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가족이란 뭘까?
*글 속에서 등장하는 초록은 안나의 배우자입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과 나는 지난 2023년 1월 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우리가 낯선 땅 캐나다로 와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SIN(Social Insurance Number) 넘버를 만드는 일이었다. SIN 넘버는 단어 그대로 '사회 보장 번호'이다. 그제까지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에서 존재하는 사람으로, 은행 계좌도 트고 신분증도 만들 수 있는, 법 테두리 안에서 개인의 책임을 다하고 보호받는 존재로서 거듭나는 절차이다. 쉽게 말해 한국의 주민등록 번호의 용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SIN 넘버를 만드는 과정에서 결혼한 무료 카지노 게임과 나의 성씨가 다르고,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어머니와 무료 카지노 게임이 성씨가 다르며, 내 어머니와 내 성씨도 다른 것을 직원이 재밌어했다. 북미에선 부부가 결혼하면 통상적으로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나라 식으로 하면 초록의 어머니와 초록 본인 그리고 나는 성씨가 같아야 한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토론토에서 우리 사례가 처음이었을 리는 없다. 그래도 절차상 직원은 우리가 ‘무료 카지노 게임(성씨)’를 공유하지 않아도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지만 한국에서부터 영어로 공증해 온 주민등록 등본, 결혼 증명서 따위를 추가로 제출했다. 서류를 복사하러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초록과 나는 우리가 혼인 신고를 했던 작년 여름의 어느 날을 떠올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과 법적인 부부가 되는 날 사진관에서 기념사진과 함께 각자 여권 사진도 한 장씩 찍었다. 만료일이 다가오던 여권 갱신을 하려면 최근 6개월 이내에 찍은 사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짙은 녹색이던 구여권에서, 깔끔한 청색 신여권으로.
둘이 함께 해외여행이라고는 코로나 직전 베트남이 마지막이었는데 이제는 기약 없이 해외에서 함께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니. 우리 두 사람은 짐짓 들떠 있었다. 사진도 준비했고, 새로 만들어질 여권을 위해 영어 이름을 비롯한 개인 정보들을 종이에 또박또박 적었다. 이제 본인 확인만 진행하면 된다고 해서 번호표를 뽑고 초록과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초록의 번호가 불리고 곧바로 내 번호도 불렸다.
직원은 서류를 손에 들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질문을 했다.
"여권에 혹시 남편분 성 기재하실 건가요?"
"네? 그래야 하나요?"
"본인 선택이세요."
"기재를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별문제 없으세요, 본인 선택이세요."
"남편도 제 성을 여권에 기재하나요?"
"보통 남성분은 안 하시고 여성분들만 종종 하세요."
"(?) 안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나요?"
"네 없습니다. 본인 선택이세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성을 왜 내 여권에 기재해야 하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얼떨떨한데 자세한 설명도 없다.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왜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는 선택을 하는 걸까. 궁금한 게 많았지만,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결국 길어지던 대기 줄의 압박에 못 이겨 몇 번이나 '문제없음'을 확인받고 무료 카지노 게임의 성을 기재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무료 카지노 게임과 함께 여권민원실을 빠져나왔다.
"여보도 내 성 여권에 기재할 거냐는 질문받았어?”
