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류장은 00동 입니다."
집에서 일찍 나온 덕분에 카지노 게임에 앉을 수 있었다.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인 학교까지는 이제 7정거장. 가방에서 임용시험 문제를 정리한 암기노트를 꺼냈다. 어제 들은 인강을 카지노 게임에서 복습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맙소사. 전날 배운 내용인데 왜 기억이 안 나지. 툴툴대며 암기노트 한 귀퉁이에 연필로 별표를 그렸다. 잘 외워지지 않는 부분은 별표를 한 후 퇴근길에 한번 더 확인해야겠다.
카지노 게임일까지 이제 한 달이 남았다. 저번주에 임용공지가 발표 난 후부터 공부를 시작했으니, 35일 공부하고 카지노 게임을 치는 셈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도전해 보고 싶었다. 모집인원이 사전발표 3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났다. 12명이면 내 자리도 하나정도 있지 않을까?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시도해 보자. 지금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가 출근하는 사람들로 점점 가득 찼다. 겨울이라 입고 있는 옷들도 두꺼운 탓에 더 비좁다. 오늘따라 기사님이 히터도 세게 틀었나 보다.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제 3정거장 남았다. 모의고사 문제 중 틀린 것만 다시 암기해야지.
내가 지금 근무하는 곳은 특성화고등학교다. 병가를 낸 보건선생님을 대신해서 겨울방학 전까지만 근무하기로 했다. 출근카지노 게임를 내리면 근무 중인 고등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초등학교 하나를 지나게 된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정말 되고 싶었는데. 보건교사는 중등임용고시를 칠 때 지원학교를 ‘초등’으로 쓸 수 있다. 이번에 시험에 붙어서 저곳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좋겠다. 한때는 점도 보러 갔었다. 신내림을 받아서 용하다는 그 도사님은 예약에만 2달 걸렸다. “카지노 게임에 되긴 하겠네요. 그 대신 일하면서 쳐야 합니다. 일터의 기운이 운의 상승을 가져다 줄 거예요.” 그 후 나는 연달아 임용에 낙방했다. 혼자서 생각했다. 1학기 기간제 근무만 해서 운이 상승을 못한 건가.
대학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수녀언니가 손금을 봐준 적도 있었다. “다다야. 너는 시험에 붙긴 한다. 그런데 엄~청 오래 걸린다. 명심해라. 되긴 된다.” 언니는 수녀라서 손금을 봐주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종교가 없어서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 가끔 언니가 친구들 손금을 볼 때면 너무 잘 맞아서 소름이 돋고는 했다. ‘언니 그 오랜 기간이 지금이라고 해죠.’
카지노 게임에 될지 안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합격자 발표가 나는 두 달 뒤에나 알 수가 있겠지. 노력하면 반드시 된다는 말을 믿지 않은지는 오래됐다. 이 카지노 게임에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데. 성인이 된 우리는 노력의 배신을 안다. 명문대나 대기업을 가고 싶어도 그곳에서 뽑는 인원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두 다 함께 갈 수는 없다.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이건 미련이 아니라고.
저 멀리 정류장에 초등학교가 보인다. 이제 내릴 때가 됐다. 무릎 위에 놓은 모의고사 문제집과 암기노트를 챙겼다.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노트에 좀 전에 표시한 별표가 보인다. 집에 갈 때 저 별표를 꼭 지워야지. 노트를 챙기는 내 머리 위로 카지노 게임 안내멘트가 울려 퍼진다.
"다음 정류장은 합격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