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넷째 주
절망으로 끝나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어리석더라도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보고 싶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좋다. 더 이상 무고한 이들을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문유석 판사 <개인주의자 선언 中
2024년에 쓰는 마지막 글입니다. 일주일 뒤엔 2025년으로 찾아뵙겠죠.
하지만 2024년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어렵겠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끝없이 혼탁한 말들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여러모로 '중심을 잡기 어려운' 카지노 가입 쿠폰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되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글을 찾았습니다.찾다 찾다 결국 판사의 말을 집어들었죠. 문유석 판사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기 위해 절망으로 끝나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긍정적인 얘기들로 채워볼까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요.
지난주 19일(목), 대법원 판결이 하나 나왔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이동권(접근권)을 기본권'이라고 인정한 판결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겁니다.
국가가휠체어를 가로막는 '문턱'을 없애야 하는데, 그동안 자꾸밍기적댔다. 이건 국가가 법을 어긴 거다!문턱을 없애는 걸 게을리하느라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피해를 입었으니까그 피해를 갚아라!
이른바'모두의 1층'이라는이름으로 2018년에 시작된 소송이 마침내 6년 만에 끝났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대법원이 3년 만에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한해 사건과 관련된 사람(참고인)이나전문가를 불러서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걸 공개변론이라고 합니다. 이 공개변론 자리에서 나온 말입니다(20241026 JTBC發 <[법원취재썰]'모두의 1층 소송' 전합 공개변론…"우리도 부족했다" 먼저 고친 대법원).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저에게 1층은 그냥 1층이 아닙니다. 편의점, 커피점, 약국, 음식점, 등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이용해야 하는 시설들이 20년 넘는 시간 동안 저에게는 출입금지구역이었습니다."
김명학/당사자
26년 지난 지금도 올해도 저는 아직도 음식점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들어갈 수 있는 카페를 1시간 동안 찾지 못해서 결국 길에서 이야기하다가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 배융호/한국환경건축연구원 이사(참고인)
그러자 정부 측에선 '도우미가 함께하면 괜찮다'는 식으로 주장했죠. 그러자(참다못한) 오경미 대법관이 말합니다.
"활동 지원인을 붙이면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집에만 있으면서 온라인 하라는 것이고…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이 계획적으로 발생합니까? 그때그때 필요한 카페나 편의점, 뭐든지 이용할 수 있는 일상생활에서의 즉자성을 전혀 구현하지 못하고, 미리미리 계획해서 활동 지원 불러서 마트나 가라고 하는 것은 (중략) 대체적인 권리라는 것으로 그렇게 쉽게 치환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말이었죠.
아니, 인생이 언제나 내 뜻대로는 되지 않는데, 필요할 때마다 매번 도우미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야?그렇게 쉽게 말하면 어떡하냐?
당시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분께서 이때 '이길 가능성이 없던 사건이 점차 기우는 것을 느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온 판결문. 감동이 한 박스였습니다.
휠체어 이용 카지노 가입 쿠폰이던 고 김xx 은 1984. 9. 19. 유서를 통하여 일상생활 곳곳에서 겪어야 했던 접근권의 제한으로 말미암은 삶의 고통과 소외감을 호소하고, 이를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차별에 대하여 크게 질타함으로써 경종을 울렸다.
“왜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도대체 움직일 수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 (중략) 스스로 부딪쳐보지 못하고 피부로못 느껴본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애자들은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조그마한 꿈이라도 이뤄보려고 애써 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는 저를 약해지게만 만듭니다.”*
이 호소와 외침은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이 크다.
그것이 이 사건이 직면한 본질적 문제이다.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의 접근권을 단지 소매점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구매 그 자체를 위해서라면 활동보조인을 통해서 더 값싸고 편의시설도 잘 구비된 대형 할인점에서 구매하는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고 온라인 쇼핑도 편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 접근권의 문제는 ‘쇼핑’의 문제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의 문제이다.
비카지노 가입 쿠폰은 점심시간에 우연히 친구를 만나 식당이나 커피숍을 가거나, 귀가하다 문득생각이 나서 서점과 꽃집에 들르고, 갑자기 배가 아파 약국을 이용하거나 동네 의원에가면서, 내가 그곳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없는지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일상생활 또한 그래야 한다. 계획된 ‘쇼핑’은 대형 할인점과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우연과 즉자성으로 이루어진 나날의 ‘삶’은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자인 카지노 가입 쿠폰에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1984년에 비해 많이 넓어졌지만 그것이 충분한지는 여전히의문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당사자인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우리 사회가또 다른 ‘투명인간의 도시’는 아닌지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비카지노 가입 쿠폰의 구분은상대적이다.
