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읽고 쓰는 윈디웬디 Feb 16. 2025

삶과 죽음이 배어있는 '흰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야기

한강 소설 <흰

<흰 은 표지에 '한강 소설'이라고 쓰여 있으나, '소설'이라기보다는한 편 한 편이 '시' 혹은 '에세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노벨위원회가 언급했던 '강렬한 시적 산문'의 예시가 되는 작품 중의 하나가아닐까 싶었다.


2016년 5월에 처음 출간된 <흰 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지노 게임는 1장과 2장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썼고, 마지막 3장은 한국에 돌아와서 완성했다고 한다.왜 바르샤바에서였을까? <흰 에는 그 이유도 나와있다. <소년이 온다를 2014년에 출간한 이후, 한강 작가는 폴란드의 지인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바르샤바에서 6개월간 머물게 된다.


바르샤바는 2차 대전 당시 유럽에서 나치 독일에 항거해 유일하게 봉기를 일으킨 도시라고 한다. 그로 인해 히틀러가 '절멸'을 지시했고 도시의 95%가 폭격으로 무너져 하얗게 잿더미로 변한 도시였다. 파괴되었지만 다시 재건했고, 과거를 잊지 않고 애도를 이어가는 도시였다. <소년이 온다의 '광주'와 공통점이 있는 도시이기에 카지노 게임에게는 매우 특별한 도시였을 것이다.


"이 도시의 사람들이 그 벽 앞에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치는 것이 넋들을 위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살육당했던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오래 애도를 연장하려 하는 것이다." (p.108)


카지노 게임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가장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 목록은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 것들이 아닌, 삶과 카지노 게임이 소슬하게 배어 나오는 '흰 ' 것들이었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대한 카지노 게임"를 카지노 게임는 써 내려간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작가가 처음 적어 내려간 흰 카지노 게임의 목록-


생명의 시작을 의미하는 강보와 배내옷부터, 카지노 게임을 의미하는 수의까지, 작가의 흰 것들은 삶의 카지노 게임 사이의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향하고 있다.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카지노 게임로 만들어졌고, <흰 소설집 속에 3개의 장으로 다시 나누어졌다.


1장 -나

2장 -그녀

3장- 모든 흰


이야기는 1장의 '나'로부터 시작해 2장의 '그녀'에게로, 3장의 '모든 흰 '카지노 게임로 확장된다. 2장의 '그녀'는 작가의 언니를 의미한다. 작가에게는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으나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가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학교에 간 사이, 산달이 멀었는데도 어머니의 양수가 갑작스레 터졌다. 마을에 한 대뿐인 전화기는 이십 분 거리의 정류장 앞 점방에 있었고 아버지가 퇴근하려면 여섯 시간도 더 남았던 상황. 어머니는 진통을 견디며 배내옷을 짓고, 홀로 아이를 낳아 탯줄을 잘라 강보에 아기를 뉘었지만, 아기는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끝내 숨을 거둔다. 작가는 어머니로부터 죽은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 언니 대신 삶을 사는 것 같은 부채감이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지구의 반대편의 오래된 한 도시 (바르샤바)로 옮겨온 뒤에도 오래전 기억을 계속 떠올린다. 그렇게 "나에게서 비롯된 이야기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겨가며 전개되고, 세상에 살아보지도 못하고 떠난 그녀가 자신을 대신에서 이 도시에서 살아본다고 가정한다. 그녀의 시선으로 세상의 흰 카지노 게임을 다시 만나게 된다.


'흰 '의 목록에 따라 한강 작가가 이어가는 서사는 아름답고도 슬프다. 어떻게 이토록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절제된 언어로 삶과 카지노 게임을 이야기한다. 스물셋의 어머니가 첫아이를 조산하고 간절하게 읊조렸던 말,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은 모든 연약한 존재들, 스러져 간 존재들을 향한 애절한 기도였다.


<흰 은 그 어떤 작품보다 한강 작가의 가장 내밀한 정서가 담긴 자전적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일련의 작품들 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삶과 카지노 게임, 애도와 부활, 고통의 연대가 글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흰 을 읽고 나면, 독자들 역시 각자 자신만의 <흰 것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밝고 환한 '하얀 것들'에 열광하고 살았던 삶에서 작가가 말한 것처럼 삶과 카지노 게임을 돌아보게 하는 '흰 '것들에 대해 새롭게 보게 된다.


한강 작가의 <흰 은 통필사가 필요할 만큼 가슴 먹먹하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한 책이다. 작가의 문장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일독, 필사, 낭독을 권한다.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