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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Mar 13.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인간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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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시인들은 모두 현재는 작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이성복 시인은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최근에는 활동이 없었고, 기존에도 시집이 나오는 간격이 길어서 관심 있는 독자들 이외에는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성복을 보면, 앞서 소개했던 여러 시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약 50여 년의 작품 활동 기간 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어떤 시인이 활동 시기에 따라 다른 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 시기에 관심을 두는 대상이 바뀌거나 혹은 깨달음을 얻었거나, 종교적인 이유가 들어갈 수도 있다. 문학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이성복의 경우에는 어떤 점에서 그랬을까? 이번 화에서는 이성복 시인의 삶과 작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952년 6월 4일, 경상북도 상주읍 오대리에서 이한구와 송정남 사이의 다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이성복은 어린 시절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러 백일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5학년 2학기에 고모집에 기거하며 서울 효창국민학교로 전학했다. 이후 1965년에 서울중학교, 1968년에 경기고등학교로 진학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 입선하며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훗날, 그는 경기고등학교에 간 이유에 대해 "유력한 집안 자제들과 교제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발언뿐만 아니라고등학생 시절에 웅변반과 흥사단 활동도 하는 등 정치적인 쪽에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 대신 예술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1971년, 그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불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서울대 불문과에는 평론가로 활동하던 김현 교수가 있었다. 이성복은 김현에게서 문학 지도를 받았다. 또한 황지우, 김석희, 진형준 등과 교류하며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으며, 문리대 문학회에서도 활동했다.그는 독일문학을 탐독하는 한편 전공이었던 불어불문학 공부에도 매진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등단은 쉽지 않았다.


그는 1973년에 해군에 입대하였고, 1976년에 복학하였다. 이후 1977년에 김현에게 노트 한 권 분량의 시를 전달하였는데, 그중에서「정든 유곽에서」와 「1959년」 두 편을 『문학과지성』겨울호에 발표하며등단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등단작이 수록된 『문학과지성』 제8권 4호 표지. 이미지 출처:https://moonji.com/book/5030/


다음은 「정든 유곽에서」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 '정든 유곽'은 억압적인 현실을 상징하며, 그로부터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의 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는데, 그의 파격적인 시어는 당시 문단에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당신은 내 발가락 속으로 파고들어 옵니다.

청초하던 내가 단풍듭니다.

당신은 내 발가락 속카지노 게임 사이트 교태부립니다.

그러나 이 동네 바람이 내 귓밥을 핥고 있지요.

당신은 내 발가락 속카지노 게임 사이트 무좀일 뿐입니다.

나는 언어를 연마하지요,

선배들과 후배들과 함께

창녀의 숯불 같은 자궁카지노 게임 사이트.

간혹 종아리가 띵띵 부어오르도록

언어는 맹독입니다. 당신은 내 발가락 속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설을 쓰지요. 적나라한 파국은 내가 책임져야겠지요.

당신은 신입니다. 무좀의 신입니다.

무좀의 은총입니다. 당신은 내 눈에는 파고들 수

없어요. 내 눈동자와 겨루어 보세요.

당신이 내 발가락 속에 있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현명합니다,

자 이만 저승으로 가세요.

내 발가락 뜯어 먹으며 가세요.

당신은 내게 봉사해서는 안 됩니다.

나를 미워하세요.



그는 1979년에 모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불어불문학 공부를 계속하였으며, 국민서관에서 아동문학서적 교정일을 보기도 했다. 1980년에는 대학원 동기(개인적인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와 결혼하였다. 이해 10월에는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문학과지성사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표지. 이미지 출처: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568008


그는 이 시집의 수록된 동명의 시로 제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다음은 이 시의 전문이다. 이 시 역시 전작과 유사하게 파격적인 시어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성향을 보여주었다.



그 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아주 작은 열매를 맺고

불임의 살구나무는 시들어갔다

소년들의 성기에는 까닭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까지 이민을 떠났다 우리는

유학가는 친구들에게 술 한잔 얻어 먹거나

이차대전 때 남양으로 징용 간 삼촌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놀라움도 우리를 무기력과 불감증으로부터

불러내지 못했고 다만, 그 전 해에 비해

약간 더 화려카지노 게임 사이트 절망적인 우리의 습관을

수식했을 뿐 아무것도 추억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살아 있고 여동생은 발랄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소리 없이 내 구둣발에 짓이겨

지거나 이미 파리채 밑에 으깨어져 있었고

춘서를 볼 때마다 부패한 채 떠올라 왔다

그 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우리는 봄이 아닌 윤리와 사이비 학설과

싸우고 있었다 오지 않는 봄이어야 했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자진해 갔다



이성복은 1981년에 석사학위를 받고 1982년에 계명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부임하였다. 1989년 (혹은 1990년이라고도 함)에는 서울대 불어물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이후 1999년에는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부임하였고, 정년퇴임하여 현재는 명예교수로 되어 있다.


