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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Feb 06. 2025

02. 아버지의 여인이 아들의 여인온라인 카지노 게임

'측천무후'에 숨은 진실 (2)

※ 새로운 매거진[중국 여성의 성性과 사랑]을 시작하였습니다.제1탄은'측천무후에 숨은 진실'을 추적해 보는 이야기입니다.여성이 소재인만큼여성의 입장에서 서술해보고자합니다.오늘은 지난번<01. 측천무후인가, 무측천인가에 이어 두 번째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애교장이 소녀, 황제의 노리개가 되다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생각해 본다. 이 속에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그들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과연 얼마나 정확할까? 그들이 살았던 당시에도 엇갈렸을 테고, 시간이 흐르면서 완전히 뒤바뀐 경우도 많을 거다. 하지만 측천무후와 무측천, 그 이름 자체부터 극과 극으로 평가가 엇갈린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역사란 결국 기득권층이 남겨놓은 ‘승자勝者의 기록’인 법. ‘남성’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었던 유일한 여성 황제에 대한 평가를 ‘남성’들의 판단에 맡길 수만은 없는 일.


나는 그간 확보해 놓은 이런저런 자료를 다시금 비교해 보며 같은 여성의 입장에 서서 그녀의 삶을 짚어보기로 했다. 번역이 어려운 곳은소오생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감사드린다.


(선생님은 좀 괴짜다. 스승님/교수님이란 호칭을 싫어한다. 자신은 모든 수업을 여행 형식으로 진행한다며 '가이더'라고 불러달란다. 글쎄... 아직은 좀 어색하다. ^^;;)






무조는 서기 624년에 태어났다.


지금부터 대충 1,400년 전이다. 그때는 어떤시대였는지 궁금했다. 찾아보니까수隋나라 양제煬帝 양광楊廣이고구려를 침범하다가 나라를 말아먹고 죽은 게 618년이고,당나라 고조高祖이연李淵이 다시 천하를 통일한 게 628년이다. 즉 수나라가 멸망하고 당나라가 세워지기 직전, 온 천하가혼돈에 빠졌던시기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을까?


당나라 고조의 신하인무사확武士彠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무사확의 고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지만온라인 카지노 게임가태어났을 때그가당나라개국공신온라인 카지노 게임 조정에서 활동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단다.본디 평민 출신의 목재상木材商이었으나 큰돈을 벌어서 고조이연의 군자금을 지원해 준 덕분이라나.


어머, 이 사람 줄을 정말 잘 섰네. 근데 장사꾼이 그 정도로 출세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미워했겠다...


요령 좋은 눈치 백 단의 장사꾼. 하지만좋게 보자면 정세 판단에 탁월한 재능을 갖춘 풍운아로 보인다.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끼'도 다분히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겠구나 싶었다.



어렸을 때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어떤 소녀였을까?


빼어난 미모에시서詩書에 능하고 역사에 밝았던 영특하고 재주 많은 소녀라고 기록되어 있다. 요새로 치면전교 1등의 어여쁜 여학생이다. 예쁜 아가씨들은 많다. 그러나 문학에 뛰어나고 역사에 밝은 어여쁜 소녀가 어디 그리 흔하랴.


소문을 들은 당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은 냉큼 그녀를 궁으로 불러들여 첩실로 삼았단다. 그때 이세민은 마흔 살, 무조는 겨우 14살이었다.뭐야, 이세민 이 아저씨, 롤리타 Lolita 콤플렉스? 어린애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요새 같으면 미성년자 성폭력온라인 카지노 게임 잡혀갈 일이잖아.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긴 옛날에는 어린 나이에 낯선 집안온라인 카지노 게임 시집가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 혹시 옛날 문화, 옛날 소녀들의 마음은 다른 걸까? 공연히 나 혼자 열받고 있는 건 아닐까?그래도 사람 마음은 예나 제나 비슷하지 않을까?문득 시 한 수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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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때.

거울을 몰래 들여다보고

눈썹을 길게 그렸죠.


열 살 때.

나물 캐러 다니는 게 좋았어요.

연꽃 수놓은 치마를 입고.


