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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슬생 Apr 24. 2025

지옥과 천당을 경험하다(MRI 최종 카지노 게임)

4기 암환자의 슬기로운 치병 생활

CT와 다른 MRI 카지노 게임에 천당을 경험하다(4.18일)


옛날 어릴 적 들었던 파란 구슬ㆍ빨간 구슬, 파란 주머니ㆍ빨간 주머니 이야기 기억하실 거다.


마귀할멈이 두 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데 보통 파란색은 좋은 일이 빨간색은 나쁜 일이 생기곤 한다.


어제 친애하는 블로그 친구와이런 얘기를 나눴다. '파란 주머니'를 들고 오라고 덕담도 주고받았다.


오늘 주치의 선생님께서 그 '파란 주머니'를 주셨다. 카지노 게임 결과 전이가 아닐 확률이 훨씬 높다는 뜻밖의 카지노 게임를 주셨다.


물론 100%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작년에 시술했던양성자 치료 흔적이거나 주변이 괴사 되어 전이처럼 보였을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종합해 보면 전이가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의사 선생님들은 늘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얘기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 이상이 없다'라고봐도 될 듯싶었다.


항암 주기도 격주에서 3주에 한 번하자는 제안도 하셨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대박 보너스까지 받았다. 다음 중간평가까지 2~3개월의 긴 휴가증을 받아 들었다.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가여운 수호천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고마워 자기야. 고생했어."

수호천사를 일으켜 세우며 만자씨가 말했다.


"으응. 자기가 정말 잘 참아줘서 고맙지. 그 힘든 항암도 잘 이겨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수호천사가 나의 뺨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졌다.


운전대만 잡으면 큰 소리로 외치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외치며 수호천사와 진한 포옹을 했다.


콧등이 시큰했고 수호천사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너무 좋은데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조마조마해하며마음 졸이고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여동생, 처형, 친한 직장동료 등등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만자씨를 지켜보며 말 없는 응원을 보내주시는 전국의 (암)환우 분들께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다.


오늘은 아침도 걸렀고 도시락도 준비 못 했다.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나를 버티게 한 고마운 정상세포들을 위해 샐러드를 사서 먹는 중이다. 점심은 도시락을 주문해 먹을 계획이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말.

고통 뒤엔 희망과 행복이 온다는 말.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

그 말들이 사실임을 절실하게 느낀 시간이었다.



시련 뒤 찾아온 '홀가분함'을 만끽하다(4.19일)


'홀가분하다;

거추장스럽지 아니하고 가볍고 편안하다.'는 뜻의 형용사(네이버 국어사전).


어제 만자씨의 기분은 정말 홀가분했다. 수호천사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금요일, 최상의 중간평가 카지노 게임를 받아 들었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흔한 말로 꿈인지 생시인지 헛갈렸다.


그날 주치의 선생님께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수호천사가 말했다.


"사람들이 왜 볼을 꼬집어 보는지 알겠어. 믿어지지가 않아."


"그러게. 나도 꿈을 꾸는 것 같네."


CT 상으로 전이가 확실한 것처럼 얘기하다가, 카지노 게임 상으로 갑자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더더욱 최종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금요일 하루가 지나고 오랜만에 마음 편히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도

'정말인가?' 자꾸 의심이 들었다.


점차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수호천사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두 손을 꼭 잡았다.


"너무 좋다 자기야."


"그러게. 정말 좋네. 항암을 안 하니 몸도 훨씬 좋구."


"에휴! 얼마나 힘들었을까?"


격주에서 3주 간격으로 항암을 하기로 했기에 원래 금요일에 5FU 폭탄을 차고 나왔어야 했는데 다음 주 금요일로 한 주가 밀린 것이다.


몸 상태가 가장 좋은 때 항암을 하고 다시 컨디션이 나빠지는 과정이 반복되곤 하는데, 항암이 일주일 미루어졌으니 컨디션이 최고인 상태인 것이다.


아름답고 감사한 토요일 아침을 맞았다. 말 그대로 너무너무 홀가분한 아침이었다.


오전엔 춘천을 가기로 했다. 초록 초록한 산들도 구경하고 만자씨가 좋아하는 막국수와 수호천사가 좋아하는 감자전과 녹두전을 먹기로 했다. 드라이브 삼아 가볍게 둘만 다녀오기로 했다.