계명대에 재직하는 중간인 1984년에 그는 프랑스 엑스-앙-프로방스로 유학을 떠났지만, 1년 만에 돌아왔다. 귀국 후 그는 남해금산을 여행한 후 이듬해 두 번째 시집 『남해금산』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하였다. 이 시집에는 동양고전에 대한 그의 관심을 볼 수 있다.특히 그는 계명대 정문 앞에 있는 대명한의원의 서찬호에게 사서삼경 등을 배웠다.


1990년에 산문집 『그대에게 가는 먼 길』과 『꽃 핀 나무들의 괴로움을』살림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고, 세 번째 시집 『그 여름의 끝』을 문학과지성사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다. 이 해에 그의 스승이었던 김현이 작고한다.


이 시집의 표제작 「그 여름의 끝」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그가 추구하던 목표와 가치에 대해서 노래한다. 시련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자연의 생명력으로부터 얻고자 했던 것이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엑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1991년에 파리로 연수를 떠났지만 불교 경전 공부에 더 매진하였는데, 불교 및 동양 철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의 작품 세계에 깊숙하게 반영되었다.또한 파리의 그의 거처로 한국 유학생들이 자주 모임으로써 문학적 교류를 활발하게 하였고, 이 시기가 그에게는 '제2의 황금기'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93년에는 네 번째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을 문학과지성사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고, 2003년에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과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자국』을 각각 문학과지성사와 열림원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다. 2013년에는 일곱 번째 시집인 『래여애반다라』를 문학과지성사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다. 이 시집이 현재까지 나온 그의 마지막 시집이다.


시집 이외에 시선집 『정든 유곽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1996년에 문학과지성사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고, 1976년부터 1985년까지 썼던 시 중 미간행된 작품을모은 『어둠 속의 시』를 2014년에 열음사카지노 게임 사이트 출간하였다.


이 외에서 산문집, 평론집, 사진에세이 등을 출간하였으나 2015년 이후에는 새로 나온 간행본은 없다. 그의 산문집은 솔직카지노 게임 사이트 유려한 문체로 시집 못지않게인기를 모았다.




이성복의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1980)는 출간 당시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도 꾸준하게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성복을 황지우, 최승자와 더불어 1980년대의 중요한 시인으로 평가하기도 한다.자신도 이 시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 시기가 자기 삶의 '제1의 항금기'라고 했었다.


이 시집에서 그는파격적이고 해체적인 언어 실험을 통해 유신정권 시기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그려냈다. 하지만 이를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내면적 진술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음은 시집에 수록된「그날」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 그는 완벽해 보이는 세상 속에 숨어있는 고통을 표현하였는데, 특히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을 당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더욱이, 그가 "완벽했다"라고 한 것은 불완전함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또한, 그의 작품 중 특정 시간, 공간, 사건을 암시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는 이를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작품을 통해 독자가 어떤 사건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 이 비참함을상상해 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그의 중기 작품으로 평가받는 『남해 금산』은 그의 첫 번째 시집과 달리 동양적 분위기와 서정성이 두드러졌다. 그중 표제작인 「남해 금산」은 7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인데, 그는 이 시에서자연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존재의 근원적 문제와 슬픔, 고독을 표현하였으며, 자연에서 그러한 고통을 치유카지노 게임 사이트자 하였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카지노 게임 사이트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해금산』에서부터 보인 그의 동양적, 한국적, 불교적인 색채는 이후 점점 더 강하게 나타났는데, 동양 철학과 불교에 대한 관심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네르발 시의 역학적 이해」에도 반영되었다. 여기에서 '역학'은 易學을 의미하며, 주역을 바탕으로 네르발의 시를 해석하고자 한 것이다. 김재민에 따르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이러한 시학적 관심은 현실과 신비, 허위성과 진정성, 현실과 환상 등의 이원적 상대항을 통해 상징시학을 정초하는 데 집중되었으며,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요소를 통해 현실과 이상, 허위와 진정성, 현실과 환상이 조화와 화해를 이루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불문학을 공부하였고, 서구적 시창작론을 바탕으로 시를 쓰던 그가 갑자기 동양 철학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 유학을 갔어도 정작 프랑스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그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고, 서구 사상의 한계를 느껴 그 해답을 동양 철학과 불교카지노 게임 사이트 얻고자 했을 것이다.이는 그의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시론의 근간이 되었다.여기에 소월과 만해의 시들도 그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가 갑자기 변화한 것은 단지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이를 통해 인간 내면에 있는 고통과 아픔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앞서 말한 대로 감정을 시인이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묘사한 것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이는 단순히 상징적으로 보이는 것 또는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내면까지 파고들게 하는 그의 방법이었다.