열두 살 때.

거문고를 배웠어요.

은갑銀甲을 손에서 떼지 않았죠.


열네 살 때.

곧잘 부모님 뒤에 숨었어요.

왠지 남정네가 부끄러워서.


열다섯 살 때.

봄이 까닭 없이 슬펐어요.

그넷줄 잡은 채 얼굴 돌려 울었답니다.


八歲偷照鏡,長眉已能畫;
十歲去踏青,芙蓉作裙衩;
十二學彈箏,銀甲不曾卸;
十四藏六親,懸知猶未嫁;
十五泣春風,背面鞦韆下。


이상은李商隱(812~858), <무제 無題

(이원섭 시인의 번역을 일부 수정함.《당시唐詩》참고. 현암사,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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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생 가이더님에게 이 시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 사춘기시절 나도 잘 모르겠던 내 심리를 그대로 들킨느낌이었다. 남성 시인이 여성 심리를 어쩌면 이렇게 잘 알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래,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심리는 다 비슷하겠지 뭐. 그러니까 고전문학이 오늘날에도 공감을 얻는 것 아니겠어?



열네 살의 어린 여학생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역시 비슷한 심경 아니었을까?정사正史의 기록에 의하면입궁하기 전날 밤, 흐느끼는 엄마를 이렇게 위로했단다.


어머니, 울지 마시어요. 영명하신 황제 폐하를 모시게 되었으니 복이 될지도 모르잖아요.侍奉聖明天子,豈知非福?為何還要哭哭啼啼? 《신당서新唐書》


다부진 말투로 엄마를 위로하지만, 그 말 뒤에 숨은 어린 소녀의 서글픈 심정이 내감정으로 변하여 갑자기 가슴이 메어졌다. 그녀가 된 내 눈가가 촉촉해진다.


태종은 그녀에게 ‘미랑媚娘’이라는 애칭을 하사해주었단다. ‘미랑’? ‘애교장이 아가씨’라는 뜻이네? 그럼 원래는 애교가 많았다는 얘기잖아! 그런데어쩌다가 '악녀'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나는 점점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다.





태종의 총애는 잠시 뿐이었다. 그녀는 곧 황제의 수많은 첩실들, 스쳐간 여인 중의 한 명이 되고 만다. 하긴, 남자 나이 마흔이면 한참 색욕에 눈을 뜰 때다. 농염하게 무르익은 여인들 틈에 둘러싸인 황제가, 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어린 소녀에게 가진 호기심이오래갈 리가 있겠어?


그렇게 12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그녀는 황제의 첩실 중에서도 ‘재인才人’이었다. ‘재인’이면 19 등급의 후궁 중에서도 16번째 등급에 불과하다. 그 어떤 ‘미래’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적인 위치다.



나는 그녀가 너무나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라면? 한참 꿈 많은 소녀 시절에 절대 권력을 쥔, 나이가 세 배나 되는 '늙은' 남성의 노리개로 납치되어 12년 동안 감금 생활을 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도저히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더구나 당시의 관례에 따르면, 황제가 죽은 후 아이를 못 가진 후궁들은 비구니가 되어야 했단다.그런데 그녀에게는 자식도 없었다. 당연하지. 막 입궁했을 때는 겨우 14살. 그 후로는 남자가 거들떠보지도않았다잖아. 님을 봐야 뽕을 따지,‘기회’조차 원천 봉쇄 당했잖아. 후우=3 아, 내가 다 답답해지네.


구중궁궐에서 청춘을 갇혀 지낸 것도 모자라 강제로 비구니가 되어야 한다니! 그 어떤 '미래에 대한 꿈'도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그 심경은 어떠했을까? 그녀가 된 나는 저절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화가 났다.제아무리 착하고 ‘애교 많은 소녀’라도 이 정도면 당연히 ‘한을 품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미치지 않으려면 한이라도 품어야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정말로 희대의 악녀가되었더라도,그 죄는 마땅히 이세민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런 제도가 존재했던 사회 구조 자체에 죄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애교 많던소녀, 무조는 무엇으로 그 암울한 세월을 버텼을까? 그녀는학문에 뛰어나고 역사에 밝았으며 영민하고 재주가 많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만의 하나 조물주가 자신에게 그 어떤 기회를 준다면, 그런 사회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한'을 품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사색하며그 암울한 세월을 버틴 것은 아닐까?





