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기의사입니다. 제가 다시 원래의 필명인 실타래로 돌아왔습니다. 온기의사라는 필명도 좋아했지만 아무래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이름인 것 같았습니다. 1년 전 오늘 저는 핸드폰에 처음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낮에 아기를 출산하고 아기의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고 밤새 울며 글을 적었습니다. 그때 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폭풍 같은 감정 속에서 미치지 않고 정신줄을 붙잡기 위해 글을 적었던 것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종종 언젠가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본인 분야의 글을 적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을 여러 번 들었던 게 스치듯 생각나 그때 처음으로 브런치를 찾아보았습니다. 글 세편을 완성하고 나서 입원 중 작가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퇴원 이튿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실타래는 엉키고 꼬인 제 인생이 생각나서 지은 이름입니다. 그것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필명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굴곡 하나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뿐더러, 만약 그렇다고 해도 아마 사는 게 재미없어 내면에서 스스로 굴곡을 만들어 낼 법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작년에 30주 동안 온라인으로 성서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때 공부를 가르쳐주신 수녀님께서 <카지노 게임을 푸는 성모님과 함께하는 9일 기도를 알려주셨습니다. 성당에 책이 없어 금세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수녀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성당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카지노 게임은 우리가 자주, 오랜 시간 동안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모든 문제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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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종류는 계속해서 더 나열할 수도 있다. 우리 영혼을 숨 막히게 하고 우리를 넘어뜨리며 마음에서 기쁨과 삶에 대한 의지를 없애는 매듭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을 푸는 성모님과 함께하는 9일 기도 중에서
책의 첫 장은 1700년 경에 그려진 성화를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당시의 시대적 전통으로 혼인 성사 중 신랑 신부의 손 위에 리본을 올려놓고 묶었다는데 그것은 부부가 하나의 카지노 게임으로 묶인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혼 생활의 위기로 신부님께 상담을 한 한 귀족을 위해 신부님이 카지노 게임이 풀어지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였고 부부는 다시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성화 속 성모님의 왼쪽에서 천사가 카지노 게임이 묶인 리본을 드리면 성모님께서 이를 푸시고 오른쪽 천사에게는 카지노 게임이 풀린 매끈한 리본이 전해집니다.
카지노 게임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입니다. 이를 푸는 것에 종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카지노 게임을 풀면서 기쁨과 삶에 대한 의지를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글을 쓰게 만들었는지, 그 순서가 반대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1년 전 글을 쓰던 그 순간이 떠올라 다시 이전의 필명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의 실타래도 이제는 꼬이기만 하지 않고 조금씩 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덕이 심한 저는 또 언제 필명을 바꿀지 모릅니다.
오늘은 떠난 아기의 첫 생일입니다. 마음에 비가 내리는 듯해 일주일 간 글을 적지 못했습니다. 남은 원고들이 모두 엉망인 채로 있어 주 2회 카지노 게임하던 글을 주 1회 카지노 게임로 변경하고 휴식을 가졌습니다. 올해처럼 아무런 계획도 다짐도 없이 새해를 맞이한 적은 처음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1년 전 병실에 누워 울면서 글을 썼던 제 모습을 떠올리며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다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제가 카지노 게임 쓰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 밝힌 지인들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중 한 분은 시인이셨고, 한 친구는 드라마 극본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위 지인들이 작가님들로 채워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창작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어 힘이 납니다. 제가 쓰는 글은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출간에 목적이 있지도 않지만 꼭 그래야만 카지노 게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많은 작가님들을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삶의 굴곡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많은 위로와 응원도 함께 받았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마음속 깊이 감사를 전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