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 난임시술과 나의 거취에 대한 판단을 위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임신도, 나에 대해 대단한 발견도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했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세월은 흘러 다시 복직할 때가 되었다. 1년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심이 서지 않았고 복직 시기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또다시 하루종일 긴장상태로 있다가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면 나 자신조차 돌볼 겨를 없이 잠이 들었다가 눈뜨면 출근할 것이고, 그렇게 1년 동안 겨우 재충전해두었던 체력은 금방 고갈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체력의 방전은 곧 정신력까지 영향을 미쳐 다시 예전처럼 자기 비하에 빠진 생기 없고 주눅 든 모습의 나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런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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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전, 겨울방학 중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계획연수가 있으니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은 무겁지만 피할 순 없는 일. 계획연수 전 날, 고생했을 선생님들과 나눠 먹을 간식도 챙기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조금이나마 긍정의 기운을 나눠 드리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온 학교는 그 계절만큼이나 차가웠다. 1년 만에 돌아와 간식을 건네는 나에게 누구 하나 차 한잔도 권하지 않았고, 그저 '얼굴 좋아졌네'라는 말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으로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나를 반기지 않았다고, 나를 챙기지 않았다고 투정하는 것이 아니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생님들의 얼굴과 표정은 피곤으로 찌들어 따뜻한 차 한잔, 말 한마디 건넬 만한 온기도, 여유도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여기는 여전하구나. 나 또한 1년, 아니 반년만 지나도 똑같은 모습이 돼있겠지... 그 생각에 답답함이 몰려왔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 연수가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교장선생님의 모두발언이 있었다. (2023년 휴직 전, 같은 법인 내 고등학교로 전보발령이 나면서 2022년의 중학교 교장선생님과 다른 분이다.) 요지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계는 어려움에 처해있으며, 그래서 교육부는 더 이상 사립학교 따윈 안중에 없다는 것. 그러니 사립학교 교사 신분이 공립학교 교사로 바뀔 수도 있던 그런 시절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말씀과 덧붙여 교사를 보호해야 마땅 한 재단과 법인은 우리 학교 하나쯤은 사라져도 아무런 타격이 없기에 교사들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개개인이 정성을 다해 '카지노 가입 쿠폰'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마무리되었다.
가히 충격이었다. 지금 교장선생님은 카지노 가입 쿠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신 걸까, 아니면 협박의 메시지를 보내신 걸까. 그분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나는 그의 말씀을 통해 명확하고도 분명한 계시를 받은 느낌이었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처럼 미래의 누군가 서재의 책을 떨어뜨리며 나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
R. U. N!!!
10여 년 전, 2013년 겨울방학, 법인연수 때가 문득 생각났다. 교사복지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설파하는 그 당시 중학교 교장선생님 말씀 뒤로 법인 상임이사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선생님들이 힘든 건 잘 안다. 하지만 교사들이 조금만 희생하고 봉사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거라는 말씀. 그때도 적잖이 충격적 발언이었지만 이제 막 교단에 오른 신규 교사로서 뭐라 할 말도 없었고,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교사의 복지는 개선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교장선생님의 발언으로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법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심지어 변화의 의지조차 없다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그런 든든한 법인은 없었고, 지금도 물기 하나 없는 마른행주처럼 바짝 마른 카지노 가입 쿠폰들에게 더 열심히 쥐어짜라고 하는 학교가 너무 미웠다.
순간 배신감이 들었다. 나는 왜 항상 나의 부족한 점만 찾아 변화해야 한다, 발전해야 한다고, 다그치고 자책했을까. 정작 상대방은 노력조차 카지노 가입 쿠폰 않는데 말이다. 오랜 기간 다른 사람의 눈치만 보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느라 정작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오히려 못났다고 욕했던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때, 이제 더 이상 나를 탓하고 할퀴는 그런 일은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고 결정하지 못했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말, 각자가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는 '카지노 가입 쿠폰'! 그 길을 꼭 학교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법은 없겠지.
말씀 받들어, 저는 이제 그만 '카지노 가입 쿠폰'하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