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Lago d'Orta, Lago Maggiore
5월이 되자 드디어 지역봉쇄가 풀렸다. 내 체류허가증 신청 절차도 마침 마무리되어서 우리는 시험 삼아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첫 여행지로 고른 곳은 피에몬테 주에 있는 오르타 호수(Lago d'Orta). 시어머니 댁이 있는 알레산드리아에서 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거리라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아메노(Ameno)라는 마을에서 저렴하게 운영하는 오토카지노 게임 추천을 목적지로 정했다. 그날은 구름이 간간이 지나가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피노가 엔진을 손봤음에도 생각보다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도 80km/h가 최대였고, 거기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경사가 심해지자 차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고 금방이라도 시동이 꺼질 듯 심하게 덜덜거리기 시작했다. 거리만 생각했지 고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불찰이었다. 오르막길에서 시동이 꺼져 사고라도 날까 봐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괜찮을 거라며 나를 안심시키는 남편의 옆얼굴도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어서 하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몇 번의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끝에 두 시간 만에 겨우 오토카지노 게임 추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메노는 노란 꽃이 만발한 아담한 공원이 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거리는 한산했고 마을 아래에 있는 오토카지노 게임 추천도 코로나 때문에 방문객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들꽃이 핀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고, 성당에서 가끔 종소리가 들려올 뿐인 평화로운 장소였다.
오토카지노 게임 추천 앞으로 펼쳐진 너른 들판에는 피크닉 테이블이 하나 있어서 낮에는 거기에 앉아 밝고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음악을 듣고 차를 마셨고, 저녁에는 기분 좋게 쌀쌀한 공기를 만끽하며 산책을 하고 짜장면과 라면을 끓여 먹었다. 2유로 조금 넘는 싸구려 마트 와인도 입에 달아 기분 좋게 취했다. 재미있는 일 없이도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그동안 내 마음을 괴롭혀 온 의구심과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마음의 평화는 결국 환경에 달려 있는 거였다.
다음 날, 오르타 호수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캠핑장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었지만 호수까지는 거의 내리막이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먼 거리였지만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아 즐겁게 걸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산길을 걷고 작은 마을들을 통과한 끝에 호숫가에 자리한 귀여운 마을 오르타 산 줄리오(Orta San Giulio)에 도착했다. 마을은 골목골목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고, 코로나로 관광객이 적은 탓에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녹음 짙은 산과 푸른 호수, 산 줄리오 섬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우리 여행의 시작으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오는 길은 계속 오르막길이라 버스를 탔다. 수십 년 다녀 익숙한 길인 듯 좁고 경사진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기사님 덕분에 심장이 무릎까지 떨어진 채로 정류장에 내렸다. 오토캠핑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가 어찌나 반가운지. 저녁에는 날이 쌀쌀해 카지노 게임 추천 내부가 한결 아늑하게 느껴졌다.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돌아가기로 한 날이 되었다. 성당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 건지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깼는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쉬웠다. 남편도 마침 마조레 호수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니 내친 김에 가 보자고 했다. 우리는 이런 일에 쿵짝이 잘 맞는다.
마조레 호수(Lago Maggiore)는 피에몬테 주와 롬바르디아 주의 경계에 세로로 길게 뻗은 호수로 북쪽 끝은 스위스에도 걸쳐져 있을 정도로 크고 긴 호수다. 꼬모 호수보다 크고 가르다 호수보다 조금 작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나도 이때 처음 알게 된 거였다. 이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고, 이탈리아 북부 대부분의 지역에 비 예보가 있었지만 집에 돌아가기 싫었던 우리는 개의치 않고 출발했다. 마조레 호수는 우리가 있던 피에몬테 주에도 걸쳐져 있지만, 우리는 일부러 롬바르디아 주에 있는 호수변 오토캠핑장으로 갔다. 피에몬테 주를 벗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로 표지판의 지역 표시가 바뀌는 순간 어찌나 신이 나던지! 그런데 롬바르디아 주에 들어서면서부터 날씨가 눈에 띄게 흐려지더니 캠핑장에 도착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아.. 정말 이러기야? 싶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그날은 카지노 게임 추천 안에서 쭉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 비좁은 카지노 게임 추천 안에 갇히는 것은 생각보다 답답한 일이다. 앉아 있기도 누워 있기도 서 있기도 뭔가 어정쩡하게 불편한 공간이 카지노 게임 추천이기 때문에, 그 안에 두 사람이 갇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서로가 걸리적거리는 상황이 된다. 프라이버시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 우리는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한 덕분에 그나마 참을 만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카지노 게임 추천로 장기 여행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예전에 복층 원룸에서 투룸 반지하로 이사를 나올 때, 이삿짐센터의 직원이 "여기서 두 명이 살았다고요?"라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던 일이 떠올랐다. 1층에는 테이블 하나, 복층에는 침대 하나만 놓아도 가득 차던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공간은 심지어 그때보다도 훨씬 작아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그럼에도 행복하다는 사실에도. 우리의 공간은 더 이상 작아질 수 없을 만큼 작아졌지만, 우리의 세상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넓어졌고, 이 작은 공간을 가지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탈리아에는 캠핑 금지 구역이 많아서 바닷가나 호수변 등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캠핑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캠핑장이나 오토캠핑장은 많지만 호수나 바다와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늘 가고자 하는 곳 주변에 적당한 가격의 오토캠핑장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나서야 목적지를 정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캠핑장은 ‘깜뻬쪼(Campeggio)’라고 하는데, 카지노 게임 추천를 위한 공간과 텐트를 칠 공간을 모두 갖춘 곳을 말한다. 위치도 좋고 쾌적한 공간과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대신에 가격이 비싸다. 자리뿐만 아니라 사람 수대로 돈을 더 지불해야 해서 우리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오토캠핑장은 ‘소스타 깜뻬르(Sosta camper)’라고 하는데, 시설은 천차만별이지만 사람 수에 관계없이 카지노 게임 추천 한 대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되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날 우리가 이용한 오토카지노 게임 추천은 공용 화장실과 넓은 무료 샤워실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하룻밤에 12유로로,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매우 저렴했다. 하지만 아직 한창인 코로나를 조심하느라 샤워실을 이용하지 않고 일찍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날이었던 다음 날, 다행히 하늘이 맑게 갰다. 전날을 보상이라도 하듯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자전거를 타고 호수변을 둘러봤다. 마조레 호수는 바다처럼 넓고 짙은 푸른 빛이었다. 비가 그친 후 특유의 청량한 공기를 폐 가득 들이마시며 아름다운 호수 풍광과 녹음이 우거진 오솔길, 잘 꾸며진 여름 별장들, 이끼 낀 오래된 돌벽 등을 지났다.
샤워를 못 해서 몸은 찝찝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고, 우리가 직접 사서 수리한 카지노 게임 추천로 이렇게 멀리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참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멀리 가고, 얼마나 많은 풍경을 만나게 될까?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