만자씨는 일찍 잠에서 깼다. 수호천사가 자고 있는 동안 치유수프와 사과 반쪽, 달걀 프라이 두 개를 가볍게 먹었다. 막국수를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조절을 한 것이다. 평상시에도 아침을 거하게 먹지는 않는다.


점심시간에 맞춰 10시 즈음 출발을 했다.

비가 예보되어 있음에도 춘천행 차들이 많아 1시간 40분 정도 운전을 했다.


자주 가는 춘천의 3대 막국수집 '샘밭 막국수'집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경. 조금 이른 시간인지 웨이팅 없이 자리에 앉았다.


늘 그러하듯 100% 메밀 막국수 2인분과 감자전과 녹두전이 함께 나오는 섞어전 하나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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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수호천사는 막국수 절반 이상을 만자씨에 덜어줬다. 만자씨는 절대 거절하는 적이 없다.

"다 주면 자긴 뭐 먹어?"

입이 귀에 걸린 채 속에 없는 말을 한다.


"좋으면서 뭘. 난 전을 많이 먹을 거야."


맛나게 막국수와 전을 싹 비웠다. 마음이 홀가분하니 식욕도 저절로 쑥쑥 오르는 것 같았다.


특히 수호천사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아 마음 한편이 짠했다.


잠시 주변을 산책했다. 조금 과식을 했기에 움직임이 필요했다. 식당 주차장을 20여 분 돌았다.


커피 좋아하는 수호천사를 위한 2차.

춘천의 핫플로 유명한 스타벅스 '춘천구봉산 R점'을 갔다. 춘천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뷰가 일품이라 늘 사람이 붐빈다.


운 좋게도 주차공간이 있어 주차를 쉽게 하고 또 운 좋게 뷰가 좋은 명당 좌석을 차지했다. 운수대통의 날이다. '아아'와 '아이스 카페라테' 그리고 치즈케잌을 주문했다.


춘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맛있었다. 홀가분함을 다시 한번 제대로 느꼈다.


수호천사는 '좋다' '너무 좋다'를 연발한다.

수호천사의 손을 꼬옥 잡았다. 이런 순간이 '영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콧등이 또 시큰해졌다.


창밖으로 비 내리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서울로 출발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요란하게 비가 왔다. 비가 온들 무슨 걱정이며, 천둥이 친들 뭐가 두려울까.


라디오 볼륨을 조금 높이고 차 안의 아늑함을 만끽했다. 밖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차 안의 아늑함은 배가 된다.


이제껏 그냥 습관처럼 얘기했던 '홀가분함'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느꼈던 하루였다.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세 번 외쳤다. 정말 모든 것이 감사했다.



항암 주기 변화(2주 간격--3주 간격)가 가져다 준 기적 같은 선물(4.21일)


지난 18일 금요일 카지노 게임 결과는 최상이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거룩한 선물 같았다.


거기에 더해 현재 2주 간격 항암은 너무 힘들다며 항암 주기를 3주로 바꿔보자고 하셨다.


오니바이드 항암은 가장 힘든 항암제 중 하나라며 지금까지 10회차를 한 번도 거르지 않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그런 말씀을 들으니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라 콧등이 시큰했다. 수호천사도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어찌 되었든 원래 18일은 항암을 하는 날인데 한주 미뤄 항암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항암 주기 변화가 없었다면 18일 오니바이드 항암제를 맞고, 5FU를 몸에 달고 나와 오늘 제거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항암이 없으니 5FU를 달고 나오는 일도 없었다.


항암을 하면 늘 부작용에 시달렸었다. 지난 금요일 항암을 했다면 길게는 이번 주 말까지 다양한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식욕부진, 구토감, 피로감, 목쉼 등 부작용이 점점 심해져 밥도 의무감에 억지로 먹게 되고, 항상 피곤함을 느껴 잠을 많이 자는 것으로 부작용을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항암을 한주 미뤘더니 정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마치 신이 주신 선물 같은,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식욕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항암 직전까지가 가장 최상의 몸 상태인데 이번엔 항암을 하지 않았으니 그 식욕이 그대로 유지됐고 오히려 더 좋아진 것이다.


