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의 기록 1
끔찍했다
이 기분을 또 느끼다니
과배란 주사가 어땠고
난자 채취가 어땠고
복수가 차서 어땠고
그래서 누구 결혼식에 못 가고
중요한 행사에 불참하고
그럼에도
다시 임신을 해서 너무 기뻤고
그런 일들은 남기지도 못한 채.
지난 유산 트라우마로
태명, 태아보험, 조리원
그 어떤 것도 서두르지 않았고
그저 조심하기만 했다.
입덧이 심해서
누워만 있던 시간이었다.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출근은커녕 씻지도 먹지도 못했다.
이번에는 12주를 넘길 수 있을까
두려우면서도 기대됐다.
입덧이 심한 만큼
쑥쑥 잘 자라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9주 4일이던 오늘온라인 카지노 게임 또 멈추었다.
초음파실에서
바로 알았다
이번에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첫째로드는 감정은 의외로 분노였다.
이마에 땀이 났다
슬프지 않은 게 슬프기도 했다.
가슴 한편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허무함과 공허함.
2년 전 계류유산을 겪으며
삶이 다소 박살 났었는데
이번에는 회복기의 감정을 담아서
허무함을 채워보고 싶다
경험이 주는 성장세에
스스로도 놀랍다
이것도 다 지나가겠지만
이유가 있어서
겪어야 할 일이라지만
마음이 쓰네.
슬픔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매일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적다가 적다가 보면
또 씻겨져 나가겠지.
쌓여있는 주사더미를 보며
수술 후 얼마나 아팠었는지기억을 더듬는다.
내일 또
뚜벅뚜벅 수술대에 걸어 올라가겠지
차가운 수술방과
산소마스크
누워서 울면 코가 막히는데
그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