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새벽 1시에 울리는 거실의 집 전화벨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식구들은 모두 집에 있고 각자 방에서 자고 있을 텐데 한밤중의 불길한 전화벨 소리는? 삼촌에게 무슨 일이? 예상대로 삼촌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너무 평온한 질문에 놀랐다. 새벽 1시에 전화할 필요 없는, 전혀 급하지 않은 전화였다. 조카에게 민폐 될까 늦은 밤에 전화할 삼촌이 아니었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삼촌이 낯설었다. 귀가 잘 안 들리거나 삼촌에게서 냄새가 나는 거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바로 당일 회사 근처에 있는 치매센터를 검색해 방문 예약을 했다. 며칠 후 30여 페이지가 넘는 가족 설문지에 답변하고 의사와 면담 후 카지노 게임 추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아직 치매 단계는 아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약 복용을 해야 하는 치매 전 단계였다.
그동안 삼촌의 인지 장애는 모래시계에 한 겹씩 모래가 쌓이듯 보일 듯 보이지 않게 치매 초기를 넘어 중기로 접어들었다. 자주 씻지 않고 상한 음식도 버리지 못하며 방금 한 말도 기억 못 하는 상태에서 시작해 식사 준비, 집안 관리 등 일상 유지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옷을 챙겨 입는 간단한 동작에 얼마나 많은 인지 과정과 근육 활동이 필요한지, 옷을 뒤집지 않아야 하고, 앞뒤를 분간할 줄 알아야 하며, 계절에 맞는 옷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하며, 상의는 단추도 잘 끼울 줄 알아야 하며, 점퍼는 지퍼를 여밀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한 시점에 세탁해야 한다. 한 사람이 일상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고 다양한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이 있는지, 1인분의 삶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와 흔적을 남기는지 절절하게 느꼈다. 지난 몇 년 동안 삼촌은 핸드폰 다루는 방법을 잊었고, 공과금 내는 방법을 잊었으며, 에어컨 조작법을 잊었다. 우리와 함께 지낸 지난 30여 년 이상의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 지내기와 국내외 여행과 생일 등 연례 행사를 잊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키지여행 아닌 해외 자유여행도 하고, 공항에서 다녀오겠다고 전화하던 분이었다. 10여 년 전에는 심장에 문제가 생기자 혼자 119에 전화해 입원하고 시술 들어가기 전 보호자 사인이 필요해서야 병원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매년 연말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형제들 기일, 조카 가족 생일을 새 달력에 써넣으며 일정을 챙기던 분이었다. 노인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독립적으로 살아온 독거노인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바지 벨트 잠그는 데 약간의 문제가 있을 뿐 혼자 옷을 챙겨 입고, 은행 출금도 혼자 하고, 식사 차려주면 스스로 먹을 수 있고, 낙지의 부드러움과 질김을 구분카지노 게임 추천, 세수, 면도도 가끔 하지만 혼자 할 수 있다. 온종일 누워서 자고 티브이도 영상만 보고, 꿈이나 티브이에서 누군가 보면 그들을 만나러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긴 외출을 한다.
지난 초여름 어느 금요일 자정이 넘은 시간, 자기 전에 삼촌도 취침 중인가 홈 캠(CCTV)을 켰더니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마스크까지 챙기고 12시 10분에 집을 나선다. 20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잠은 달아났으니 빨리 운전해가서 삼촌 아파트 단지를 샅샅이 뒤진다. 이럴 땐 너무 빠르다. 밤 1시 넘어 혹시 우리 집에 택시 타고 올지 모르니 빨리 와 있어야 해서 돌아왔지만, 우리 집엔 오지 않았다. 이제는 무사히 돌아오기만 기다릴 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자다 깨어 새벽 5시 홈 캠 알람을 확인하니 삼촌은 새벽 4시경 들어와 아무 일도 없던 듯 주무신다. 어디를 4시간 동안이나 다니다 들어온 걸까. 내가 잠결에 삼촌이 나간 거로 꿈을 꾼 걸까? 나의 시공간도 흔들린다. 나의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식사 차려 드리러 가서 새벽에 어디 다녀오셨냐고 물으니 아무 데도 다녀오지 않았다고. 삼촌은 그 세계에서 이미 넘어왔는데, 나만 아직 그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현실적이지 않은, 현실을 넘어선 것 같은 시간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