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준, 독설록
영화든, 책이든, 여하간 서사가 존재하는 컨텐츠를 시작할까 말까 고민될 때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먼저 본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 읽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어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여운이 유독 길 때, 혹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이 다시 떠올랐을 때에도 그렇다.나만 그런 것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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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이 인생의 전부였던 왕년의 추억을 덧대는 사람들이많다. 단지 대중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어느 누군가에게는 가슴속에 묻어둔 무료 카지노 게임을 현재진행형으로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게 유독 기꺼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대로, 아직 영화는 끝나지 않았다. 실은 만화도 소설도 애니메이션도 드라마도 끝날 때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뒤의 시간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나누면 좋을지 고민하다 오랫동안 수집하고 기록하며 몰래 좋아라 하던, 영화, 만화, 장르소설 속 쓴소리, 이른바 '독설'로 포문을 열기로 했다. -10쪽
내게도 그런 무료 카지노 게임들이 많았다. 한참 온갖 종류의 컨텐츠를 걸신들린 듯이 먹어치우던 시절에는 읽고 보고 씹어 삼키는 데 바빠 그것을 즐길 때 느꼈던 것을, 감수성이라 부를 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어쨌든이성이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놔두었던 미개척지 같은 그곳을 나름 일구어준 무료 카지노 게임들의 목록이라도 꾸준히 기록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한두 번 느꼈던 게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열 살이 조금 넘었을 때였나, 엄마의 친구분이 하던 아파트 상가의 조그만 서점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읽었던 때가.
요즘으로 치면 엉성한 스샷(아니 근데 정말 의문이네. 그걸 어떻게 공수했던 걸까) 이미지에대충 간추린 대사만 따 와서 만든 해적판이었는데도 그 세계관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다.
한편으로는 집에 돌아오면 또 홀린 듯이 뒤마의 소설을 읽고 키다리 아저씨를 읽었더랬지. 그런 다음투명 인간을 읽으면서 손을 꾹 틀어쥐었던 그 아이는 여전히 여기 살아 있는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순종적으로 나이는 들어가고 있을지언정.장르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취향은 이미 그때부터 길러졌던 듯싶다. 누가 좀 알려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저 제목과 마음에 남았던 단 한 문장만을 남겨놔도 괜찮다고, 그게 훗날 너의 보물이 될 거라고.
그러니 이렇게 착실하게 본인의 독서력을 소환하여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낸 사람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또 유치한 질투심이 샘솟는다는 사실...
크리티크 아트리움, 환상 속의 그대에게, 비정성시대유감, 내 낡은 서랍 속 테라리움. 이렇게 네 개의 서랍 안에 에담긴 이야기들은 종종 따갑고 맵다. 애초에 중의적인 책 제목을 감안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그 비판의 대상이 나 자신처럼 여겨져 흠칫무료 카지노 게임 순간들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 답을 내고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며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오랫동안 대세가 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어딘가 존재할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꾸며 적당한 판타지를 덧대고, 표지 역시 건물 하나 띡 세워 출간하는 책도 필요할 테지만, 이렇게나 많을 필요는 없다. -31쪽
여기서 최근 줄지어 출간되는 도서들의 경향을 무료 카지노 게임해 보면 이 문장이 무엇을 지적하는지는 너무 투명하게 보인다.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는 개인의 자유지만, 분명 무료 카지노 게임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지적임에는 틀림없다.
"원하는 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동시에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와 해설이지, 어느 개인의 소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저자는 "일종의 타자 시점의 결여"로 분석한다. 이들에게 평론이라는 타자의 시점은 완전히 무의미해진 것이다. 그러니 매번 인생 같은 막연한 걸 걸고 '인생맛집'이니 '인생영화'니 해가며 점점 더 센 표현으로 상찬만 거듭할 따름이다. -105쪽
대략 이러한 어조의 글들이 쭉 이어지는데, 어떤 독자들은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바로 위에서 인용한 '타자의 시점'을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객관적 정보'만을 원하는 독자라면 분명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점차 통용되는 '객관적 정보'량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면 그것이야말로 한 사회의 종말을 예언하는 지표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은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다.
타인에게는 정보만을 원하고, 내게서는 이야기를 가져가 주길 원하다니. 그거야말로 불공정 거래다. 내게 공감해 주기를원한다면 타자의 감정과 주장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온당하지 않은가. 아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확 솟구치는데 이거야말로 라떼라는 증거이지 싶어 이쯤에서 입을(literally 손모가지를...) 닫아야겠다.
아무튼 이것은,
표지에 쓰여 있는 그대로 毒 따가운 쓴소리 독설을 모아둔 독설록일 수도 있고, 읽은 책들에 대하여 남긴 기록 讀설록일 수도 있는 책이다. 어느 쪽으로 읽어도 좋은 책이라 무료 카지노 게임한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책들에 대하여 노스탤지어적 감상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