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카지노 쿠폰 (1998)
2025년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야심차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기억에 있는 거의 모든 해의 목표가 책 읽기였다.
다행히 올해 1월은 기특하게도 무사히 미션을 완료했다.
나의 2025년을 열어준 책은 양귀자 작가의 장편소설 <카지노 쿠폰이다.
양귀자 작가는 나의 청소년기에 문학 교과서나, EBS 언어영역 100제에 문학파트에서 예제로 만났던 <원미동 사람들로 익숙했고, 연말 모임에서 친구 중 하나가 독서모임에서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이 <카지노 쿠폰이라는 소설인데 특이한 문체가 재미있다고 추천한 바 있어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카지노 쿠폰은 꽤나 취향저격.
소설은 주인공 안진진(여, 스물다섯 해와 일곱 달째 살고 있음, 1남1녀 중 장녀, 대학 휴학 중)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이름부터 카지노 쿠폰적인 그녀, 안진진. 본래 합의된 이름은 외자 이름 진(眞)이었는데, 마음에 낭만이 가득한 아버지가 출생신고 하러 가는 도중 마음이 바뀌어 즉흥적으로 바꾸어 받아버린 이름. 하필이면 성이 '안 씨'인 덕에 두 번이나 강조되는 '참 진(眞)'자의 이름을 평생 부정하며 살아야 할 팔자가 되어버린 사람.
이 대목에서 나는 주인공에게 두 번의 깊은 공감을 한다.
첫 공감은, 이름에 대한 것.
이름은 전국구 기준으로 흔치 않은 특이한 이름인 '오늘'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못 참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는 질문이 두 개가 있다.
첫 번째로는 '뜻이 뭐예요?'이고, 두 번째로는 '동생 이름은 내일인가? 호호'이다.
뜻이 뭐냐는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이렇다. 우리 아버지 역시 가슴에 낭만이 가득한 남자였고 '늘 한결같이'라는 Always의 의미로, 성인 '오 씨'를 더하면 Today의 의미가 된다. 낭만이 가득한 남자의 큰 딸로 태어난 덕에 안진진이고 오늘이고 우리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꽤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인 동생의 이름을 묻는 질문도 지겹도록 받았을 것이다. 안진진은 '동생 이름은 선선이고, 셋째는 미미인가~?'라는 농담을, 나는 '동생 이름은 내일인가~?'라는 농담을, 하도 들어서 자기소개 후 루틴이 되어 버린 얘기를. 그러나 그녀의 동생 이름은 아쉽게도 선선이도 미미도 아닌 '진모'이고, 내 동생 이름도 '내일'이가 아니다.
두 번째 공감은 내 남편이 '안 씨'라는 거다.만약에 아이를 가진다면 우리의 아이도 카지노 쿠폰의 이름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가상의 아이지만, 그 친구는 카지노 쿠폰적인 정의로 시작되는 이름이 아닌 성을 붙여도, 아니어도 괜찮은 이름을 인생의 첫 선물로 받아야 하므로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순간부터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어쨌거나, 안진진의 시작이 나와 꽤나 닮아있어서 몰입이 쉬웠다.
아, 부모님으로부터 술꾼 DNA를 물려받은 것 까지도!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쌍둥이이고,
같은 날, 같은 집에서 같은 얼굴을 하고 태어났음에도 인생의 카지노 쿠폰 앞에서 각자 다른 길을 택하고
4/1 동시에 결혼한 그 시점부터 만우절 맞이 거짓말처럼 다른 카지노 쿠폰과 인상을 갖게 된다.
혹시 그 옛날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이휘재의 카지노 쿠폰극장'코너를 아는지,
"그래! 결심했어!"로 갈리는 그 카지노 쿠폰 결과들처럼.
그리고 그 카지노 쿠폰이 함정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 뒷모습을 드러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 요소인 '남편 찾기'의 원조는 어쩌면 양귀자의 <카지노 쿠폰이었을까?
이 책의 긴장감을 흥미진진하게 끌고 가는 것은 안진진의 남편 찾기이다.
요즘 말로 육각형 남, 그러나 이제 재미는 좀 부족한 안정지향적 J형 인간 나영규인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가진 건 없지만 본능이 이끄는 김장우인가.
과연! 안진진이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행진하는 남자는 누구일 것인가!
그 흥미진진한 남편 찾기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따로 있다.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임에 틀림없으니까.
그렇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곳곳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뒷모습을 불행 또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불행과 행복은 존재했을 것이다. 다만, 그 모습이 다를 뿐.
선택에 따라 따라오는 불행과 행복의 모습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서야, 내 것이 아닌 삶에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마찬가지로 안타까워하거나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내가 가진 행복의 카지노 쿠폰과 누군가의 행복의 카지노 쿠폰이 다를 수 있고,
불행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선택 앞에서 모두는 모순적이다. 이러고 싶으면서도 저러고 싶고, 이러긴 싫으면서도 저러기도 싫다.
그러나 사실 마음은 어차피 하나일 뿐이다.
뭘 카지노 쿠폰하든 다른 얼굴의 불행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인정하면 된다.
쉽게 읽히는 책인데 여운은 길게 남는다.
그리고 안진진의 행복이 어떤 얼굴이든 자주 그녀를 찾기를 바라게 된다. 이왕이면 예쁜 모습이길, 뒤따라오는 불행의 생김새보다 매력적이기를.
아, 이 책은 2쇄를 기준으로 표지 색상이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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