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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Mar 26.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詩詩하게 살자(294)

제294편 : 조태일 시인의 '풀씨'

@. 오늘은 조태일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풀씨
조태일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그곳이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
그곳에 묻히리.

햇빛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
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
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
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면 어떠리.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
그곳이면 어떠리.
그곳이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
그곳에 묻히리.
-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1995년)

#. 조태일 시인(1941년 ~ 1999년) : 전남 곡성 출신으로,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이 시인의 이름 앞에 ‘저항시인’, ‘민족시인’이란 접두사가 붙습니다.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며 서민의 삶을 시로 표현한 시인이라 그렇습니다.
살아 계시는 동안 '소주에 밥 말아 먹는다'는 풍문을 낳은 시인, 이분을 기리는 '조태일 문학상'이 2019년 제정되었습니다.


<함께 나누기

1980~90년대 두 권의 시집을 펴내자마자 금서가 된 기록(?)을 세운 시인, 누가 감시하진 않았지만 몰래 슬쩍슬쩍 눈치 보며 시를 뽑아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당시 한창 김수영 시인과 신동엽 시인의 선 굵은 시가 읽히던 터라 시인의 시집도 같은 굵기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여릿여릿한 시가 쏟아져 나오는 이 시기에 내가 발 디딘 땅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몸속 깊이 파고듭니다.

오늘 시는 읽으면 쉬 이해가 되지만 시인이 숨겨놓은 속뜻은 만만치 않습니다.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 그곳이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 / 그곳에 묻히리"

풀씨는 자유롭습니다. 어디론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풀씨가 내린 그곳이 풀씨의 무료 카지노 게임이듯이 내가 발 붙인 곳이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한편 풀씨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떨어진 곳이 싹트기 좋은 곳이면 거기에 뿌리내리고, 바위 같은 척박한 환경에도 뿌리내리려 애씁니다.

제2연으로 갑니다.

햇빛 쏟아지는 언덕배기든, 소나기 내리 꽂히는 시냇가든, 온갖 짐승이 제멋에 겨워 뛰노는 산속이든,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든 내가 사는 곳이라면 다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언덕배기 시냇가'나 '산속 진흙밭'은 낭만적 감성에는 몰라도 살기 편한 곳은 아닙니다. 허나 '내가 사는 곳'이라면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풀씨가 날아다니다 /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 그곳이면 어떠리"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그곳이 풀씨의 소중한 삶터이고 무료 카지노 게임이듯이, 우리가 떠돌다가 멈추는 그곳이 바로 나의 집,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제 무료 카지노 게임은 원적지 상 하동이지만 30년 뿌리내린 곳은 울산이요, 20년 넘게 삐댄 곳은 경주입니다. 그리고 현재 내가 머무는 또 다른 곳도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됩니다.

도를 닦는 스님에게 본래의 면목과 자성이 '무료 카지노 게임'이듯이, 평범한 우리에겐 내가 사는 이곳이 바로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가진 것 별로 없지만 가벼운 마음, 자유롭게 내 뜻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시인은 단순히 무료 카지노 게임이 그런 곳임을 알려주려 함이 아니라 그런 무료 카지노 게임을 만들라는 다짐을 이끌어내려 이 시를 쓴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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