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역시 법의 화신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므로
2024년 12월 14일 〈12화 대통령 탄핵을 대하는 마음들〉을 쓸 때도, 불과 어제까지도 헌법 재판관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될 줄 몰랐다. 어제 유난히 고단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든 아이를 두고 며칠 째 꺼지지 않는 산불 소식을 몇 시간이나 찾아보며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러고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뭉그적거리다 시작한 테트리스 게임 도중 문득 헌법 재판관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물음이 떠오른 것이다.
"아니, 갑자기 헌법 카지노 게임들 마음이 왜 궁금해?"
스스로도 어안이 벙벙해지는 엉뚱한 시간에 떠오른 엉뚱한 생각. 그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의미 없을 거라며 스스로 몇 번 되뇌는데 '어쩌면 의미 있을지도' 싶어졌다. 100일이 넘도록 대통령 탄핵 선고를 내놓지 않는 헌법 재판관들이 답답하면서도 직전에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 선고가 떠오르면서 '어떤 의미'와 연결되는 기분이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장이 공석인 채 원래라면 아홉이었어야 하지만 여덟뿐인 재판관들의 얼굴을 헌법 재판소 홈페이지에서 처음 찾아봤다. 뉴스 속 선고 장면에서 보던 얼굴과 비슷한 얼굴도 보이고 한참 전에 찍은 사진인지 무척 젊어서 얼른 지금의 얼굴을 떠올리기 힘든 재판관도 있다. 가만히 얼굴을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또 든다.
"아, 헌법 카지노 게임들도 사람이구나."
사실 오랜 시간 판사들이 법의 화신이길 바랐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여러 판결, 사례에서 보면서도 그럼에도 'Judge', 심판자라면 누구나 승복하고 납득할 정의로운 심판을 내릴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영상으로 돌아다니는 지극히 정의롭지만 지극히 인간적이며 따뜻하기까지 한 판사의 모습을 보며 그런 마음을 기대했다. 그들도 사람이었다. 나이 들고, 경험하며, 외양이나 마음이나, 신념조차 변해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헌법 재판관들 역시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움튼다. 때로 옳은 줄 알아도 간단히 옳다고 하기 어렵기도 하고, 너무 많은 걸 염려해서 철저히 준비하려다 보니 늦어지기도 하는 그런 비슷한 사정이 있겠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건 두 명의 재판관이었다고 본다.
정계선 카지노 게임과 김복형 카지노 게임.
가만히 보니 서로 다른 진형에서 한쪽은 우리 편이고 한쪽은 적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헌법 재판관조차 임명한 사람과 시기에 따라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뉠 수 있다면 헌법 재판이라는 시스템은 이미 상당한 신뢰를 잃었거나 멀지 않아 잃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최상위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그럴 리 없다고 믿는다. 비록 성향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 해도 헌법 재판에 임하는 기준은 엄연히 헌법에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김복형 헌법 재판관의 한덕수 국무총리 기각 개별 의견에서 몇 가지를 근거로 위헌 위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견에 불같이 화를 냈다. 사람이니까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김복형 헌법 재판관의 의견에는 대통령 탄핵 심판의 선고 결과를 유추할만한 단서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1.권한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나 객관적 자료가 있는가.
2.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였는가 위반하였는가.
3.'즉시' 혹은 '지체 없이'는 곧바로는 아니며 관념상 일정 기간의 유예를 둘 수 있다. 관념상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 안에 해당 행위를 실행 혹은 정정하려는 충분한 노력을 하였는가.
4. 무엇보다 그 헌법의 위반이 중대한가.
기각 의견에도 한덕수 국무총리의 헌법 위반, 위법한 행위는 인정한 네 명의 헌법 재판관과 달리 김복형 헌법재판관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반대로 김복형 헌법재판관의 주관, 의견, 해석이 유난히 대통령 사건에 대해 관대하거나 다르지 않다면 결과는 하나처럼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이미 내려놓은 마음이 더욱 차분해졌다.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되기에 내일, 3월 26일에는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발표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 신이 내린 것도 아니고 이미 여러 번 내놓은 예언(예측)이 빗나갔으므로 틀려도 그다지 유감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이번 주 금요일, 28일에는 대통령 선고가 나오지 싶다.
그날, 헌법 재판관들의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같은 인간, 같은 사람으로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