똥그랗게 커진 무료 카지노 게임의 눈을 보고 그와 내가 같은 질문을 받지도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직원에게 내가 받았던 질문들을 무료 카지노 게임과 함께 곱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가까운 일본에서도 ‘부부 동성동 씨 제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부부 동성동 씨 제도’를 가진 나라에서는 보통 결혼한 기혼 여성이 기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성을 남편 성으로 바꾼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앞서 언급한 일본과 제2의 중국이라 불리는 인도에서도 같은 문화가 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 인터넷에 검색해 본 결과 많은 한국인 부부는 입국 심사장에서 종종 ‘다른 성을 가진 것’에 대한 확인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는 경우를 쉽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즉, 가뜩이나 긴장되는 입국 심사 같은 상황에서 최대한 덜 귀찮은 상황을 만들고자 선택하는 방법이 여권에 남편 성을 추가로 기재하는 것이란다. 특히나 자식까지 있는 입장에선 그야말로 ‘무료 카지노 게임 네임’인데, 나를 제외한 모든 무료 카지노 게임만 같은 성을 가졌다는 것도 그들 입장에선 생소할 수 있겠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여권에 그의 성을 기재하는 게 나았을지 뒤늦은 후회도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니 혼인신고를 할 때 미래의 자녀 성을 선택하는 네모 박스가 항목에 있던 게 불현듯 기억이 났다. '자녀의 성·본을 모의성·본으로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라는 질문의 체크 박스의 존재가 무색하게 반듯하게 프린트되어 코팅까지 해놓은 샘플 서류에는 ‘아니요' 칸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아니 이건 뭐 답정너도 아니고. 이러면 또 물어봐야지.
“혹시 여기에 ‘네’라고 선택하면 어떻게 되나요?”
“두 분이 내용에 서로 협의하셨다는 확인 서류가 필요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혹시 선택을 바꾸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꿀 수는 있는데 절차가 좀 까다로우실 거예요.”
순간 내가 혼인신고가 아니라 있지도 않은 아이 출생 신고를 하러 온 거였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나와 초록이 가족이 되는 것도 처음인데. 아직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아이의 성을 지금 골라야 한다니. 그동안 한 번도 해 볼 기회도 없던 고민을 혼인 신고하면서 이렇게 기습적으로 물음을 당하니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차피 내 성은 얼굴도 가물가물한 아빠한테 온 건데. 나도 바꾸려 했던 내 성에 딱히 애정도 없었으면서도 구청에서 준비한 샘플 서류 양식에 맞춰 미래의 아기는 남편 성을 따르겠다는 '아니요' 체크 박스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선 그리 멀지 않은 2016년에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이후 몇 번이고 내 성과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름은 자신을 소개할 때 가장 첫 번째로 알리는 정체성이다. 내 이름은 아빠의 가족성을 따르고, 아빠의 부모가 스님에게 받아온 이름이다. 내 귀로 가장 많이 듣게 될 이름에 내 자유 의지가 없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특히 아빠를 본 게 언젠지 잘 기억도 나지도 않는 시점에선 더욱 그랬다. 나는 내 이름이 싫었다.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었다.
전학이 잦았던 어릴 때 사물함 자리가 없어 교실 앞 선생님이 사용하시던 다용도 서랍 가장 아래 칸을 비워 사물함으로 사용했던 적이 있다. 선생님은 서랍 손잡이 오른쪽에 내 이름을 복사해서 붙여 주셨다. 예쁜 색종이에 나비나 별이 그려진 다른 친구들의 이름표와는 달리 너무 정직한 하얀 종이에 궁서체로 적힌 이름표였다. 새로 부여받은 출석부 숫자와 익숙하며 동시에 생경한 내 이름의 조합이 흩어져 더욱 낯설게 다가왔던 감각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를 버린 아빠는 나와 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 나를 지킨 엄마와는 다른 무료 카지노 게임. 나와한 이불을 덮고 자는 배우자 초록과도 다른 무료 카지노 게임. 이건 뭐 '가족인 듯~ 가족 아닌~ 가족 같은 너~♬'도 아니고.
익숙한 음에 이상한 가사를 마음대로 붙여본다. 가족이란 뭘까. ‘무료 카지노 게임’ 덕에 새삼 가족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다. 피만 나누면 가족인가? 이름만 나누면 가족인가? 세상엔 분명 버리고 싶은 가족도, 버리고 싶은 이름도 있을 텐데 말이다.
* 2023년 홍승은 작가 X 평택 배다리 도서관의 <돌봄 글방 2기 글쓰기 수업에서 완성한 글을 다듬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