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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자타 Apr 28. 2025

카지노 게임 투 헬

이희주(2021), 『카지노 게임 세계』, 스위밍꿀

카지노 게임


지옥의 문을 열고서야 카지노 게임의 세계에 도달한다. 육욕, 욕정으로 말미암은 행위들은 "추잡스러운 짓"으로 치부되지만, 이것들을 수반하지 않고서 카지노 게임을 읊조릴 순 없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의 세계는 모텔의 구조로 지어지고, 생선 비린내와 피 냄새 혹은 이 모든 냄새를 덮어 버릴 락스 냄새를 풍기며, 시체 없는 치정 살인 현장으로 마감된다. "멀쩡하게" 생겼지만 멀쩡할 수 없는 마음들이 살을 뚫고 곪아 터지며 섹슈얼리티를 발현한다. 지옥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 카지노 게임의 세계에 들어설 수 없으니, 누군들 카지노 게임 앞에서 조신 떨 수 있겠나.


카지노 게임은 향기롭지 않다. 육체는 악취의 근원이고 쓰레기의 기원이다. 먹고 싸고 냄새를 풍기는 몸. 어딘가 비리고 시큼하고 축축한 물질을 분비하며, 지린내와 썩은 내를 매일 풍기는 몸. 인간은 균이 득실득실한 이 몸으로 카지노 게임을 한다. 감염을 무릅쓰지 않고 접촉은 불가능하고, 위생적으로 건전한 섹스란 존재할 수 없으며, 쾌락과 고통은 신음과 비명으론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사실을 종종 망각한 채 예쁘고 신비로운 것에 이끌려 헛물을 켠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냄새나지 않는 몸은 없으니, 꽃향기처럼 황홀한 카지노 게임은 꽃과 벌에게만 허용되지 않을까.


냄새는 동물의 영역이다. 문명은 직립보행을 선택하며 후각을 잃었고 대신 수치심을 얻었다. 두 발로 서니 코가 지면에서 멀어지고 시야의 정면에는 생식기가 보인 탓. 그러나 이브의 양 볼이 달아오를지언정 내면의 본능과 충동이 사라지랴. 여전히 콧구멍은 벌름거리고, 자유로워진 양손은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기 위해 뻗어간다. 문명은 금기―근친상간 금지, 동성애 금지, 유아 성욕 발현 금지―로 그것을 억압하지만, 누르는 힘이 클수록 반동은 세찬 법. 향기롭지 않은 냄새들 속에서 벌거벗은 몸들이 "추잡스러운 짓"으로 축제를 벌이니, 바로 여기가 에로스라는 연옥. 카지노 게임의 원형은 짝짓기니까.


그런데 짝짓기조차 여의치 않다. 내가 욕망하는 대상은 나를 욕망하지 않고, 욕망하면 안 되는 까닭에 나는 너를 욕망하며, 이렇듯 엇나갈수록 욕망의 부피는 커질 따름이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돌아갈 곳 없고, 기대한 것처럼 반짝이지 않는, 지저분한 육체로 추잡스러운 욕망을 탐하는 존재들. 닿을 수 없어서 겨우 그 체취만 킁킁거릴 뿐인 선택받지 못한 추한 얼굴들과 원하지 않은 선택에 상처 입고 절름거리는 영혼들. 이들로 이루어진 카지노 게임의 세계는, 그러므로 어긋나고 미끄러지고 파열하고 부패하는 요지경이며, 축축하고 눅눅하고 덥고 뜨겁고 그리하여 냄새나는 여름이 제철일 테다.


몸 가진 존재의 민낯은 아름답거나 깨끗하거나 단정하지 않다. 카지노 게임의 세계가 베일로 삼는 비밀은 하등 신비로울 게 없고, 이미 생긴 얼룩을 지우려 아무리 표백제로 닦아도 흔적은 남기 마련이다. 억눌린 충동은 죽음을 예고하지만 늘 그렇듯 어리석은 인간은 경고등을 무시하고 액셀을 밟아 결국 자타를 파멸한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이어지고, 진실은 떠도는 소문에 한 숟갈씩 얹어있을 뿐. 흩어진 파편을 뒤지는 탐정의 이야기는 보잘것없고, 새로 쓰인 또 하나의 신화는 섬뜩하나, 어쩌면 그것이 카지노 게임의 본질은 아닐까. 그러니 카지노 게임 투 헬. 카지노 게임하는 자 반드시 지옥의 문 두들길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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