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 마지막 4.3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면서
이번 주 월요일(31일)부터 내일(4월 4일)까지 내가 담당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제주 4.3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4.3에는 수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정년이 도래한 것이다.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4.3 수업을 해 온 나로서는 올해 4.3 수업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77년 전의 비극이 2025년 이 이상한 나라에 사는 고 1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능하다. 다만 같은 땅에서 일어난 참담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잊히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일 뿐이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본다. 민감한 문제들이 많아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것이 마치 지뢰밭을 지나가는 것 같지만 이 또한 교사인 나의 몫이다.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지평은 사실 그리 넓지 않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넓을 수가 없다. 우리 시대와 우리 교육이 이들에게 자행한(?) 일들을 고려해 본다면 현재의 이 아이들이 가진 생각도 그저 고마울 뿐이다. 수업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고 1까지 학교에서 4.3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우리 교육에서 4.3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영역인 모양이다.
외세에 의한 침탈과 해방, 그 과정에서 생겨난 내부의 혼란, 그 혼란이 가져온 극단적 분열과 그 과정에서 생긴 씻을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을 한 시간의 수업으로 모두 알려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빌미로 이런 교육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한 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우리의 시대정신(/@brunchfzpe/2044)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