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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밥을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반응은,
?
였다.
'밥은 보조적인 역할 아니야?'
고기를 먹거나 맛있는 반찬을 먹을 때 곁들여 먹는 사이드 메뉴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밥의 맛을 알지 못하던 나로서는 평생 이해하지 못할 얘기로 가벼이 흘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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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늘 밥 왜 이리 맛있지?"
오늘 아침밥을 먹는데 꿀맛이 아닌가.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잘 만들었다.
냉동 야채믹스를 웍에 달달 볶다가 밥에 굴소스를 첨가했을 뿐인데 너무나도 맛있는 게 아닌가.
순수한 밥 한 공기가 아닌 볶음밥이었지만 '역시 밥은 맛있어.'
몇십 년이 흐르고 나니 예전 중학교 때 쌤이 얘기했던 '밥맛'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된 느낌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된 것. 정확하게는 깨우치게 된 것이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40대가 되어서야 밥에 대해 몰랐던 진실을 깨달았다.
비슷한 깨달음으로는 '국물'에 대한 맛도 알게 됐다는 거다.
보통은 국물 없이 먹는 걸 선호하던 터였는데(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상태를 뜻함),
국물요리를 좋아하는 아내를 만난 덕에 정기적으로 국물을 흡수하도록 몸이 변해버렸다.
왠지 이제는 국물이 없으면 살짝 아쉬운 느낌마저 든다.
넷플릭스가 SBS와 제휴하니 볼 게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추억을 건드리는 콘텐츠가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20여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작품이건만, 섬네일을 보는 순간 과거로 돌아갔다.
전체회차를 챙겨보진 못했지만 드문드문 본 기억은 있던 터라 바로 1화를 클릭했다.
"맞아 맞아! 저랬었지."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화질은 구렸지만 추억은 선명해졌다.
그렇게 홀린 듯이 몇 회를 이어서 시청했다.
내 눈에는 스토리보다도 생활방식이나 주거형태 그리고 외식, 데이트, 가족형태와 같은 부수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불과(라기엔 24-5년 전은 먼 과거이려나) 20여 년 사이에 참 많은 게 변했구나.'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숙생'의 모습이 표현되고 있었으며,
다 같이 모여 TV를 시청하는 모습도 보이고,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을 남녀관계에 대한 묘사도 있었다.
멍 때리며 같이 시청하던 아내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쳤어. 저게 말이나 돼?"
극 중 노주현 씨의 아버지로 등장한 노구(신구) 할아버지가 아파트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베어다 트리로 만드는 에피소드였다.
"와! 권오중(씨) 역할 쓰레기네."
극 중 권오중 씨는 이웃집 여자가 슬립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며 환호성을 질렀고, 하숙집 카지노 가입 쿠폰 딸의 패션을 보고 "쌔끈하네!"라며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딸에 대한 품평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만약 지금 비슷한 콘셉트로 제작한다면 뭇매를 맞았을 거다. 아니 애초에 제작을 못했으려나.
20여 년의 흘러간세월은 지금과 과거 사이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엔 별 거 아니었을 수도 있었을(혹은 희화화가 가능했던) 일상이,
지금은 절카지노 가입 쿠폰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변화되었다.
'올바른 가치관이란 것도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변화되는 것 중 하나일 뿐은 아닐까.'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는다면 내가 생각하고 쓰는 글 또한 누군가에겐 실소를 자아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도 읽어줘야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재밌었다.
매화가 특별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친근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흡입력이 있었다.
어쩌면 '평범함'이라고 여겼던 것 속에 '특별함'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아는 맛이 무서워."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쭉- 먹어왔던 음식을 다시 맛볼 때 행복함을 느끼는 듯하다.
"파블로프의 개..."
"뭐? 지금 나보고 개라고 한 거야?"
"그런 게 아니라 난 좀 새로운 거 먹어보고 싶은데."
"됐어 된찌나 먹어!"
결국 오늘도 된장찌개인가. 맛은 있는데 신선함이 없잖아.
분명 맛있는 한 끼는 맞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래도 나는 '특별한 맛'을 추구하고, 아내는 '카지노 가입 쿠폰하지만 익숙하고 맛있는 맛'을 추구함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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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글에 맛이 좀 부족하다. 난 차라리 저번처럼 일상소재로 쓰는 게 나은 거 같은데."
"너무 카지노 가입 쿠폰하지 않아?"
"글쎄. 쓰는 사람 맘이겠지만 굳이 특별한 상황을 짜낼 필요가 있나?"
그래서 많이 카지노 가입 쿠폰하게 써봤다.
"너무 밋밋하지 않아?"
"카지노 가입 쿠폰한 게 좋다며."
"내가 말하는 평범과 오빠가 이해하는 평범이 다른 게 아닐까?"
언제는 카지노 가입 쿠폰하게 쓰라놓고선 다시 또 돌려까다니.
확실한 건 내가 생각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란 건 너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어 보이게 표현이 되는 거 같다.
마치 내가 된장찌개를 먹을 때의 마음가짐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려나.
반카지노 가입 쿠폰 아내가 된장찌개를 대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매번 먹는 된찌에서도 국물의 되직함과 풍미와 건더기 양의 조화를 민감하게 구별할 수 있다.
"오늘은 두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묽어졌어." 라거나,
"청양고추가 빠져서 그런가 풍미가 좀..." 일 때도 생기며,
"된장이 좀 오래돼서 그런가 쿰쿰해." 도 있었다.
그에 반해 그다지 관심 없는 된찌 앞에서 난 그저 숟가락을 들어 억지로 입안에 넣었을 뿐이다.
'어라라? 이거 이거... 아내가 말하는 게 이런 거였나?'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일차원적이구나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위에서 언급한 시트콤의 작가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의 시선에는 선연한 차이가 존재했다.
어쩌면 아내가 말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함이라는 건 얼마큼 '관심'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였으려나.
애석하게도 이러한 부분은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생기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내게도 아내의 된장찌개 사랑처럼 애정하는 무언가가 존재하지는 않을까?
그녀에게는 특이해 보일지라도 내게는 평범하게 느껴지는 무언가.
그렇구나.
평범함 속의 특별함이란 건 다른 이의 시선이 아닌 내가 익숙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 찾아지는 건가.
한마디로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거 맘카지노 가입 쿠폰 써볼게요."
언제는 마음 가는 카지노 가입 쿠폰 안 쓴 적이 있던가.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늘 먹던 카지노 가입 쿠폰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