또한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스트레스와 불안 심리들도 포착하여 시로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직접 나타내기보다는 내면화된 고통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시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만,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더 나아갈 것을 종용한다. 우리는 과거에,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비참한 현실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의 원천은 '사랑'이다. 이 사랑은 단지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랑을 포괄한다.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모든 사랑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세 번째 시집 『그 여름의 끝』을 통해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연애시들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서는 사랑의 속성과 삶의 모순, 허무함 등이 나타난다. 사랑이란 기쁨과 고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꽃 피는 시절」은 그러한 생각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그는 '나'와 '당신'의 관계, 사랑을 '꽃이 피는 과정'을 통해 표현한다.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카지노 게임 사이트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 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카지노 게임 사이트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 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 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래여애반다라』는 그의 후반기 시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집이다. 제목인 '래여애반다라'는 신라 시대 향가「풍요, 공덕가」의한 구절로, '오다, 서럽더라'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시집에서 그는 삶의 고통과 슬픔,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희망을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이 시집은"지나친 에고이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 시들은 그가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주제, 즉삶에 대한 성찰과 통찰, 그리고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그는인생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을 보여주며, 삶의 무상함과 유한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하였다. 그는'불가능'을 삶의 한계 상황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극복카지노 게임 사이트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려 한 것이다.


불교적 화두뿐만 아니라기독교적 상징(십자가, 구원, 희생 등)도 그의 작품에서 많이 보인다. 특히 성경에서 가져온 내용들도 있는데, 이들은 인간의 고통의 의미를 심화하거나 구원의 가능성을 암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특정 종교 색채를 띄기는 하지만 종교 자체보다는 이를 고통의 극복 수단으로 보고자 하였다.


그의 시에서 자연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 해방의 공간으로서의 자연은 고통받는 인간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곳이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태어나고 살다가 죽으며, 그러한 순환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이성복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는 한국 사회의 격변기였다. 유신체제와 군부 정권으로 이어지는 억압적 정치 상황 속에서 문학계 역시 현실 참여적 경향이 두드러졌고, 많은 시인들이 독재와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민중시의 흐름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성복이 참여시인이라거나 직접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스스로도 자신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사회적 활동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그는 교육 및 자아성찰에 더 매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분명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유신 정권, 군부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담았다.이를 통해 권력에 눌려 숨죽인 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을 조명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족의 해체, 산업화와 도시화, 실직과 방황, 해법 없는 우울 등 당시 한국인이 겪던 현실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했던 것이다.




이성복 시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아버지와의 관계 및 가족 서사다. 「꽃 피는 아버지」와 「어떤 싸움의 기록」 등의 시에서 그는 아버지와의 갈등, 부권에 대한 저항과 넘어섬의 과정을 탐구한다. 또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통해 한국현대사를 들여다보며, 자신과 가족의 개인적 체험이 우리나라의역사와 결을 같이 하는 것을 보인다.


다음은「꽃 피는 아버지」전문이다.



1

아버지

만나러 금촌 가는 길에

쓰러진 나무 하나를 보았다 흙을

파고 세우고 묻어주었는데 뒤돌아보니

또 쓰러져 있다

저놈은 작부처럼 잠만 자나?

아랫도리 하나로 빌어먹다보니

자꾸 눕고 싶어지는가 보다

나도 자꾸 눕고 싶어졌다

나는 내 잠속에 나무 하나

눕히고 금촌으로 갔다

아버지는

벌써 파주로 떠났다 한다

조금만 일찍 와도 만났을 텐데

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고향 따앙이 여어기이서

몇 리이나 되나 몇 리나 되나 몇 리나 되나......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이 노래불렀다

내 고향은 파주가 아니야 경북 상주야

나무는 웃고만 있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쓰러진 나무처럼

집에 돌아왔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내가 떨어뜨린 가랑잎이야


2

언덕배기 손바닥만한 땅에 아버지는

고추나무를 심었다

밤 깊으면 공사장 인부들이

고추를 따갔다

아버지의 고함 소리는 고추나무 키 위에

머뭇거렸다

모기와 하루살이 같은 것들이

엉켜붙었다

내버려두세요 아버지

얼마나 따가겠어요

보름 후 땅 주인이 찾아와, 집을 지어야겠으니

고추를 따가라고 했다

공사장 인부들이 낄길 웃었다


3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아버지는 저리

화가 나실까 아버지는 목이 말랐다 물을

따라드렸다 아버지, 뭐 그런 걸 가지고

자꾸 그러세요 엄마가 말했다 얘, 내버려

둬라 본디 그런 양반인데 뭐 아버지는

돌아누워 눈썹까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1932년 단밀 보통학교 졸업식

며칠 전 장날 아버지 떡 좀 사먹어요

그냥 가자 가서 저녁 먹자

아버지이......또! 이젠 너 안 데리고 다닌다

네 월사금도 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교복도 사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 아버지는 굶었다 그해 모심기하던

