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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ug 10. 2022

수필) 군사우편 전카지노 게임 추천 까치

카지노 게임 추천야! 전우들 소식 좀 물어다 다오

27개월 군 생활 중 상당 시간을 나는 다련장 포병대대 포대 서무계란 보직으로 보냈다. 말단 단위 부대의 일이란 다 그렇듯이 크게 중요한 일을 카지노 게임 추천 것 같지는 않은데 사소한 일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 잠을 제때 자본적도, 풍족하게 자본적도 없다. 게다가 검열 기간이라도 닥치면 며칠을 날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부대 일지를 정리하고 휴가, 외출․, 외박자를 조절하며 보초 명단을 짜고, 봉급과 담배 쿠폰을 지급하고 130여 명 부대원의 신상을 정리․관리카지노 게임 추천 일은 모두 서무계의 몫이다.

여기에 더해져 훈련기간에는 통신 음어를 관리하고 포대장의 당번병 역할을 했으며 무엇보다도 대대 및 상급부대와의 연락을 전담카지노 게임 추천 전령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회사로 치면 총무과의 일과 비서실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서무계의 업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보다도 전령의 임무다. 남들은 훈련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바깥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 닐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요 일반병사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일반병사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심부름(?)은 선임병 사들로부터도 무시당하지 않고 대우를 받는 특권이었다.

전령 업무의 상당 부분은 부대원들에게 오는 사서함 우편물을 찾아 전달하는 일과 거꾸로 병사들이 보내는 군사우편을 보내는 일이다. 경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군대에서 편지는 사회에서의 그것과 무게와 존재감이 다르다. 편지 한 통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거기다 어쩌다 여자 친구로부터 소포 한 꾸러미라도 받는 날에는 온 부대원들로부터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다.

우체부 아저씨들은 느끼겠지만 우편물을 전달하는 일 중에 기쁘고 즐거운 소식이 담긴 편지를 전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내일 같이 즐겁지만 슬픈 소식을 전할 때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 될 만큼 무거울 때가 많다.

서무계를 맡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월요일이라 평소보다 많은 편지들이 도착해 있었다. 그중에는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 지 2개월여 되는 이등병에게 온 전보도 있었다.

“얘야, 새 아기가 오늘 새벽 아들을 낳았다. 아이 산모 모두 건강하다. 엄마가”

나는 부대로 돌아오자마자 포대장께 보고한 후 교육 중인 포상을 찾았다. 일과 중에 포상까지 서무계가 찾아왔으니 모두들 궁금해 야단들이었다. 나는 포반장에게 전보와 포대장이 사준 바깥에서 사 온 케이크를 내밀었다. 포 반원들이 함께 축하를 해주란 의미였다.

그날 저녁 나는 퇴근을 서두르는 포대장에게 금요일 날 2박 3일의 휴가를 요청했다. 포대원 중에서 처음 있는 일이며 입대한 지가 3개월여밖에 안 돼 정기휴가까지 10개월 여가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해 승낙을 받았다. 서무계의 일이란 포대원들에게 닥친 모든 일을 가장 먼저 알고 그 후속 대책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마음에 드는 보직이었다.

하지만 전령일이 항상 기쁜 일만을 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간혹 내가 전한 편지 속에 여자 친구가 결별을 선언하는 내용이 있어 며칠을 고민하는 병사가 있는가 하면 여동생이 가출했다는 소식, 집에 불이나 홀라당 다 태웠다는 소식, 장남인 형이 고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슬픈 소식도 전했다.

내게도 슬픈 소식이 예외 없이 전해졌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을 때의 일이다. 매번 남의 소식만 전하다 어쩌다 내게 온 소식이 할머니의 부고 소식이었을 때는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물론 친할머니의 경우 휴가가 보장돼 있었지만 부대 사정에 따라 휴가가 거부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훈련이 곧 계획되어 있거나 다련장 로케포를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인원들은 휴가를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군대는 보직’이라는 말이 이때 가장 실감이 나는 때이다.

어느 여름날의 일이 생각난다. 부모님과 동생 둘 등 4명의 가족이 여름휴가를 내 면회를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어머니와 동생 1명이 사망카지노 게임 추천 사고가 일어났다. 그것도 사고지점이 부대 정문에서 500m도 체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가족들은 부대 주변에 산정호수 등 유명 관광지가 있다는 점 외에 외박이라도 신청해 휴가 중 주말 하루라도 군대 간 아들과 같이 지내보자는 생각에서 부대 근처를 휴가지로 정했다. 하루 먼저 도착한 가족들은 부대 위치를 미리 파악한다며 부대 근처까지 왔다가 변을 당했다.

이 같은 슬픈 소식도 내게 가장 먼저 전해졌다. 미리 편지를 받아 주말만 기다리고 있던 김일병에게 이 같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 심정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방금 전까지 부대식당에서 만났을 때 설레는 마음에 밥도 제대로 못 먹던 김일병을 생각하면 정녕 앞이 깜깜 해지는 일이었다. 물론 근무자를 제외한 많은 포대원들이 친척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고박 하루 동안 교대로 빈소를 지킨 것은 전우로서 그나마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가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폭염이 계속되자 까치들의 울음소리도 커진다. 매일 아침 찾아오는 녀석도 찾는 시간이 빨라진다. 매일같이 울어대는 가치의 수를 보면 기쁜 소식이 넘쳐나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온다’는 약발도 이제 효력을 다했나 보다.

하지만 그중 한 가지 지금은 뜸해진 군대 생활을 같이하던 752 포병대대 전우들의 소식만큼은 기다려진다. 진철아, 병현아 그리고 선진아, 해중아 보고 싶구나.

카지노 게임 추천야! 내 말 들리거든 전우들 소식 좀 물어다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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