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불안 세대'의 경고처럼, 방 안의 침묵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이 글에는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의 결말을 포함한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는 자녀를 과잉 보호하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과소 보호하고 있다.”
2024년 화제작 중 하나였던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책 ‘불안 세대’(부제: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가 꾸중한 바 있다. 지금의 학부모들은 외부에서 놀다가 타박상을 입거나, 범죄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는 매우 경계하고 보호하는 반면, 영상 시청이나 SNS 사용은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부모가 현실 세계에서는 감시를 덜하는 대신 가상 세계에서는 감시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책을 통해 내내 주장했다.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 2025)은 어쩌면 조너선 하이트의 메시지를 끝내주는 영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청소년들의 SNS 사용 외에도 소년의 남성성이 만들어지는 과정, 청소년기 연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심리, 가해자의 가족들의 삶을 조명한 부분들도 영화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4화밖에 되지 않는 짧은 스토리지만 한 회마다 몰입감이 뛰어나며 원테이크로 찍었다는 영상들과 소년과 아버지 역할의 놀라운 연기력 등으로 인해 ‘소년의 시간’은 공개 후 10일이 넘게 넷플릭스 TV쇼 1위(25일 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했다.
‘소년의 시간’은 13살 소년이 동급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된다. 총을 든 경찰이 들이닥친 아침, 침대에 누운 채 체포된 제이미는 겁에 질려 오줌을 싸는 어린카지노 쿠폰의 모습 그 자체다. 앳된 얼굴과 전혀 방어할 수 없는 육체, 당황한 가족들과 아버지의 분노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말 이 카지노 쿠폰가 사람을 죽였단 말인가’ 궁금하게 한다. 에피소드가 흐를수록 작품은 그가 ‘그가 정말 다른 카지노 쿠폰를 죽였는가’보다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가’를 묻는다.
드라마는 집요하게 ‘왜 그랬는가’를 추적한다. 살인의 동기와 배경을 좁혀 들어가면, 결국 하나의 중심축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공을 기소한 형사는 집요하게 아이가 다녔던 학교 ‘현장’을 뒤진다. 그 ‘현장’에서 아주 작은 힌트를 얻은 듯 하지만 형사의 아들은 ‘삽질’을 하는 아빠가 쪽팔리다며 몰래 답을 가르쳐준다. SNS라고, 인스타그램이라고 말이다. 아이들의 범죄 ‘현장’은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시작됐다고 말이다.
‘소년의 시간’은 조너선 하이트의 조언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인 제이미는 SNS 속에서 케이티라는 여자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놀림을 당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케이티가 보낸 이모티콘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알지 못한다. 그 이모티콘들은 ‘여자한테 인기가 없는 아이’, ‘여자와 한 번도 자보지 못할 아이’(아이들 사이에서 ‘인셀’의 뜻)라는 것을 뜻했다.
케이티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카지노 쿠폰에게 상반신 노출 사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남자카지노 쿠폰는 케이티의 사진을 스냅챗에 유출해 모든 카지노 쿠폰들이 보게 한다. 사진 유출의 피해자가 된 케이티는 온라인에 유출된 사진으로 희롱을 당한다. 제이미는 그 약해진 틈을 ‘기회’라 여기고 데이트를 청한다. 케이티의 마음이 약해졌을 것을 노리고 데이트를 신청했으나 케이티는 “그 정도로 절박하진 않아”라고 거절한다. 이것이 사건 당일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어떤 범죄보다, 이 아이가 그런 생각에 이르도록 만든 디지털 환경과 또래 문화를 조명한다. SNS는 단지 정보나 재미의 장이 아니라, 소년에게 왜곡된 남성성, 우월감, 수치심, 복수심을 키운 사회적 구조다. 하지만 작품 속 어른들은 아이가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 있으면 “포르노라도 보는가?” 우려하기도 하지만 “요즘 애들 다 그렇잖아” 라고 넘길 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간섭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방치가 지속된다.
물론 작품은 단지 소년 개인의 타락을, 혹은 한 부모의 방치만이 문제라고 그리지 않는다. 같은 부모로부터 자랐지만 제이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누나의 모습은, 단지 부모의 방치로만 카지노 쿠폰가 잘못 자란 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같은 방법으로 카지노 쿠폰를 키운다고 해도 어떤 카지노 쿠폰는 너무 잘 자라주고, 어떤 카지노 쿠폰는 살인범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문제가 단 하나라고만 단정 짓지 않게 한다.
경찰이 찾아가도 교사는 “이 카지노 쿠폰들이 통제가 안 된다”며 손을 놓고, 영상을 틀어주고 수업을 대신한다. 경찰은 “도대체 이곳에서 배우는 것이 뭐지?”라고 의문을 품는다. 카지노 쿠폰 자체의 기질과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 또래, 제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방관과 실패가 모였을 때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책 ‘불안 세대’는 강조한다. “부모가 현실 세계에서는 감시를 덜 하고, 가상 세계에서는 감시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이다.
‘소년의 시간’ 역시 같은 관점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카지노 쿠폰가 방 안에 있다면 안전한 것인가?
그 카지노 쿠폰가 핸드폰을 쥐고, 조용히 있다면 그저 잘 자라고 있는 것인가?
카지노 쿠폰의 방 안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직면하게 만든다. “그런데 제이미는 자기 방에 있었잖아. 우린 안전한 줄 알았어. 그 안에서 무슨 나쁜 짓을 하겠어?”, “우리가 더 잘 지켜봐야했어”라는 작품 속 마지막 부모들의 고백은 모든 어른의 자백이 아닐까.
(이 글은 미디어오늘의 기사로 먼저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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