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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kim Apr 11. 2025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눈 속에 묻혀버린 진실은.....

카지노 쿠폰

1941년 1월 6일. 새벽.


창밖엔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장독대 위로 눈이 소복이 쌓이고 엿공장 굴뚝에는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이상하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 앉던 새벽녘, 카지노 쿠폰이 쓰러져 있던 엿공장 사무실의 창문이 반쯤 열려 있다.책상 위엔 아직 반쯤 마신 잎차 한 잔찢겨진 서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몸에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얼굴. 하지만 그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바닥엔 깨진 잉크병이 엎질러져 있었다.

벽난로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고 창가엔 마치 누군가 서성이던 흔적처럼 소복한 눈 위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공장 안으로....

청소를 담당하고 있연로한 직원이 들어왔다.

그는 이 모습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사... 사.... 사장님... 사장님......"


직원이 경악을 하며 카지노 쿠폰에게 다가서려는 찰나 지만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아니 오늘은 왜 아직 공장 굴뚝에 연기가 오르지 않는 것인가?"


"사... 사장님......"


직원의 절규 소리에 지만이 놀라 카지노 쿠폰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다.


"무... 무슨 일입니까?"

"사.... 사장님이...."


지만의 시선은 천천히 쓰러져 있는 카지노 쿠폰에게 향했다.

그는 놀란 얼굴로 카지노 쿠폰에게 다가섰다.


"아니... 이보게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이..... 이게 무슨 일인가?"


지만은 카지노 쿠폰을 안고 몹시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뒤이어 도과가 들어왔다. 도과는 들고 있던 가방을 놓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뭣들하고 있는 겐가?!! 의원 의원으로 가야지...." 나이가 지긋한 송씨가 넋 놓고 있는 이들을 나무랐다.


"안 됩니다. 이 현장을 보존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까?"


송씨 뒤를 이어 들어오던 일도가 말했다.


"신고를 하자는 말인가?!! 저들의 소행일 수도 있는데?!! 일본의 만행일 수도...."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사고가 아닌 사건 같아서..."

"무슨 얘기들 하는 겐가? 다 떠나 사람이 다쳤네. 어서 의원으로 모시세."

"아니~ 이 추운 날 다친 사림을 이동하는 것도 현장을 훼손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네. 의원을 모셔 오시게~"

"맞네. 어서... 의원을 모시고 오게....."


"이미 늦었습니다. 맥이 없습니다."


카지노 쿠폰을 안고 흐느끼고 있던 지만이 말했다.




“부인… 부인 큰일 났습니다!”

부엌 쪽에서 불을 지피고 있던 순이가놀라 뒤돌아봤다.
고무신도 제대로 못 신은 채 뛰어든 이는 공장 일을 하던 막내였고, 얼굴은 벌겋게 얼어 있었다.

“사장님이… 사장님이… 돌아가셨습니다…!”

“… 뭐라고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엿공장을 향해 달려갔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누기도 전에 일본 헌병대가 공장으로 들이닥쳤다.

“사인은 자살로 보인다.
빚에 쫓기던 상태였다고 주변에서 증언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자살이다.”

서둘러 카지노 쿠폰 옆으로 다가서던 일본 형사는 시신을 흰 천으로 덮으면서 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러고는 이 일본 형사는 서둘러 카지노 쿠폰의 시신을 이송하려 했다.

“자살이라고요? 자살이라니… 그럴 리가 없어요. 카지노 쿠폰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이는 울부짖으며 시신을 붙잡았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서둘러 사건을 정리했고, ‘사고사’가 아닌 ‘자살’로 매듭지으려 했다.

시신이 덮인 흰 천이 들것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눈이 소복이 내리는 거리, 일본 순사 둘이 카지노 쿠폰을 실은 들것을 수레에 싣고 있었다.


이는 결단을 내렸다. 카지노 쿠폰을 무조건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어떻게든 집에서, 사람답게 보내주겠다고.
주저앉아 있던 이가 비틀거리며 그들을 따라 나왔다.

“잠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순사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가족분은 지금 너무 충격을 받으셔서… 시신 처리는 우리가 할 겁니다.”
“가족이라고 했소? 그럼 내 말 들으시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남편을 내려놓으시오.”
“무슨 말입니까? 경찰서에서 필요한 절차가 있고, 사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순이는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당당히 걸어 나섰다.

“명확하다고? 이게 명확한 겁니까? 이 피범벅 된 손이....

