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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슬생 Mar 27. 2025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작은 것들의 카지노 게임

늘 함께 있음에 감사하자

지난번 군포 병원 입원 치료 후 귀가를 했는데 뭔가 싸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옷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고 가방 구석구석을 뒤져도 이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아~~ 안되는데'


다시 한번 곰곰이 되짚어 본다.

분명 병원에선 '네'가 있었다. 서너 시간 함께 했었다. 내 몸의 일부인 양 그렇게 같이 있었는데..


환복을 할 때 사단이 벌어진 게 분명하다.

카지노 게임복에 너를 그냥 두고 옷을 갈아입은 거다. 가끔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순간 카지노 게임복에 있는 너를 발견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었는데..


그때마다,


"조심해야겠네.. 잠깐 방심하면 안 되겠어"


카지노 게임복에 홀로 남은 너는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구원받지 못하면 버려지거나 생을 마감한다고 보면 된다. 불쌍한 것.


오늘(3.18일) 아침 예상보다 포근한 날씨에 길은 그다지 미끄럽지 않았고, 풍광이 너무 좋아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하고 왔다. 너를 다시 만날 거라 확신하며..


병원에 네가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반갑게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분명 내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를 들었다.


"혹시 보셨거나 보관하고 계실까요?

카지노 게임복에 두고 간 것 같은데.."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얘기도 하시고 여기저기 전화도 해보더니,


"없다는데요, ㅇㅇㅇ님"


'으~~ 악'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가까이 있을 때는 진짜 몰랐는데 없어졌다고 하니 너무너무너무 아쉽다. 오 나의 버즈(이어폰)여!


조금만 더 세심하게 너를 챙겼다면,

네가 얼마나 내게 도움을 주는 녀석인지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너의 카지노 게임을 알았더라면..


카지노 게임 못해 정말 미안하다.


병실에 네가 없으니 난 음악도 듣지 못하고 유튜브도 그림만 본다. 운동도 너 없인 지루하다.


새로운 녀석을 장만하자니 돈도 아깝고(이런 돈이 제일 아깝다), 익숙했던 너의 매끄러운 살결도 그립다. 버즈야.

카지노 게임 못해 미안하다.


내 곁에서 늘 나에게 도움을 주는 작은 것들의 카지노 게임을 깨달은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손톱깎이 없을 때의 그 불편함, 귀가 가려울 때 귀이개의 존재감, 돋보기는 어떻고.. 가끔 마시는 카누도 없으면 죽음이다.


주위에 이렇게 작은 무생물조차 내 곁에 없으면 아쉽고 한없이 불편한데 하물며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의 카지노 게임이란..


오늘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잘 살아있음을, 잘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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