하루 세 끼를 맛있게 먹고도 또 간식을 찾았다. 수호천사의 일감이 많아지긴 했지만 기꺼이 간식을 마련해 주었다.


두 번째는 체력이 저하되지 않고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이다. 항암을 시작하면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몸의 피로감이 심해져 걷는 것조차 힘겨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사 후 산책도 어느 때는 거실 걷기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항암을 하지 않으니 다리에 힘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산책은 물론 트레킹도 가능했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수호천사와 앞산 둘레길을 천천히 걷고왔다. 처음에 숨도 차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걷기가 힘들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 보니 익숙해져서 목표한 곳을 완주했다.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특히 비가 온 뒤의 나무들은 더욱 초록 초록을 자랑했고, 다양한 꽃들이 만개하여 저만의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 되는 것을 느꼈다.


체력이 좋아지니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스크린 골프도 가능해졌다. 오늘은 일주일 휴가 후 출근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출근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아침 식사 후 바로 운전하는 것보다는 걷기를 하니 소화도 잘되고 아침 공기도 상쾌하여 너무 좋았다. 동료들과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출근하니 동료들이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고, 얼굴 안색도 너무 좋아졌다면 마치 본인의 일인양 기뻐해주었다. 고맙고 감사했다.


항암을 한주 미뤘더니 구내염도 훨씬 나아졌다. 그동안 구내염으로 매운 음식은 생각도 못 했고 고춧가루가 살짝만 들어가도 물을 한주전자를 먹을 정도였는데 토요일·일요일 제법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어제는 그동안 정말 먹고 싶었던 만자씨표 김치볶음밥을 직접 해서 수호천사랑 맛있게 먹었다.


예전처럼 고추장을 많이 넣지 못하고, 김치도 김장 김치 그대로 듬뿍 넣지는 못했다. 살짝 헹군 김장 김치에, 맛있게 익은 파김치와 총각무를 잘게 썰어 넣고 들기름을 흠씬 넣어 살짝 볶다가 데친 콩나물, 숙주, 호박을 밥과 함께 넣어 볶았다.


그리고 그동안은 언감생심 생각조차 못했던 고추장을 한 스푼 넣어 보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매운맛이었다.


만자씨 옛날 기준으로는 매운 축에도 들지 않았지만 그동안 매운 것을 거의 먹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진전이었다. 연두를 살짝 넣었더니 감칠맛까지 살아나서 정말 맛있는 김치볶음밥이 되었다.


"자기가 해주는 김치볶음밥 정말 오랜만이다. 고추장을 많이 넣지 않고 김치를 살짝 헹구었는데도 아주 맛있는데?"


"그러게, 생각보다 맛있다. 살짝 매운 느낌이 있으니 좀 살 것 같아."


"항암을 한주 미룬 게 이렇게까지 영향을 주는구나. 정말 좋다. 점점 더 좋아질 거 아냐?"


"그렇겠지. 앞으로 3주마다 항암을 하면 부작용도 더 잘 이겨낼 거고, 쉬는 텀이 많으니까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잘 먹고 하면 몸이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만자씨가 다소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매운 것 먹을 수 있다면 뭐가 가장 먹고 싶어?"


"음~~난 떡볶이."


그렇게 둘이 일요일 아침을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항암 주기 변화가 준 선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즐겁고 행복한 변화는 수호천사가 다른 때보다 잘 먹는다는 것이다. 예민한 성격이라 중간평가 전후에는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던 와이프인데 이번 결과를 받아 들고는 이것저것 잘도 먹는다.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내색하지 않고 의연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던 아이들도 좋은 결과에 확실히 생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말도 많아지고 맛있는 것 배달도 해먹고.. 집안에 행복 바이러스가 넘쳐흘렀다.


항암 주기를 2주 간격에서 3주 간격으로 늦췄을 뿐인데도 이렇게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기적 같은 선물들이다.


하물며 항암을 영원히 끊는 날이 온다면 어떠할까 상상하니 더 열심히 운동하고, 더 맛있게 잘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일상에 늘 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잊지 않고 실천하기로 다짐을 했다.


항암 주기 변화가 가져온 기적 같은 선물을 앞으로도 꾸준히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 트레킹 길, 트리하우스, 겹벚꽃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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