몸엔 상처 하나 없이 누운 이 사람이 왜 손에 피를 묻혔을까요? 왜 잉크병이 깨져 바닥에 잉크가 퍼져 있었을까요? ”


그녀는 덮인 천을 벗겼다.
카지노 쿠폰의 창백한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있는 손이 드러났다.


"왜 이 서류들이 찢겨져 있었을까요?"

주변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순사들은 당황한 듯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건 자살이 아니야. 당신들도 알아. 그 눈, 그 손톱 밑에 핏자국… 카지노 쿠폰 씨는 살해당했어.
죽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고, 살기 위해 발버둥 쳤어. 그걸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겠지요?”

한 순사가 소리쳤다.
“시신은 법적으로 경찰서에 인계해야 하오!”

이는 똑바로 그의 눈을 쏘아보며 한 발 다가섰다.
눈발 사이로, 그녀의 눈은 살아있는 짐승처럼 번뜩였다.

“내가 카지노 쿠폰 씨의 아내요.
이 사람의 마지막은 내가 책임집니다.
누가 뭐래도, 이 사람은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 곁에서 보내야 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낮게,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아무리 자살이라 우겨도, 이 사람억울하게 죽었다는 건아내인 내가 압니다.
내 남편은 이렇게 보내지 않습니다. 절대.”

"그래도 시신은 법대로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경찰서에서야 사건을 빨리 끝내고 싶겠지요. 자살이라 하면 편하니까. 하지만 모두 알잖아요? 그 손에 묻은 피가 이 사람의 마지막 외침이었다는 걸...."

"당신이 무어라 말하든 시신은 법대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내 남편입니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이 사람의 마지막은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뭐 하는 건가? 어서 이송해."

"시신은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끝까지 거절하시면 이 일은 이 동네 사람들 눈과 귀에 다 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땐 자살이라던 그 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일본 순사들은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더니 마지못해 비켜섰다. 더 이상은 강제로 시신을 데려가려 하지 않았다. 는 스스로 카지노 쿠폰의 시신을 안듯이 들것을 감싸 안았다.
그렇게, 그녀와 그의 친구들은 눈밭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조용히 길을 터주었다.

카지노 쿠폰의 마지막 길을, 이가 열고 있었다.

시신을 데려와 안채에 안치하자, 아침이 채 되기도 전에 ‘빚쟁이’들이 몰려들었다.
일본인 관리들은 사무적인 얼굴로 말했다.

“고인이 남긴 빚과 체납된 자산 문제로 이 집은 오늘부로 접수합니다.”
“지금 나가셔야 합니다.”

그러자 이가 마당을 향해 외쳤다.

“아직 이 사람의 체온이 남아 있는 이 집에서, 죽은 이의 혼백도 가지 못했는데…
당신들 지금 이게 할 짓입니까!”

그러나 빚쟁이들은 귀를 막고, 문서를 들이밀었고, 이내 벽에 ‘압류’라는 붉은 도장이 찍혔다.


그리고 한 사내가 대문을 들어오며 말했다.


"압류된 이 집은 오늘부터 나의 소유입니다. 그의 대분분의 빚은 나에게 진 빚이므로 이 집은 오늘부터 나의 소유로 넘어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나가 주십시오."


"아직 우리 집 안방 윗목에 내 남편의 시신이 머물러 있단 말입니다. 하늘 아래 이런 법은 없소이다."


이는 통곡을 하며 소리쳤다.


"좋소. 그럼 내 상을 치르는 동안은 안채를 그대로 놓아둘 것이니 잠시 후 날이 새면 들어 올 나의 식솔들에게는 이 불미스러운 관계에 대해서는 함구해 주시오."


순이는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그리하시겠습니까? 아님 당장 끌려 나가겠습니까?"


순이는 카지노 쿠폰의 마지막을 편히 갈 수 있게 지키고 싶었다. 그를 죽어서까지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사람을 편히 보내 주어야 해. 친구들과도 지인들과도 인사는 하게 해 주어야 해. 내 손으로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어야 해 '


"알겠습니다. 이곳에서 상만 치르게 해 준다면 조용히 이 집에서의 마지막을 정리하도록 하지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이었지만 이는 그리 협상을 하고는 꿋꿋하게 상을 치르기로 했다.




춘식이는 안방 윗목에 누운 카지노 쿠폰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불렀다.