아버지의 여인에서 아들의 여인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녀의 남편(?) 태종 이세민이 죽었다.

그녀가궁중에 들어온 지 12년 만의 일이었다.


예정대로 그녀는 비구니가 되어 감업사感業寺라는 절에서 지내게 되었다.

만사휴의 萬事休矣!

그것온라인 카지노 게임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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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2003년에 복원한 서안 풍산로豊産路에 위치한 감업사. 당나라 때 황궁 소유의 사원이었다. (하) 감업사 경내의 무측천 동상.


그러나 2년 후,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뜻밖에 왕王황후의 명을 받아 이번에는 궁녀의 신분으로 다시 궁궐로 들어오게 된다. 그녀 나이 스물여덟 살 때의 일이다.


왕황후는 누구일까? 황후니까 당연히 황제 고종의 정실 아내다. 그녀가 비구니였던 무조를 궁중으로 불러와 자기 남편의첩으로 바쳤다는 이야기다. 아니 왜? 세상에, 시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것도 자기 시아버지의 여인이었던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더 기막히다. 왕황후에게는 자식이 없었단다. 그래서인지남편 고종은소숙비蕭淑妃라는 후궁만을 총애했단다. 그 소숙비를 견제하기 위해서, 남편에게 또 다른 첩을 바쳤다는 이야기.들을수록 막장 스토리가 점입가경이다.


그게 무슨 말일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바치면 어떻게 소숙비를 견제할 수 있다는 걸까지? 이른바 정통 역사책에서 전하는 그 '이이제이以夷制夷', 아니 '이첩제첩以妾制妾'의 기막힌 사연은 이랬다.






서기 651년.

그러니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스물일곱, 고종 이치李治가 스물세 살 때의 일이다.


이세민이 죽은 지 일 년 되는 기일忌日.고종은 왕황후와 함께 부친의 제를 지내기 위해 감업사를 찾았단다. 그때 왕황후는 비구니가 된 무조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단다.



왕황후는 고민 끝에 남편을 위해 두 사람만의 '은밀한 만남'을 주선해 주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충성 서약을 받은 뒤 1년 후그녀를 다시 궁궐로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나는 왕황후의 심리를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게 싫었다면 스스로 남편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해야지, 어떻게 또 다른 여인을 바쳐 견제할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시아버지의 여인’이었던 여자를?그런다고 견제가 될까?상상이 가지 않는 막장 드라마다.



하하, 21세기 대한민국의 윤리 잣대로 바라보자면 당연히 개막장이겠죠. 하지만 윤리란 필경은 기득권층이 만든 것 아니겠어요? 윤리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서,시대와 장소가 달라지면 달라지게 마련이랍니다.


당나라 이씨李氏 황실은 북방 유목 민족인 선비족鮮卑族의 후예였는데요, 아버지가 죽으면 자식이 친모를 제외한 아버지의 첩실을 취할 수가 있었죠. 형이 죽으면 그 아내를 취하는 형사취수兄死娶嫂 풍습도 있었구요. 그건고구려와 부여에도 있었다는 것, 아시죠?하지만 그런 건 권력자에게나 해당하는 거고, 노예는 주인의 허락을 얻어야만 성性을 제공받을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황실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일은, 단순히 개인적인 애정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 뒤에 거대한 세력 간의 권력 쟁탈 암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한답니다. ^^



'가이더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야 조금 납득이 간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남편을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듯하여, 나는 왕황후의 그 심보가 영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연 무조는 왕황후의 기대대로 소숙비가 차지했던 황제의 사랑을 신속하게 빼앗아왔다. 그러나 왕황후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무조는 소숙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훨씬 더 영특하다는 사실을.무조는 소숙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고종 이치李治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리고 몇 년 후, 무조는 왕황후 마저 물리치고 황후의 자리에 오른다.왕황후의 입장에서 본다면 늑대를 잡으려다가 호랑이를 들여놓은 셈이 된 것이다. 얼마나 약이 올랐을까? 하지만 그 역시 마음씨를 잘못 쓴 자업자득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나저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무엇온라인 카지노 게임 황제의 마음을 얻었을까?

