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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Apr 05. 2025

네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내가 너이므로

올가 토카르추크, 기묘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은 많다. 본격적으로 플롯의 구조를 논할 수도 있고 거창한 이야기는 모두 밀어놓고 어떤 인물이 너무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팠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저 타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방식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가끔, 도대체 그러니까 이 소설의 무엇을 이야기해야 좋을지 좀체 떠오르지 않아 무한히 떠오르는 말줄임표에 매달려 텍스트 위를 부유하게 만드는 소설이 있다. 그래서 간혹은 그 책에 대해 아주 잠깐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마침내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는 소설들이. 이 책이 그랬다. 그냥 포기하고 다이어리에 완독 리스트에만 올리는 걸로 끝낼까도 생각했다. 쓸데없는 오기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http://aladin.kr/p/6qxns


도무지 문장으로 엮어지지 않아서, 책을 덮은 뒤에 해시태그로 몇 단어를 찌그려보았다. 그 낱말들은 다음과 같았다.

#현실 #비현실 #경계면 #번짐 #투입 #뒤섞임 #혼란 #감각변성 #혼란 #선입견 #휴브리스 #기이함 #공포 #선득함


토카르추크의 짧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내게 남긴 흔적들이었다. 누구나의 현실과 맞닿아 있을 작은 거스러미 같은 해프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쉽게 뜯어질 것 같았던 거스러미는 의외로 단단하고 뿌리가 깊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떼어내는 순간의 쾌감은 잠깐이고 뒤에 남은 끈덕진 불쾌함과 통증은 오래도록 나를 괴롭힌다. 작가의 이야기가 꼭 그랬다. 익숙하게 정렬되어 있는 시스템을 순식간에 휘저어버리고 유유히 떠나갔는데 뒤에 주저앉은 사람은 입만 벌리게 만드는 사건들, 진실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소설은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흔들어 놓는다. 현실에서 빌려온 개연성으로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다리를 놓지만 그 다리는 순식간에 무너져서 독자를 갈 곳 없게 한다. 들어온 곳이 환상의 세계인지 악몽의 세계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데도.

그러나 대체로 자신들의 독서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짐작한다. 이건 이런 이야기겠구나. 이 인물은 이런 운명을 맞이하겠구나. 그러므로 우리 대부분은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반질반질 잘 닦아놓은 뒤통수를 내어놓는 운명에 처하고 만다. 왜냐면 이 소설집을 읽다가 상쾌하게 머리를 얻어맞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더불어 우리는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작가가 마련한 장소가 어떤 세계이건 이미 그 안에서 나를 포함한 타자의 인식을, 세계를 바라보는 심장을 추체험하기 전에는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래와 같은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상식이라 믿어왔던 사고의 흐름으로 적응할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비단 텍스트의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조차 그러하다는 사실을. 단순한 여흥과 감정적 파고를 일으키는 것만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당연히 이렇게 흘러가겠지, 이것은 저것이겠거니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독자의 오만한 지레짐작을 산뜻하게 박살내는 것이 토카르추크의 장기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쯤 되니 그의 다른 책들도 그럴까 싶어 도서관을 기웃거리고 서점을 뒤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특히 <트란스푸기움과 <모든 성인의 산이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은 유난히 모호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버텨 나가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난점이 있었으나 그것은 다 결말부에 이르러 독자의 취약한 지점- 가장 관습적으로 찌들어 있는 부분을 쨍하게 타격하기 위한 작가의 빅픽쳐였음을 알게 되고 얼마나 얼얼했던지.


“변신은 결코 기계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트란스푸기움도 마찬가지죠. 그것은 유사성을 강조합니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그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를 그것들과 분리시키는 간극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우리를 서로 분리시키는 것은 그저 작은 틈새, 존재의 미세한 균열일 뿐입니다. 우누스 문두스(Unus mundus). 세상은 하카지노 게임 사이트니까요.” -147쪽
“언젠가, 머지않아 나 또한 어떤 손길에 의해 내 몸의 모든 요소가 분해되어, 나를 이루고 있던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리라. 이것이야말로 최종적인 재활용이다.” -203쪽


내내 희부연 안갯속을 걷는 듯하다 문득 마주친 정체불명의 존재가 어느덧 내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선득한 느낌, 그러나 곧 그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전혀 다른 형태를 띤 무엇인가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나의 일부 혹은 또 다른나자신임을 인식하고 있을 때의 망연한 느낌. 바로 그런 감각이 이 소설집을 관통하고 있다. 이런 '기묘함'을 좋아하신다면 기꺼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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