. 2025

내 사랑 카지노 게임

우리 국민학교 방과 후 하굣길에는 날 유혹하는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 쥐포튀김은 빼 놓을 수 없는 최고 간식이다. 100원만 주면 먹을 수 있는 쥐포지만, 사기 위해서는 주위의 많은 경쟁자를 이겨내야 했다. 겨우 주문에 성공하면 아주머니는 얇은 쥐포를 기름에 튀겨 신문지로 돌돌만 그릇에 넣어 주신다. 디스코 오뎅도 먹고 싶지만 300원이라는 비싼 금액에 포기한다. 쥐포를 먹으며 걷는 학교 앞 거리는 언제나 정겹다. 여긴 현철이 집, 여긴 순자 집, 대부분 집들이 친구들 집이다. 친구들은 뭐하고 노나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렇게 동철이와 쥐포를 사이좋게 먹으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동철아~ 이 쥐포는 언제 먹어도 이렇게 맛있노."

"그래. 맞제. 진~짜 빠싹빠삭하다. 그자?"

쥐포 맛에 심취하며 걷고 있었다. 큰 골목을 지나 코너 전 붉은 벽돌 집을 지나가고 있었다. 집 앞에 웬 허술한 철 옷걸이로 얼기 설기 만든 듯한 펜스가 쳐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카지노 게임 두 마리가 귀엽게 놀고 있다. 카지노 게임를 사서 하루도 안돼서 하늘 나라로 보낸 난, 귀여운 카지노 게임에 푹 빠져 보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귀엽다. 두 마리 다 잘 살고 있네. 우리 집 카지노 게임는 빨리 죽었는데."

난 멍하니 카지노 게임를 보며 동철이에게 말했다.

"그래. 맞다. 이건 학교 앞에서 산 게 아닌가 보다. 윽쓰 귀엽네."

동철이도 카지노 게임가 귀여운가 보다.

그렇게 한참을 카지노 게임 구경을 하다 우린 집으로 왔다.

그리고 며칠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주번이었던 난 학교 마치고 교실 청소며 쓰레기통 비우기 등으로 집으로 오는 길이 늦어졌다. 혼자서 청소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 때 그 카지노 게임가 생각났다. 난 혼자서 카지노 게임나 구경하며 가야겠다 생각하며 그 곳으로 다시 갔다. 역시 카지노 게임 두 마리가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다.

'와! 귀엽다. 어! 근데 자세히 보니 한 마리는 한쪽 다리가 없네?'

혼자서 카지노 게임를 관찰하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한쪽 다리가 없단 걸 알게 되었다.

"아, 불쌍하다."

난 혼잣말을 하며 열심히 카지노 게임를 관찰하고 쓰다듬기도 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여 카지노 게임에 집중하다 앞을 보았다. 그런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카지노 게임 펜스와 붉은 벽돌 집 현관 사이에 서 계신다. 아마 집 주인이신가 보다. 짧은 파마머리를 하신 아주머니는 우리 엄마보단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게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중간쯤으로 보인다.




"안녕하세요."

난 깜짝 놀라 인사를 한다.

"어. 그래. 학교 마치고 집에 가나보네? 카지노 게임 귀엽제?"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신다.

"네, 귀여워요. 그런데 한 마리는 다리 한 쪽이 없네요?"

난 궁금해 물었다.

"그래. 한 쪽이 없다."

카지노 게임를 보며 아주머니는 말씀하시지만, 이유는 이야기 안 하신다.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다.

"니 이 카지노 게임 가져갈래?"

"네?? 카지노 게임를요? 가져가도 돼요?"

뜻밖의 제안에 나는 조금 놀라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물었다.

"니가 가져가고 싶음 담아줄게. 가져가서 키워라."

아주머니는 매우 좋으신 분이다. 이렇게 귀여운 카지노 게임를 지나가는 꼬마한테 준다고 하시니...

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네, 주시면 가져갈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내 담아줄게. 기다리봐라."

아주머니는 박스를 찾아와 고이 접어 카지노 게임를 정성스레 담는다.

덤으로 먹이까지 조금 주신다.

"잘 키워레이"

아주머니의 표정은 어딘가 후련해 보였다. 해방된 듯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시면서 나에게 박스를 내미신다.

"네, 감사합니다."




"이게 다 뭐고?"

엄마는 내가 가져온 카지노 게임 박스를 보며 눈이 동그래지면서 묻는다.

"어, 카지노 게임. 학교 앞에서 누가 주드라. 귀엽제. 키워야지"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는 다리 한쪽이 없다. 불쌍하다. 엄마"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이걸 누가 주던데?"

엄마는 황당하다는 듯 묻는다.

"어, 학교 앞에 어떤 아줌마가 주던데? 진짜 좋은 아줌마제?"

"뭐라고? 어떤 아줌마가? 문디 어떤 아줌마가 주던데? 가자, 다시가서 갔다주자."

엄마는 화가 난 목소리로 당장 다시 가자고 하신다.