날 저녁 아버지는 어지러워 밥도 못 잡숫고

그 다음날 새벽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약 한첩 못 써보고

아무도 일찍 잠들지 못했다 아버지는 꽃 모종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싶었지만 꽃밭이 없었다 엄마, 어디에

아버지를 옮겨심어야 할까요 살아온 날들

물결 심하게 이는 오늘, 오늘


4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기 며칠 전부터 벌레가 나왕 책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처음엔 두 군데, 다음엔 다섯 군데 쬐그만 홈을 파고

고운 톱밥 같은 것을 쏟아냈다 저도 먹어야 살지, 청소할 때마다

마른 걸레로 훔쳐냈다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만 계셨다

텔레비 앞에서 프로가 끝날 때까지 담배만 피우셨다 벌레들은

더 많은 구멍을 파고 고운 나무 가루를 쏟아냈다 보자 누가 이기나,

구멍마다 접착제로 틀어막았다 아버지는 낮잠을 주무시다 지겨우면

하릴없이, 자전거를 타고 수색에 다녀오시고 어머니가 한숨쉬었다

그만 하세요 어머니, 이젠 연세도 많으시고......어머니는 먼 산을 바라보며

또 한 주일이 지나고 나는 보았다 전에 구멍 뚫린 나무 뒤편으로

새 구멍이 여러 개 뚫리고 노오란 나무 가루가 무더기, 무더기

쌓여 있었다 닦아내도, 닦아내도 노오랗게 묻어났다 숟가락을 지우며

어머니가 말했다 창틀에 문턱에 식탁에까지 구멍이......약이 없다는데

아버지는 밥을, 소처럼, 오래오래 씹고 계셨다



그의 작품 속의 '아버지'는현실 세계의 폭력과 권위를 나타내는 가해자인 동시에 그로부터 상처를 받는 피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갖는다. 그에게 아버지는 나약한 개인이지만, 이는 시대의 폭력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전통적인 부성 권위는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부정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버지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 오랜 시간 자신이 지우려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는 그의 작품 세계의 변화 속에서 함께 나타난 변화였다.


또한 그에게 아버지, 가족은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가족을 넘어서 동시대의 가장, 가족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그에게 가족은 현대사, 사회의 축소판이자 한 단면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비록 나서서 민주주의와 현실참여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형식으로 현실을 고발하고자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성복은 주류는 아니었지만, "시인들의 시인"으로 불리며 많은 시인들에게 길잡이가 되었다. 또한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룬 연구들도 많으며, 그의 작품에 대한 평론들도 많다. 그가 앞선 다른 시인들 못지않게 한국 시문학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과 글쓰기에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작품을 쓰면서 원고와 출간 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며,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을 요구하였다. 특히나 그는 "내 속에 들어있는 불순물이 들어갈까 봐 왕골로 돗자리를 짜나가듯이 글을 쓴다"라고 말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내 책임"이라는 글쓰기 윤리학을 강조했다. 이렇듯 책임감을 가지고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그가 이루고자 했던 예술적 성취에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시 세계가 시기에 따라 바뀌기는 했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시대 상황으로 인한 고통과 인간에게 내재된 고통에 주목했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애썼다. 사랑, 종교, 철학, 자연 등 그가 찾았던 모든 방법들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시어의 나열이 아니라 그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존재의 근원적 문제'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현대시인론, <한국현대문학사 강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

카지노 게임 사이트,『남해 금산』,문학과지성사, 1986

이성복,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86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정든 유곽에서』, 문학과지성사, 1996

카지노 게임 사이트,『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사, 1996

카지노 게임 사이트,『어둠 속의 시 1976-1985』, 열화당, 2014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고백의 형식들』, 열화당, 2014

카지노 게임 사이트, 『끝나지 않는 대화』, 열화당,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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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모. (2019). 「카지노 게임 사이트 문학의 정치성 재구 -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시론을 중심으로」. 이화어문논집, 48, 155-183.

김재민(2022),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의 상징시학 연구 : 이원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중심으로」. 서울시립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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