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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Sep 14. 2024

카지노 게임 추천 날도 지어질 날도

연재소설

"이영우!"

지하철역 안으로 내려가는 영우에 등짝을 때렸다.

"선배, 지금까지 카지노 게임 추천렸어요?"

그는 놀람과 웃음이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시간을 착각해서 조금 전에 왔다."

"정말? 다행이네. 그냥 갔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아직도 순진해서 그 말을 믿는 건지 순진한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반응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뻥이야. 오랜만에 사람 카지노 게임 추천려 봤다."

그도 나도 어제 만났다가 오늘 다시 만나는 사람처럼 어색함은 없었다.

"밥 먹었어요? 나는 배고파서 손이 떨려요."

그는 떨리는 손을 과하게 흔들며웃었다. 백화점 안에 식당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우리는 지하철역을 벗어나일단 걸었다. 걷다가 김치찌개 전문이라고 쓰여있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김치찌개 그는 순두부를 시켰다.

"선배는 진짜 그대로네요. 아니다. 변했나? 그 성격에 몇 분도 아니고 몇 시간을 카지노 게임 추천리다니."

지금까지 기다린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과 예전에 선배라면 여태 나를 기다렸을 리가 없다는 의문이 뒤섞인 표정이 얄미웠다.

"네가 내 약속을 깨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나보고 무섭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며."

"하하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그는 들켰다는 것을 웃음으로 인정했다. 오리엔테이션 때 무대에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는 나를 보고 저런 여자는 너무 무섭다고 했다는 말을 상현이가 했었다.

"진짜 미안해요. 오늘 일이 꼬였어요."

그의 지각 시작은 계획보다원고가 늦게 끝났다. 그래서 출발부터 늦어진 것이다. 출판사 담당 기자와 지난주 연재분 반응도 듣고 가져간 원고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점심 먹자는 것을 마다하고 일어났다. 그런데 편집장이 복도를 지나가다그를 보고 인사를 한 것이다. 그는 제대 이후, 원고 마감 때문에 편집장과 제대로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약속 있다는 말을 못 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이해해. 신인 작가가 어디 편집장이 부르시는데 무조건 주저앉아야지."

솔직하게 나 같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중요한 미팅 시간,뛰쳐나가지 못하면 영영 헤어지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죄송하다고 외치고 달려 나가는 드라마 주인공을 보면 가지 마. 아니야. 외쳤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연인들을 응원했고 헤어지고 끝난 드라마는 비난했다. 현실에는 없는 얘기를 드라마는 만족시켜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영우와 나는 현실이고 더구나 나는 아무사이도아니다.

"편집장이 군대랑 만화 그리는 거랑 뭐가 낫냐고 묻더라고요."

"뭐라고 했는데?"

"만화가 낫다고 했죠. 군대 생활은 정말."

군대라는 단어조차꺼내기 싫다는 표정으로 밥숟가락을 놓고 물을 마셨다.

내가 산속에 살게 된 사연부터 지난 몇 년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소수의 친구하고만 소통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내 주변에 사람들이 항상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 어디 갔냐고 물었다. 일 때문에 만났던 사람들이지 사실 진짜 친구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대부분 사람도 나를 외향적인 성격에 나서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인정욕구가 컸고 그것을 학교에서 채우고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고 걸으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마음은 외로운 아이였다. 내 속마음을 적는 비밀 일기장이 가장 친한 친구였다.

"연락하는 동창은 있니?"

"바쁘기도 하고 작업하다 보면 전화할 시간도 없고요."

그도 대학 1학년 말에 연재를 시작해서 군에 갔기 때문에 동창들과 소통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영현이와 상현이가 전해주는 소식이 전부였다. 까칠했던 내 동생이 교대에 입학해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에 기뻐했다. 술 잘 마시는 무서운 선배, 선희 소식을 듣고 한 번 같이 만나자는 얘기로 추억을 소환했다.

"학교는 졸업했니?"

"아니요. 지금은 생각이 없어요."

만화 연재도 아직 어렵고 현재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부모님도 설득하지 않고 주변에 누구도 학교 복학을 권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그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돌아가기 싫은 이유에 만화 연재가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고 배울 것이 없다는 건방을 떨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추억 속에 아픔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아니라도 여유가 생기면 졸업은 꼭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포기, 아니면 회피하려는 이유가 그의 미래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마을버스에서 내려 산 길을 올라가려면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했고 그는 다음 주 연재를 위해서 일찍 귀가해야 했다.

"집에는 뭐 타고 가?"

"여기서 버스 두 번 갈아타고 서파까지 가면 아빠가 나오세요."

또 보자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는 지하철역으로 내려왔다. 의정부행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누군가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눈 깜박할 사이보다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지하철타고 가면의정부 역에포천 가는버스가 있어요.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그렇지."

