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챌린지 - 22일차
회사에 다닐 때는 자기소개가 참 쉬웠다. 어떤 모임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000에서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는 000입니다."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였고, 친숙한 제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미로워했고 자연스럽게 관련 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퇴사하고 나서부터, 자기소개는 난감한 일이되어버렸다.
"어떤 일 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순간 멈칫하게 된다.
어딘가에 속해 있지 않은 나는 뭘 하고 있다고 단정지어 말하기가 어색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하기엔 나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일들이 분명 있다.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한 줄로 깔끔하게 포장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순서가 되니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 저는 퇴사하고 온라인에서 소소하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자영업을 하는지? 등등 후속 질문이 따라오지 않길 바라며 웬지 자신감없는 짧은 소개를 후다닥 마쳤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외국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단순히 직업을 말하는 대신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저는 여행과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직업보다, 좋아하는 것과 살아가는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나를 그런식으로 소개해본다면?이라는 생각을해보았다. 나는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을까?단순히 속해있는 직장과 직업으로 나를 소개하는게 익숙해서져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명쾌하게 말 할 수 있는 소속도 없고, 나를 명확하게 표현해줄 정체성도 모호하다.
한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나"라는 테두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이제야 새로운 '자기소개'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바램이 있다면 아직은 부끄럽지만 나도 언젠가는 "저는 글쓰는 것을 좋아카지노 쿠폰, 글쓰는 사람 000"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