연상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관능미로? 아니면 권모술수로?





사서史書의 기록은 이 대목부터 슬슬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고종 이치李治의 마음을 그렇게 빨리 사로잡았던 것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숨어있었다는 것이다.


《자치통감》에 의하면 무조는 23살 때 중병으로 몸져누운 태종을 간호한 적이 있었단다.그때 태자 이치는 국정을 위임받아 황제의 침전을 자주 들락날락했단다. 바로 그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태자 이치와 이미 눈이 맞아 있었다는 얘기다. 한참 농염한 나이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혈기왕성한 연하의 젊은 남자를 꼬셨다는 얘기다.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자치통감》을 집필한 역사가들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왕황후가 폐위된 이유에 대한 설명은 더욱 이상하다. 무조는 궁에 복귀한 지 일 년 만에 안정安定공주를 낳았는데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죽고 말았다. 이에 대해 《자치통감》은 야심 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황후의 자리를 넘보고 자신의 딸을 목 졸라 죽인 다음, 그 죄를 왕황후에게 덮어 씌웠기 때문에 왕황후가 폐위된 것으로 설명한다. 정말일까? 그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이것도 궁금하다.




아무튼'희대의 악녀'라는 그녀의 이미지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병중의 남편 몰래 ‘남편의 아들’을 유혹한패륜녀요, 권력을 잡기 위해친자식을 죽였을 정도로 인성을 상실한독부毒婦!


그녀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는 1976년부터 2024년까지 약 50편인데,거의 대부분 《자치통감》의 이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드라마도 있다.


SBS <연개소문, 무조(장은비 분) : "네가 죽어야 내가 황후가 된다!" (안정공주를 살해하며)

▶ KBS <대조영, 무조(양금석 분) : "내가 낳은 아이까지 내 손으로 죽여가며 오른 자리다"(황위에 오른 후)


TV의 어느 교양 프로그램에 나온 전문가라는 교수님도 그렇게 말하신다. 그게 정말일까?사실이라면 나 역시 용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한이 맺혔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제 막 낳은 자신의 아이를 목 졸라 죽인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나저나...참 신기하다.

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게 100%fact라고 치자.그렇더라도 두 남녀가 눈이 맞은 일이 그 당시에 드러났다면, 어떻게 태자 이치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까?무조는 또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안정공주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딸을 목 졸라 죽였다는 사실이그 당시에 밝혀졌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무사했을 리가 없다.


진상이 나중에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었을까?

그 당시에도 밝혀지지 않았던 그은밀한 일들을, 후세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그렇게 귀신 같이 알아냈을까?




《자치통감》은 사건 발생 400여 년 만에 편찬된 책이다. 어쩌면 당 현종 때 편찬한《측천실록》을 보고 베꼈을 수 있다. 하지만《구당서舊唐書》《신당서新唐書》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 《신, 구당서》가 누락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찾아보니,《측천실록》역시 ‘안정공주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70년 후에 편찬된 책이다.그 당시에도 드러나지 않은 '은밀한 일'이었는데, 7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어떻게 뒤늦게 진상을 파악하고 기록했을까?과학적인 재수사를 통해 뒤늦게 결정적인 증거라도 확보했단 말일까? 불가능한 일이다.


혹시 《자치통감》의 그러한 기록은 '그녀'에게 불만을 품은 이들의 날조는 아닐까? 이른바 정통 춘추필법春秋筆法을 구사한다는 역사가라는 이들이, 혹은 좋은 대학에서 공부 많이 하셨다는 분들이,오히려 편견과 아집에 빠져 오늘날 극우 찌라시 매체처럼 ‘소설 쓰기’로 역사를 왜곡하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만약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자신의 딸, 안정공주를죽인 게 아니라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마치 나 자신이 누명을 뒤집어쓴 느낌이 되었다. 억울하고 분통한 심정으로 왕황후가 폐위된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았다. 날조되었다는 심증은 점점 더 굳어져갔다.