사회 안에서 일상의 틀을 구조화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장애와 비장애를결정한다. ‘투명인간’의 도시에서는 투과 능력이 없는 사람이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투명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제도와 시스템은 투과 능력의 유무에 따라 장애와 비장애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이동권, 접근권이 제대로 보장된 사회에서라면 어디나 갈 수 있는 휠체어 이용 카지노 가입 쿠폰은 더 이상 카지노 가입 쿠폰이 아닐 수도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을 배제한 채 비카지노 가입 쿠폰이 그들 위주로 만든 세상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모든 카지노 가입 쿠폰이 차별 없이 권리를 보장받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바라며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 판결문에 나온대로, '카지노 가입 쿠폰 접근권의 문제는 카지노 가입 쿠폰의 삶 그 자체의 문제'입니다.
그러니2002년부터 이어진 지하철 시위는 이제 이번 판결로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겠죠. 2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전국카지노 가입 쿠폰차별철폐연대 시위에 대한 왈가왈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법의 역할이 단순히 '분쟁을 해결'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니까요.
법은 따뜻한 가슴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는 찬 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온도차는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겐 한 없이 따뜻한 카지노 가입 쿠폰이겠지만, 누군가에겐 한 없이 차가운 카지노 가입 쿠폰이니까요.
판사들의 사무실에 있는 창문은 잘 열리지 않습니다. 활짝 열 수 없는 구조이고, 그나마 사람이 통과하기 어려운 만큼만 열립니다. 최근에 지어진 법원이나 20~30년 전에 만든 건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유를 많은 판사가 궁금해하는데, 법원에 떠도는 풍문에는 ‘판사들이 일하다가 힘들어서 뛰어내릴까 봐 창문이 열리지 않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판사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도우람 <판결문을 낭독하겠습니다 中
하지만 결국 김귀옥 법원장님의 말처럼 될 겁니다.어려움과 잘못, 힘듦이 있더라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우리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법대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내는 것' 아닐까요.
지난 2010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청사 소년법정.
김귀옥 부장판사 앞에선A양(16). 이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친 죄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전과도 있었다. 절도 14건 등이 있었다.하지만 김 판사는딱 하나의 결정만 내린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를 따라 외쳐봐.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머뭇거리는 아이.
“따라 외쳐봐.'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끝내참았던 눈물이 터진 아이.
이 아이는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간호사를 꿈꿨다. 하지만 남학생 여러 명에게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삶이 바뀌었다. 충격을 받은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될 정도였다.죄책감에 시달리던 아이가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오토바이를 훔쳐 재판장에 왔다. 김 판사는 두 손을 뻗어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하지만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게 말하겠습니까.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것뿐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는 처분을 내리겠습니다.
(...)
XX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런 바로 너다.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지만 우리 사이에는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네.”
20130430 조선일보發 <아름다운 실화 감동의 판결, "나를 따라 외쳐보라"(비공개 재판 각색)
그러니 저는 '법대로 하자'는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말해보고자 합니다.
너희는 수직 낙하하는 별들을 보고
죽은 별들의 한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은
우리에게 시간의 부스러기가 있기 때문이다.
장석주 <꿈속에서 우는 사람 中
다른 법원들이 그랬듯, 헌법재판소도 '법대로' 이 부스러기를 잘 모아 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시간의 부스러기를 한 데 모아''법대로' 따뜻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위) 서울거리 [턱]을 없애주시오 /휠체어 시민, 유서 쓰고 자살.
(오른쪽) 건너갈 수 없는 횡단보도. 들어갈 수 없는 식당, 화장실. 우리가 살 땅은 어디입니까.
(아래) 시장판 냉대도 이긴 카지노 가입 쿠폰 가장 재활 좌절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순석은 다섯 살 때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다. 열여덟 살에 서울로 올라와조그만 금은세공 공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고, 남다른 손재주로 9년 만에 공장장이 된다. 그러나김순석은 1980년 10월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두 다리에 철심을 박는 중상을 입는다. 3년간의 투병생활 끝에수동휠체어를 타고 퇴원해본인의 월세방 옆에 조그만 금은세공 작업장을 차린다.남대문시장에 자신이 만든 액세서리를 납품하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당시 곳곳에 막아서던 도로의 턱들과 사람대접을 하지 않는 사회적인 시선 등에 의해 좌절했다. 그는 결국 서른다섯 살의 나이로 부인과 다섯 살배기 아들을 남겨놓고 1984년 9월 19일서울 강동구 마천2동 지하셋방 한구석에서 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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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가입 쿠폰 이동권이 '헌법상 기본권'의 품 안에 있다고 인정된 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1년 하고도 3달이 지난 15,000일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