난 너무 놀라 다시 물었다.

"이걸 왜 다시 갔다 주는데?"

"문디야. 저거 못 키우겠으니까 니한테 준 거 아니가?"

"뭐? 아니다. 무슨 소리 하노?"

난 엄마의 말에 조금 놀랐다. '정말 나한테 버린건가?'

"어딘지 모르겠다. 길가다가 받아서"

난 다시 가져다 주기 싫은 마음과 엄마랑 다시 그 아주머니를 만나러 가는 게 부담스러웠다.

'다시 가져가면 내가 그 아주머니께 얼마나 미안할까?'

"그냥 내가 키울거다. 엄마 저기 마당에 단지 있는데 키우면 되잖아"

나의 반응에 엄마는 한숨을 푹 쉬신다.

"아이고, 내 못산다. 니 알아서 해라."

그렇게 난 귀엽고 가여운 외다리 삐약이를 마당 한쪽 단지 옆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학교 앞 이름 모를 아주머니가 주신 카지노 게임들은 생각보다 잘 자랐다. 한쪽 다리가 없는 녀석은 조금 작긴 했지만, 또렷한 눈빛으로 꿋꿋하게 걸었다.

나는 매일 카지노 게임 두 마리를 정성껏 돌보았다.

마루 밑에서 하룻밤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지난 카지노 게임 생각에, 이번에는 밝고 넓은 마당 한켠, 단지들 사이에 박스를 놓아 키웠다.

그래서였을까. 카지노 게임들은 건강했다.

‘역시 마루 밑은 아니었네.’

혼자 흐뭇하게 웃으며, 나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며칠이 지나자, 뽀송뽀송하던 카지노 게임 털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서운했지만, 녀석들이 점점 커가는 모습에 나는 신이 났다.

학교 앞에서 샀던 카지노 게임는 금방 죽었지만, 이번엔 친구들한테 자랑도 할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카지노 게임 밥을 주고, 집을 청소하는 게 내 일과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지노 게임 머리 위에 뭔가 삐죽 솟아났다.

‘머리에 뭐가 있노?’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며칠 뒤 알게 됐다.

그게 바로 ‘닭 벼슬’이라는 걸.

"엄마! 엄마! 카지노 게임 머리에 벼슬 났다!"

나는 신이 나서 소리쳤고, 엄마는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엄마 얼굴에는 어딘가 걱정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꼬끼오!"

어느 아침, 카지노 게임 한 마리가 느닷없이 울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부산 한복판, 빽빽한 집들 사이로 울려 퍼진 닭 울음소리가 믿기지 않았다.

"우와... 이 녀석들 이제 닭이 되었구나."

닭으로 변해버린 카지노 게임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우리 집, 우리 동네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생명체들.

암컷일까, 수컷일까. 언젠가 알을 낳아줄까, 은근히 기대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곧 다가왔다.

닭들은 날이 갈수록 더 크게 울었다.

우리 집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닭의 집이 되어갔다.

토요일 저녁, 온 가족이 티브이 앞에 둘러앉아 있을 때,

엄마가 슬쩍 내게 말했다.

"규야, 저 닭들 내일 잡자."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뭐? 안 된다! 왜! 키우면 되지!"

나는 울컥 소리쳤지만, 엄마는 단호했다.

"니 저걸 어디서 키울 건데? 이 동네서?"

사실, 나도 알았다.

닭을 계속 키우긴 어렵다는 걸.

하지만 엄마가 내 카지노 게임, 아니 이제는 닭을 잡겠다고 하자, 억울함과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일요일 아침. 집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자, 오늘 점심은 삼계탕이다!"

엄마 목소리가 부엌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안 먹을 거다!"

나는 울컥 소리치고 집을 나왔다.

친구들이 볼까 봐 울지도 못한 채, 동네를 헤매다녔다.

점심이 훌쩍 지난 후, 허기진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는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동철이 아빠와 웃고 있었다.

"어, 왔나?"

나는 테이블에 수북이 쌓인 닭뼈를 보았다.

그들이 삼계탕을 맛있게 먹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곱게 키웠던 카지노 게임들이 죽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슬픔은 크지 않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밥을 한 끼도 못 먹은 나는, 카지노 게임를 잃은 슬픔보다 배고픔이 더 크다는 걸 느꼈다.

눈물이 엄청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내 감정에 나도 조금 당황했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꺼는?"

배고픔이 억울함을 이겨버리고, 나는 입을 열었다.

"니 아침에 안 묵는다메."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제야 터져버렸다.

"내가 키우던 카지노 게임가 닭이 되었는데 왜 난 한입도 못 먹는 건데? 나도 삼계탕 먹고 싶다!"

"야가 지금 뭐라하노? 니 닭 잡지 말라 할 땐 언제고?"

엄마도 내 반응에 황당했나 보다.

결국 나는 삼계탕 한 입도 먹지 못했다.

그날, 배보다 마음이 더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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