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다.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다.
그럴 분이 아닌데,
문자를 보내고,
무작정 기다리기를 한 시간,
일어나기 전
다시 전화를 걸었다.
“누구시죠?”
낯선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내 이름을 말했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지금 중환자실에 계세요. ”
정리될 수 없는말들 사이에서
병원이름 하나를 겨우건져 듣고
마냥 기다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쓰러졌다고 했다.
몸이 이상해,
동네에서 가장 큰 병원에
접수만 하고
대기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그대로 픽,
쓰러졌다고.
그나마
접수라도 한 뒤라
빠르게 처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중환자실일까.
뇌출혈이 무섭다 해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쓰러졌는데,
일어나겠지.
불과 어제,
도토리묵을 먹자던 사람이었다.
작아도 강단 있어
꼬마 장사라고 놀리면
장풍을 쏘며 웃었는데,
일어나겠지,
일어나야지,
그래도
행여, 하는 마음으로
병원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기도하기를
2주가 흘렀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장기기증 이야기를 꺼냈다는 소식을 듣고
남은 가족이라고는
이제 몇 달 뒤면 군에 가야 하는 아들과
수험생 딸뿐인데
중간에서
병원 소식을 전하는 언니가
어떻게 전해야 할지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소식’이라는 말이
이렇게도 가슴 아플 수 있는 건지.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는 건지.
그래서
진짜 이대로 간다는 건지
일어날 것 같은데
곧 일어나 웃으며 올 것 같은데
소식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는 말이 아니면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관계처럼
마음도 그렇다.
꿈같기도 하고
진짜면 어떡하나,
슬픔이 사무치다가도
아니겠지, 하다가도
모르겠다.
모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