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카지노 게임 뭐예요?"
"카지노 게임서재요!"
"카지노 게임요? 이름할 때 그 이름?"
"네 맞아요, 카지노 게임 뭐야? 할 때 이름."
출판사 카지노 게임을 말하면 무슨 뜻이냐, 왜 하필 ‘카지노 게임’을 넣었냐, 출판사인데 왜 서재냐, 카지노 게임'서점' 예쁘다 등등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이어집니다. 그때마다 이렇게 답해요.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카지노 게임부터 묻잖아요. 카지노 게임이 곧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카지노 게임(사람)이 오가는 출판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카지노 게임서재! 되도록 많은 카지노 게임을 담을 수 있게 잘 크는 것이 목표입니다."
늘 카지노 게임을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책 만드는 과정에서도 '제목 짓기'가 최종 보스 같았달까요. 어떤 카지노 게임을 붙이는지에 따라 어떤 책이 될 것인지 정해지는 듯하여 묵직한 책임감이 따랐거든요. 책의 내용을 포괄하면서도, 사람들을 궁금하게 혹은 공감하게 만들면서도, 문장 자체로 센스가 있으면서도... 아무튼 좋은 제목을 뽑고 싶었어요.
잡지 에디터 시절에는 매달 마감 코앞까지 기사 제목을 고민하다 발을 동동 굴렀고, 출판사 편집자 시절엔 매번 제목 후보를 프린트해서 책상 앞에 붙여 두고 보고 또 보고, 질리나 안 질리나, 이제 낫나 저게 낫나 몇 주를 고민했습니다(그렇게 고민해서 나온 제목이 늘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어요. 이불킥 자주 날렸...).
심지어 임신하고 태명을 지을 때도 사흘 밤낮을 끙끙 앓다가 겨우 여름에 태어날 아이라 '여름'이라고 지었고, 둘째는 형의 전통을 따라 '가을'이라고 지어버렸더랬죠. 막상 아이가 태어났을 땐 도저히 지을 자신이 없어 철학관에 의뢰하였습니다. 엄마 아빠의 삶의 철학을 담은 특별한 카지노 게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너무나 어렵고 무겁더라고요.
얼떨결에 출판사를 차리기로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 역시 출판사 카지노 게임이었습니다. 책 제목도 어려운데 무려 출판사 카지노 게임이라니! 난 못해, 안 해, 하다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음을 깨닫고 책상 앞에서 또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어요.
먼저 기준을 세워보았습니다.
- 발음과 기억이 쉬울 것
- 익숙한 단어일 것
-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할 것
- 중복되지 않을 것(검색하면 유일하게 나와야 함)
- 확장 가능한 카지노 게임일 것 (책, 브랜드, 공간까지)
이왕이면 한글이면 좋겠고, 일상적인 단어였으면 했어요. 중의적인 의미가 있으면 더 좋고요.
00 출판, 도서출판 00, 00 북스, 00사 등 누가 봐도 출판사 같은 카지노 게임은 지양하고 싶었어요. 출판사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이 카지노 게임으로 공간도 만들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었거든요(꿈이 거창한 나란 사람).
그렇게 추리고 추려 결국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여름과가을, 그리고 카지노 게임서재.
여름과가을은 두 아이의 태명이자 제가 좋아하는 두 계절의 카지노 게임을 그대로 적었어요. 쉽고 예쁜 단어의 조합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출판사 카지노 게임에 '여름'이 너무 많더라고요.
영어 카지노 게임이 썸머이고, 첫 아이의 태명이 여름일 정도로 여름에 진심이지만, 여름출판사, 여름방학, 여름새벽, 여름시인, 여름의서재, 여름서가, 여름날, 여름정원... 다섯 페이지가 넘어가는 걸 보고 마음을 접었죠.* 결정적으로 '여름과가을'이라고 검색했을 때 내 출판사가 메인에 뜰 확률은 거의 없을 것 같더라고요(촌스럽다는 남편의 반대도 한몫했고요).
카지노 게임서재는 처음으로 돌아가 ‘카지노 게임‘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나왔습니다. 카지노 게임이 왜 무거울까. 나는 카지노 게임 짓기가 왜 그렇게 힘들까. 몇 글자에 한 권의 책, 한 사람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태어나자마자 남이 붙여주는 것, 내가 아닌 누군가의 바람을 담은 것. 시간이 지날수록 온전히 내 것이 되어가는 것.
어딘가에 가 닿다, 무엇이라고 말하다, 앞서거나 빠르다는 뜻의 '이르다'의 명사형도 된다는 것 역시 좋았습니다.
서재의 사전적 의미는 '서적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방'인데요. 집이나 건물 같은 커다란 것이 아니라 고작 방이라는 의미가 좋았어요. 내가 꼭 갖고 싶은 책들을 엄선해서 골라놓은 나만의 서재. 거기에 꽂힌 책과 그 책을 쓴 사람들을 떠올렸어요.
내가 바라는 건 꼭 그 정도가 아닐까. 세상을 바꿀 커다랗고 혁신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적어도 내 주변의 공기와 내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들. 없어도 몰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일단 한번 알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이 아닐까.
그리하여, 출판사 카지노 게임은 '카지노 게임서재'가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카지노 게임이, 하나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어 쌓여가는 공간. 누구나 자기 카지노 게임으로 된 이야기 하나쯤은 품고 있을 거라 믿기에, 그 카지노 게임들의 목소리를 듣고, 묻고, 엮어보려고요.
앞으로는 이렇게 소개해야겠습니다.
“각자의 카지노 게임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신의 카지노 게임은 무엇인가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계신가요?”
*출판사 카지노 게임은 [출판사/인쇄사 검색 시스템 http://book.mcst.go.kr/html/main.php]에서 검색합니다.
다음 주 예고
우당탕탕 출판사 신고 하던 날. 서류, 그 복장터짐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