"아부지... 일어나. 아부지 춘식이 추워요. 아부지 춘식이랑 밥 먹으러 가요. 네?!! 아부지...."


춘식이 나이 올해 6세 만으로 4세인 춘식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조심스럽게 아버지 곁에 다가온 춘식이는 카지노 쿠폰을 흔들어 깨웠다.


"아부지...아부지....."


아버지를 흔들던 춘식은 이내 눈물을 흘렸다.


"아부지.... 아부지..... 일어나요.. 응?!! 일어나요... 응?!!"


카지노 쿠폰이 힘들게 눈을 떴다.


"아부지...."


춘식은 카지노 쿠폰에게 다가가 카지노 쿠폰을 안았다. 카지노 쿠폰은 작은 목소리로 춘식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춘식은 카지노 쿠폰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바로예쁘게 포장된 선물이었다. 포장을 풀자 거기엔 춘식이가 좋아하는 엿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와~ 엿이다. 춘식이 거예요? ^^"


카지노 쿠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밖에서 춘식의 목소리를 들은 순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춘식 아부지....."


순이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떨어뜨리며 카지노 쿠폰의 옆으로 달려가 앉았다. 뒤이어 들어오던 영이가 놀라 입을 막았다. 순이는 영이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윤철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다시 의식을 잃었다. 순이는 얼른 윤철의 맥을 짚어 보았으나 그 맥이 너무 약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순이는 더 절규하며 울었다.


잠시 후 지만이 조문을 하기 위해 카지노 쿠폰의 집으로 들어왔다.


"제수씨... 계십니까?"

"어서 오셔요."

"제가 거들 일을 없습니까? 조문을 하기 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저.... 춘식이 아부지가 깨어났어요."

"예?!! 그 무슨....."

"깨어나서 춘식이에게 선물도 주고 우리에게 웃어 줬어요."

"그럴 리가요.... 분명......"


지만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맥이 없습니다. 제수씨.... 간절한 마음은 알지만 카지노 쿠폰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아닙니다. 아직 이이의체온이....직 카지노 쿠폰씨의 몸이 이리 따뜻하잖아요?!!"

"제수씨... 아닙니다. 지금 이 온기가산 사람의 체온으로 느껴지십니까?!! 이리 찬데요?!!"

"아닙니다. 분명 아직 살아 있어요. "

"그럼 불러 보셔요. 깨워 보셔요."

"지금은 다시 의식을 잃은 상태입니다."

"아닙니다. 이미 숨이 호흡이 없습니다. 제수씨...."

"아닙니다. 분명 눈을 떴어요. 떴다니까요."

"그럼 제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춘식이 밥도 좀 먹이시고 필요하다면 의원도 좀 부르시지요?"


지만은 카지노 쿠폰의 옆을 지케겠다며 안방 윗목에 앉았다.


잠시 후 영이가 의원을 모시고 카지노 쿠폰의 집으로 들어왔다.


"이 방이에요. 이 방....."


순이가 말했다.

의원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지노 쿠폰을 살폈다.


" 주인장께서는 이미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히 눈을 떴다고요."

" 간절한 마음이 환상을 만든 겁니다."

" 아닙니다. 분명 내가 보았어요."

" 카지노 쿠폰이 이 사람이 그냥 떠날 수 없어서 잠시 가족들을 보고 간 모양입니다."

"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우리 형부였다고요."

" 이미 운명하셨습니다."


순이는 마치 무엇에 홀린 양 넋이 나가고 말았다.

넋을 놓고 있던 순이조심레 윤철의 손을 잡아 보았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카지노 쿠폰의 손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카지노 쿠폰에게서 삶의 온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카지노 쿠폰은 그야말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순이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고는 흐느껴 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통곡을 했다. 한참을 그리 울던순이는 카지노 쿠폰을 바라 보며 생각했다.

'춘식 아부지 도대체 당신에게무슨 일이 있었던거예요?'


영이와 춘식은 그렇게 혼란스럽게 적과의 한 지붕 아래에서 눈물과 이 뒤섞인 가운데 장례를 마쳤다.

리고 장례가 끝나자마자, 이와 춘식이는 집에서 쫓겨나야 했다.
짐을 싸는 것도 허락받지 못하고, 아이 손을 꼭 잡은 채 집 문을 나서야 했다.

그 어떤 살림살이도 챙기지 못하고 빈 손으로 집에서 쫓겨난 이는 아이와 함께 현수 손에 이끌려 친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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