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걸음
고등학교 때 펜팔(pen-pal)을 해본 경험이 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거 같지만 당시 [소프트메신저]라는 플랫폼이 나온 직후여서 호기심에 가입을 했더랬다.
온라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익숙한 편은 아니었지만 특정한 주제와 기준을 가지고 생성된 방이 존재했고, 거의 매일 접속하다 보니 제법 친해진 사람들이 생겼다.
나와 펜팔을 하게 된 아이는 쿠웨이트에 거주 중인 동갑내기 여자였다.
자세한 사항까진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이민을 가게 되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여러 명이 존재하는 방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나중에는 1:1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정확히 어떤 대화를 나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척 즐거웠던 거 같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도 알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대화를 나눴고 실물 편지도 몇 번 주고받았다.
나중에는 직접 실로 만든 팔찌까지 선물로 받았으니 제법 친한 사이였던 게 맞지 않을까?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썸이었을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단호히 No!라고 말할 수 있다. 결코 아내가 이 글을 읽을까 봐 그런 게 아니다. 정말이다.
나중에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어졌는데, 아마도 소프트메신저에 접속하는 게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아이와의 대화도 점차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사이도 아니잖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문제도 하나 존재했다. 설령 우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더라도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을 거다. 당시의 난 여자 앞에만 서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온몸에 땀이 흐르는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덤으로 말도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차라리 온라인으로 대화 나눈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펜팔에 대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던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덕분에 새로운 재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키보드만 있으면 워리어로 변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것. 일명 온라인 카지노 게임워리어의 탄생이렷다.
펜팔을 하다가 갑자기 웬 온라인 카지노 게임워리어 타령이냐고?
당시 소프트메신저 상에서 난 나름 센척하는 캐릭터였던 탓이다. 실제로는 못할 말도 키보드와 채팅만 있다면 자유자재로 변신 SSAP가능.
어느 날엔 스윗한 펜팔남이다가, 어딘가의 단체온라인 카지노 게임방에선 분란유발자. 사람들에게 주로 듣던 말 중 하나는.
[너 나중에 정모 꼭 나와라. 어디 얼굴 보고서도 지금처럼 할 수 있나 한번 보자.]였다.
사실 말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워리어지 지금의 악플 수준에 비하면 귀여운 아기 걸음마 수준이었달까. 게다가 채팅에 응하는 이의 수준도 어느 정도 예의를 잘 지키는 편에 가까웠다. 어쨌건 난 주관적으로 아주 유명한 키워였음을 자백한다.
-펜팔 얘기하다가 갑자기 뭔...
사실 소프트메신저를 떠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더. 큰. 자. 극이필요해서였다.
나를 담기엔 소메(줄임말)는 너무 작달까. 좀 더 메이저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워리어 활동이 하고 싶었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1:1로 그대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배틀을 청할 순 없었다오.'
나의 장점은 다대일에서 드러나는 관계로 일기토는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시간이 좀 더 흘러서 발전된 형태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게임+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결합된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도 출시됐다.
'마침내 올게 왔구나.'
온라인 게임에서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워리어짓이 가능하려면 일단 게임도 어느 정도 잘해야 했다.
게임도 못하면서 손가락으로만 털기엔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니까.
게임으로 한번 농락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두 번째 긁는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온라인 게임 속 참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워리어의 모습인 것이다.
물론 상대방은 두 배 이상의 고통 속에 빠져들 것이며 부가적으로는.
우리 부모님의 안부와 건강을 물을 것이요.
나의 인적사항 등에 대해 심히 궁금해할 것이다.
가령 "야. 너 어디 살아? 지금 우리 만나. 당장 만나." 같은 상황이 자주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찾아와도 당연히 단 한 번도 응한 적은 없다.
실제로 만나서 허접한 나의 피지컬을 선보일 자신도 없을뿐더러 현실에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주어지지도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인 나의 능력엔 많은 제동이 걸리는 탓이다.
슬프지만 우리의 인연은 온라인에서만 유지합시다.
되도록이면 부모님 안부대신 나의 안부로 대체하도록 할 테니 질문의 수위도 조금만 낮춰주시기를.
'왜 저러고 살았을까...'
하지만 여전히 내 본질은 40대가 되어서도 크게 바뀐 게 없는 거 같다. 대상과 플랫폼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내 눈앞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놓여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처럼 가족이나 화자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정도랄까?
아이들도 있는 마당에 그런 소리를 듣는 건 꽤나 부끄러운 일 아니겠나. 참으로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아 달라진 점도 있구나!'
예전엔 생각의 흐름이 상대방에 대한 조롱이 기본 베이스였던 반면,
지금은 존중에 더 가깝다.
소메를 떠났을 때처럼 더 이상 누군가를 긁는 행위 따위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않게 된 탓이다.
대신 이제는 남이 아닌 스스로를 긁는 중이다.
남을 조롱했더니 결국 40대에 백수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설마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맞나?)
이제는 정말 반성만이 살길이다.
스스로에 대해 회고하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그러다 후회 한 스푼도 첨가하고.
결과로써 글을 남긴다.
10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나를 반겨주는 건 역시나 모니터 화면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뿐인가.
헛헛한 마음을 뒤로하고 과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워리어 출신이었던 과거를 세탁해 본다.
하고 많은 출신 중에 하필이면 키워라니.
50대가 되었을 땐 키워 대신 자랑할 수 있는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의 바람을 담아 담아서 조촐히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