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으로 근무했던 4년 동안 나는 도교육청에 참으로 많은 민원을 제기한 기억이 있다. 심지어 교육부에도 그리고 국회의원 사무실에도 민원 전화를 자주 했다. 민원을 제기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단 하나였다. 학교를, 그리고 교사를 하위 기관의 공무원으로 생각하는 상급기관과 관료 혹은 같은 교사 출신 장학사들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학교도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서열 구조 속에 있고 동시에 그 구성원인 우리도 국가 공무원의 서열 체계 속에 있는 것이 맞다. 그래서 당연히 학교는 공적인 기관 서열상 최하급 기관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함도 인정한다. 그 학교에서 근무카지노 게임 교사는 당연히 최하급 기관 공무원의 위치에 서게 되는데, 문제는 그러한 구조적 상황에 기인한 비민주적, 비합리적 문제들이다.
말로는 언제나 수업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하는 교사 역시 최우선의 범주에 있지만, 실제로는 도교육청이든 교육부든 교사를 최하위 기관의 공무원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교육은 교사의 환경과 상황을 절대로 넘어서지 못한다. 분위기가 이러함에도 여전히 입버릇처럼 교육에서 수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다른 나라 사람처럼 하는 관료들과 일부 몰지각한 학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민다.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교육부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반적인 통계 공문이 학교에 도착한다. 예를 들면 며칠 전 도착한 ‘탈북’, ‘다문화’ 학생의 숫자를 묻는 공문이 있다. 이 업무를 담당한 교사는 각 반 담임들에게 조사를 부탁하는데 문제는 이 방법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지만 교사에게는 이 업무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수업 중 틈틈이 챙겨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다문화이거나 탈북 가족임을 밝히기 꺼리는 학생들도 있어서 현재 학교 규모(고등학교 26 학급)에서 이 통계를 완성하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들고 교사는 이 일로 당연히 수업 준비 시간을 뺏기기 마련이다. (아주 단적인 예시일 뿐이다.) 그렇다고 사실과 다른 통계를 보낼 수도 없다.
사실 ‘탈북’이나 ‘다문화’는 학교에서 교사가 직접 조사하는 것보다 이미 국정원이나 도청, 그리고 각 시·군에서 더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교육부에서 혹은 도교육청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위상의 기관들에게 협조 공문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역으로 교육청에서 그러한 상황을 파악하여 단위 학교에 알려 주어 상호 확인 정도의 절차를 통해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내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나? 왜 학교처럼 말단 기관으로부터 모든 자료를 구하려고만 하는가! 왜 적극적으로 상급 기관끼리 유기적인 협조는 일어나지 않는가!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해 보자면 교육부든 도교육청이든 거기에 있는 장학사(흔히 전문직이라고 칭하는, 하지만 전혀 전문적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들에게 업무의 인수인계는 지극히 요식행위일 뿐이다.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은, 자신의 발령 사항을 보고 그 자리에 해당하는 업무에 대하여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언제나 새롭게 리셋(Reset)된 상태로 그 자리에 배치되어 그 업무 파악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전임자 정도의 업무 파악 능력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거의 몇 개월)을 소비한다. 그리고 1~2년 안에 또 다른 자리로 이동하여 그 업무를 떠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장학사들마다 다시 단위학교 교사들에게 자료 조사와 취합 공문을 보내게 되는데 그 공문의 파악 범위가 전임자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현 직위 장학사와 전임 장학사의 대면을 통한 업무 인수인계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이것은 상급 기관끼리도 마찬가지여서 정부 각 부처 간 업무 협조는 원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부분의 정보 공유는 먼 나라 이야기며 가끔 협조 공문을 보냈다가 의도치 않게 양 기관의 힘겨루기로 비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결국 모든 자료는 말단 기관에서 취합된 자료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교가 그 대표적 말단 기관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신학기에 쏟아지는 각종 계획 공문의 유효성이나 타당성을 다시 한번 따져보자. 공문에 의거한 각종 계획이 신학기, 이 바쁜 시기에 세워지는데, 어떤 계획은 도교육청에서 그 계획을 위한 연수 일정보다 빨리 보고를 요구카지노 게임 일이 자주 있다. 카지노 게임 수 없이 작년 계획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조금 바꾸어 계획을 보고하고 이후에 그 계획 수립 관련 연수를 받는 이상한 일도 자주 생긴다. 뿐만 아니라 몇 개의 계획은 교사의 일상적 업무 범위를 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정말 이 계획을 학교에서 교사가 세우는 것이 타당한가 카지노 게임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또 있다. 학교의 계획이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라 행정실과 교사의 업무가 겹치는데 더러 미세한 갈등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때 교장, 교감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나 국외자처럼 행동카지노 게임 것이 보통이다. 적극적으로 중재할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교장을 거친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갈등 상황에서 매우 적극적일수록 문제는 매우 원만하게 해결되는 경향이 있었다.
교장에서 교사로 돌아와 이제 정년퇴직을 몇 달 앞둔 나의 입장에서, 내가 교사로 출발할 때보다는 학교의 여러 상황은 정말 많은 것이 개선되었고 또 개선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것은, 학교를 대카지노 게임 외부자들의 태도와 학교를 경험한 내부자들의 태도다. 전자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언제나 수업이 중요하며 나아가 교육이 나라의 근본임을 틈나는 대로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로 외부자 그들이 학교와 교사를 대카지노 게임 태도는 그저 공무원 위계의 최하위 조직, 그리고 그 구성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자들(장학사 이상의 소위 전문직군) 역시 학교를 떠나는 즉시 자신이 있었던 학교의 상황을 완전히 잊고 행정가로서, 그리고 상급 기관에 근무카지노 게임 공무원으로서의 태도(?)로 자신의 위치를 결정하고 교사 시절의 상황보다는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미래 교육과 쓸데없이 정교한 교육 정보 시스템, 고교 학점제, 그리고 AIDT로 화려하고 풍성해져야 할 학교와 교육현장이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내가 처음 교직을 시작했을 때보다 오히려 답보이거나 혹은 퇴행하고 있고 동시에 황량해지는 것 같은데 이것은 온전히 나의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