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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종현 Apr 28. 2025

카지노 쿠폰

과장된 목소리가 들리면

티켓을 꽉 쥐어


무대가 넓어서

극단(劇壇)의 극단(極端)이 안 보일 뿐

농담(弄談)의 농담(濃淡)이 안 보일 뿐


무대가 넓어서

메스꺼워

양치하다 토했다

세면대가 막혔다


내가 병처럼 카지노 쿠폰 중일 때

프라이팬으로 머릴 맞아도 안 죽고

한 바퀴 돌고 잠깐 기절했다가

뒤뚱뒤뚱 걸어가고

지구 대신 지구본

가장 하찮은 순간에도 음악이 깔릴 때


대뜸 누가

'누구: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아시죠?'를 해주어

배우인 줄 알았던 내가 객석으로 튕겨 나온다

삶인 줄 알았는데 밖이 있었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음악이 없다고 한다

항시 사람이 죽고 있다고 한다

어깨를 으쓱으쓱

내가 실적이 떨어져 해고당했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다가

치한으로 몰려 연행됐다고 한다

이상한 외국어로 말했다고


각본은 개연성이 없었다

무엇도 나를 지배하지 못했다


'백종현: 여기 장이 하나 더 있어야겠군...'

하고 세면대를 뚫는다

조명 기사가 내게 빛을 겨눈다





P. S.


‘카지노 쿠폰’는 연극 사조입니다.

<카지노 쿠폰는 아주 뻔한 ‘환멸→관조’ 플롯의 시입니다.


이 시는 ‘무대가 넓어서티가 안 날 뿐 삶은 본래 극(그림자, 모조)이다’라는 아주 아주 뻔한 관점을 바탕으로 합니다. 카지노 쿠폰는 극단(劇壇)의 극단(極端)이 안 보이고 농담(弄談)의 농담(濃淡)이 안 보이는 미망에 빠져 메스꺼워합니다.


프라이팬으로 머릴 맞아도 안 죽고 / 한 바퀴 돌고 잠깐 기절했다가 / 뒤뚱뒤뚱 걸어가는것은 전형적인 희극적 이미지입니다. 삶에 병처럼 카지노 쿠폰 중일 때는, 그러니까 삶이 극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중에는 일종의 거짓 희열 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 카지노 쿠폰은 그러므로 진정한 카지노 쿠폰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얄팍하게만 카지노 쿠폰하지요.


그러나 얄팍한 카지노 쿠폰, 거짓 희열—가장 하찮은 순간에도 음악이 깔리는 것 같은 느낌—은 대뜸'누구'에 의해서 깨집니다. '누구 :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아시죠?'가 ‘대본’처럼 나타남으로 인해 카지노 쿠폰가 극 속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동시에 여기가 극이라고 알려주는 외침 자체도 극의 일부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이 사건으로 카지노 쿠폰는 튕겨 나와 카지노 쿠폰의 해제를 겪습니다.


가장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순간을 '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한다는 건 의미심장합니다. ‘나’가 거짓 카지노 쿠폰을 거두어내고 똑바로 바라본 삶에는 가장 극적인 순간에 음악이 없습니다. 네, 우리가 아무리 대단한 일을 겪어도 삶에는 BGM이 깔리지 않습니다. '나'는 실제로는 해고당하고 연행된 상태입니다. 이 환멸 속에서 카지노 쿠폰가 눈부신 통찰을 해냅니다.


각본은 개연성이 없었다
무엇도 나를 지배하지 못했다


펀치라인입니다. 인간이 상상하는, 딱딱 맞아떨어지는 개연성은 삶에 없습니다. 불행과 부조리엔 명확한 출처가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무엇도 우리를 지배할 수 없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카지노 쿠폰는 장(chapter)이 하나 더필요해집니다. ‘나’는 더 이상 메스꺼워하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자기 토사물에 막힌 세면대를 뚫기로 합니다. 배우를 넘어선 다른 뭔가가 된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집니다. 이 스포트라이트는 얄팍한 카지노 쿠폰의 매개가 아닙니다. 진정한 카지노 쿠폰의 빛입니다.



이 시의 초안은 2021년 6월 5일에 썼음

표지 by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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