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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Jan 15. 2025

카지노 게임 내시경

진정내시경


양말을 보면 수면내시경의(진정내시경: 진정제를 사용하여 진정상태에서 시행하는 내시경)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있다. 개인의 성향으로 수면 여부가 잘 되는지 파악하는 일종의 통계학(?)적인 이론이지만,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은 믿지 않고 웃어넘길 뿐이다. 내시경 검사를 하러 오는데 누가 봐도 화려하고 말도 안 되는 옷을 입고 온다면, 십중팔구 수면이 잘 되지 않는다. 딱 봐도 여러 사람이 잡고 검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은 느낌이 다르다.


/@colloky/322


이제는 외모와 패션을 넘어 이름을 보고 추론하기도 한다. 차마 내입으로 ‘성명학’이라고 까진 이야기 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름에 강한 단어들이 있으면 수면이 잘 안 된다. 무, 철, 근, 대, 용 등 누가 봐도 강력한 뜻과 어감을 가진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수면이 잘 되지 않는다. 결과론이 아니냐며 나에게 반발을 하기도 하지만, 검사 전에 느껴지는 싸한 기분은 대부분 맞다. 운전을 하면서도 싸한 느낌을 주는 차들은 대부분 이상하게 운전하는 것처럼, 수년간 내시경을 해오면서 느끼는 촉은 무시할 수 없다.


수면약이 들어가기 전에, 헛소리를 할 까봐 걱정이 된다는 수검자들은 의외로 얌전히 검사를 받고 조용히 끝난다. 본인이 실수를 할까 봐 걱정을 하는 분들은 열이면 열 수면이 잘 된다. 갑자기 움직이고 잠에서 깨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도 대부분은 검사를 잘 끝낸다. 본인도 모르게 거친 욕설을 했던 수검자들도 수면에서 깨고 나면 기억을 하지 못한다. 티비에서 보는 카지노 게임 내시경 장면이나 경험담을 들어보면 과장도 섞여 있고 말이 안 되는 장면들도 많지만 오히려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직장에서 겪는 것들이 티비에서 나오니 얼마나 재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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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본인의 했던 말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의미가 없거나 옹알이 같은 것들을 한다.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분들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도 대꾸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대장 내시경을 하는데 본인의 아들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있었다. 나와 대화를 하고 대답도 했지만, 검사를 끝내고 집에 갈 때는 대화했던 기억이 없단다. 내가 했던 대화는 누구랑 한 것이었을까?


모 티비프로그램에서 내시경을 받는 모습이 나올 때가 있었다. 검사를 끝내고 회복실로 나오는데 모니터를 하지 않았다. Spo2(경피적 산소포화도), 맥박수, 호흡수는 pulse oximeter로 체크해야 하는데 그냥 눕혀 놓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하긴 하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 특별한 문제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카지노 게임 내시경 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지 알고 그냥 재우고 있는지.


p.s - 내시경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생님들에겐 내시경 화면 보다 patient monitor(환자감시장치)를 더 자주 봐야 한다고 이야기해 준다. 꼰대의 말이라고 치부하지 마시길. saturation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고 CPR 칠 때는 늦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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