우선 시차時差가 너무 컸다.


무조의 첫 딸, 안정공주가 죽은 해는 650년. 왕황후가 폐위된 해는 655년의 일이다.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의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황후의 폐위 원인을 5년 전 ‘살인 사건’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억지처럼 보였다. 아니, 무조에게 불만을 품은 자들의 고의적인 음해로 보였다.만약 그렇다면 후세의 역사가들은 무엇 때문에 무조를 음해한 것일까?


왕황후의 폐위는 단순한 여인들끼리의 암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극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조정 대신들끼리의 치열한 권력 다툼이 숨어 있었다.


왕황후 당시에 조정의 최고 실권자는 태종 이세민의 장인이었던 장손무기長孫無忌였다. 태종 이세민을 황제로 옹립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했던그는 수구 귀족 세력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새롭게 등극한 젊은 황제, 고종 이치의 황권을 극도로 위축시켰던 장본인이었다. 그를 정점으로 한 수구 세력은 모두 정치적으로 왕황후 편에 서 있었던 것이다.


왕황후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대결.그것은 사실상 권력을 에워싸고 벌어진 수구세력과 신흥 정치세력 간의 피비린내 나는 결투였던 것이다. 그 싸움은 결국 무조를 상징으로 한 신흥 정치세력의 승리로 끝났다. 그 결과 위진남북조 시대 이래 정권을 장악해 오던 문벌門閥 중심의 귀족 세력들은 철저히 패배하기에 이른다.




역사가들은 이 시점에서 또 말한다. 황후가 된 무조, 즉 무후武后가 왕황후와 소숙비, 그리고 장손무기를 비롯한 원로 중신들을 잔인하게 죽였노라고.


근데 참, 웃긴다. 무후가 직접 칼을 들고 죽인 것도 아니고,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니다. 명령을 내린 사람은 누구?황제 고종이었다. 그런데 왜무후가 잔인하게 죽였다고 표현한단 말인가.


생각해 보니 점점 더 괘씸해지네?애당초 감업사 비구니로 있던 무조를 환속시켜 고종 이치에게 바친 게 누구였지? 왕황후잖아. 근데 그게 그녀 혼자만의 판단이었을까? 아닐 거야. 분명소숙비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장손무기 일당의 수구 세력 전체의 판단이었을거야.그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남편의 아들'을 유혹한 게 아니잖아!수구세력이자기네 권력 유지를위해서‘아버지의 여자’를 ‘아들의 여자’로 만든 거 아니겠어?



후세 역사가들은 그런 점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왜? 그들 역시 수구 세력일 테니까. 그래서 자기네 세력의 공적公敵으로 등장한 그 '여인'에게 괘씸죄를 뒤집어씌운 것 아닐까? 그래서 ‘남편의 아들을 유혹한 패륜녀’ 요, ‘황후가 되기 위해 자식까지 죽일 정도로 잔인한 여인’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씌운 것은 아닐까?


고종은 당나라 이씨李氏 황실의 선황先皇이니까차마 그를 직접적으로 공박하지는 못하고, 만만한 ‘여성’에게 돌팔매질을 한 후세 역사가라는 ‘남성’들이 참으로 비겁해 보였다.

'측천무후


< 계 속






◎ 대문 사진

<무미랑전기 武媚娘傳奇 (2014)에서 무조(范冰冰 분)가 감업사에서 머리를 자르고 비구니가 되는 장면. 이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머리를 잘라주던 비구니가 대경실색하여 가위를 떨어뜨린다. 뭐라고 했을까?


"내 머리카락은 다시 기를 수 있지만, 네 수급首級(머리통)은 그럴 수 없을 걸..."

"髮落復生,首級不會。"


내 머리카락은 다시 기를 수 있지만,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네 머리통은 언젠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피맺힌 협박의 말이다. 그러나 이 대사는 역사 기록에서는 찾을 수 없다. 고의로 그녀의 이미지를 '잔인함'으로 날조한것은 아닐지, '측천무후에 숨은 진실'을 계속해서 추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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