우리는 함께 지하철을 다. 나는 나무상자 같은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지하철 안에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고 당장 화구통을 열고보여 주려카지노 게임 추천. 나는 괜찮으니, 다음에 보여 달라고 뚜껑 여는 손을 막았다. 나하는행동이 그는 자연스러워 보였고 그것이 싫지 않았다.

"그럼,다음에 또 만나요."

"그래. 카지노 게임 추천리는 건 오늘이 끝이야."

집 전화번호는 알고 유치원 연락처도 공유했다. 우리는 둘 다 삐삐도 없었고 집 전화가 소통 수단의 전부였다. 의정부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 버스정류장으로향카지노 게임 추천.

"영우야, 좋아 보여서 나도 좋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미소 짓는 영우를 향해 엄지를 보였다. 그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이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다음 주 원고 마감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나는 마을버스에서 내려 계곡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양식이 다 떨어졌는지 다람쥐가 바쁘게 나무를 오르내리다 눈이 마주쳤다. 안녕, 인사하는 내가 이상한지, 갸우뚱 머리를 한 번 털고 재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침에 이 길을 내려올 때와 달라진 것은 나를 비추는 태양의 위치뿐인데 내 눈과 마음이 반짝인다. 언덕을 올라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속세를 떠나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서는 첫 관문인 일주문이 보였다. 나도 속세에서 묻혀온 때를 벗어던지듯, 옷매무시를 다시 하고 일주문을 통과카지노 게임 추천.

", 이제 와."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을 치고 사찰 입구 공중전화 부스 앞에 앉아 있던 정은이가 나를 보고 카지노 게임 추천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밥 먹었어. 산속에 사는 티 감추려고 분장하고 간 거야."

"진짜? 실망이네. 연애하나 했더니."

정은이는 실망카지노 게임 추천는 듯이 치마바지를 털며 법당으로 들어갔다. 주지 스님까지 알게 되면 주말 외박까지 보고해야 할 상황을 고려한 내 현명한 판단이었다.

천장을 보고 누웠다. 밖에서 들리는 풍경소리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일기장을 바라봤다. 고동색 일기장은 내 속마음을 편지로써 놓은 일기장이다. 짝사랑한 남자들을 포함해서 가족, 가까운 지인들에게 말로는 못 한 것들을 적은 편지들이다. 초록색 일기장은 주로 일상에서 있던 일을 기록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산사에 풍경이나 정은이랑 치킨을 먹다가 들킨 날 등을 적는다. 최근에는 주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적혀있다. 나는 고동색 일기장을 펼쳤다.



k에게

너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돌아오는 내가 너무 비참했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면서 내 마음과 다른 것 같은 너를 확인할 때마다 내가 싫어진다. 정확한 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네 감정도 솔직하게 묻지 못하는 내가 바보 멍청이 같다. 신촌사거리 그랜드백화점 앞에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최루탄과 지랄탄만 나를 반기더라. 너 오늘 집회가 열릴 걸 알고 있었니? 나 그거 피해 다니느라 굴다리를 몇 바퀴나 돌았어. 혹시나 만나기로 한 장소에 네가 나타날까? 그곳을 떠나지도 못하고 눈물범벅으로 돌아왔어. 너를 포함해서 다시는 미련하게 사람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약속보다 내가 우선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시위대 속에 있어도 최루탄을 피해서 나를 만나기 위해서 달려올까? 기대했다. 다시는 연락 안 할 거야· 끝이야. 나쁜 새끼. 내 번호도 지워라.


k를 만나러 갔다가 시위대 속에서 뛰어다녔던 날을 일기장에서 찾았다. 나도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원하고 있었다. 붙이지 못한 편지를 몇 번이나 썼지만 우리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내가 소개팅이라도 하면 몇 달 만에 연락해서 안부를 물었다. 먼저 만나자고 전화도 하지 않으면서 내 연락처를 잃어버렸다고 동생학교까지 찾아가 연락처를 받아 가는 k의 속마음이 더 궁금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지냈다.

오늘 주인공은 영우다. 일기장을 펼치고 영우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영우에게

영우야, 오늘 만나서 너무 좋았다. 너를 마지막으로 봤던 날을 기억하면 마음이 아프다. 긴 시간을 기다려 너를 보고 싶었던 내 진짜 마음이 궁금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오늘 너를 기다렸던 것처럼 무작정 기다렸던 사람이 기억났다. 그날은 울면서 돌아왔는데 오늘은 웃으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너는 변했더라. 더 이상 말라깽이 핏기 없던 소년이 아니더라.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랐어. 남자 같았어. 행복해라.


일기장을 덮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갑자기 k가 보고 싶었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밖으로 나갔다. 한참 동안 공중전화 앞에 서있었다. 시간 되면 전화해 달라는음성을 남겼다. 꼭 해달라고 하기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것이 우리 사이였다. 12시가 다 돼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선배, 잘 들어갔어요? 지금이 통화하기 제일 좋은 시간이라 이제 연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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