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키소스와 에코
나는 나를 본 적이 없다.
이 마을에선, 누구 그렇다.
창은 최소로 밖을 향해서만 열리고,
모든 그릇은 질감이 살아있는 흙으로 빚어져 있으며
물은 따라놓지 않고 최대한 마실만큼만 꺼내 따라 마신다.
그게 이 마을의 방식이다.
절대로, 자기 자신과타인을비추지 않는 것.
아주 어렸을 적에는 그이유를 물어봤던 것도 같은데
그저 이 마을을 세운머나먼 조상의 가르침이라는 것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어본 적이 없었고,
나 역시 누구의 인상착의나 얼굴을유심히 기억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걸음걸이로, 누군가는 사소한 습관들로 상대를 구별했다.
나는 모두를 목소리로 대충 기억해낼 뿐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모르기 때문에 마을엔 사소한 갈등과 불화조차 없는 것이라며
마을의 어른들은 가끔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는지, 어떤 모양으로 울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그 감정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염없이 걷다 마을 경계까지 걸어갔던 어느 날,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물가 근처에서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처음 보았다.
물이 고여 있다는 건, 무언가를 비출 수 있다는 것이었고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런 장소를 피하는 데는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맨발로 물가를 거닐었다.
맑은 물 위로 하늘이 흔들리고,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형체가 조용히 일렁거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새하얀 다리를 물에 담그고 혼자 물장구를 치며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이상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바라보는 게 마치 죄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가슴이 죄어왔다.
나는 멀찍이 떨어진 나무 뒤에 숨어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바라보았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자유로워 보였다. 물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낯설고도 눈부신 자유로움.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무언가에 쫓기듯 집에 빠른 걸음으로 도착하자마자 옆집에 사는 노인과 마주쳤다.
잔뜩 주름진 얼굴과 손 그리고 편하게 감겨있는 듯한 눈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본 나는 죄를 지은 듯 인사를 건네지도 못한 채그를 바라만 보았다.
그는 다 이해한다는 듯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신경 쓰지 마라. 그런 존재는 오래 남지 않아. 이 마을에서 오래 살고 싶다면, 애초에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이로울 게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모른 척하는 게 좋아."
그 말투는 나지막했고, 어딘가 무서웠다.
그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해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왜 마을에 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존재를 하나의 오류처럼 취급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엮이면 이 마을에 있을 수 없다고, 모른 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방식이었다.
나는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쩐지 매일 수선화가 가득했던 그 물가에 다가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어떤 날에는 있었고, 어떤 날에는 없었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수선화가 잔뜩 피어있는 곳에 제멋대로 누워 콧노래를 부르곤 했고,
물가에서 실컷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또 햇살을 받으며 편하게 잠들어 있곤 했다.
마치 원래부터 이 마을과는 상관없는 세계에서 온 존재처럼 편안하고 제멋대로인 모습이 이상하게도 어울렸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내게 다가온 건 흐릿한 오후였다.
"너 왜 거기서 항상 지켜보는 거야?"
나는 사뭇 놀래 대답하지 못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가까이 다가와 내 표정을 살피더니 말했다.
"엄청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네, 알고 있어?"
그 말은 내 삶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나에 대한 인상'이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내 얼굴을 어루만져봤다. 내 표정이 어땠더라?
심장이 이상하게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가만히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바라보자,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그 말이 뭐가 특별한지 모르겠다는 듯 크게 웃더니 물가로 뛰어갔다.
그날 이후로 나는 물가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여전히 물속은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조금 가까이 앉아서 수면에 비친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대로 누워 햇빛을 바라보고 눈을 감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또다시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엄청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네, 알고 있어?"
왜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내게 자꾸 '알고 있냐'라고 묻는 걸까?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을 아는 건 적어도 우리 마을에선 금기니까.
자신을 알게 되면 타인도 알고 싶어 지고 그러면 결국 마을이 엉망이 될 테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가만히 서있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다 "너는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구나"라고 말했다.
나는 노인의 경고를 잊어버리고 물어봤다.
"너는 너를 본 적 있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항상"
그 말이 이상하고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항상 바라본다는 게 어떤 느낌과 무게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있어서는 안 될 어떤 가능성 같은 것이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수선화를 바라보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아무 말 없이 나란히 내 옆에 앉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노래를 부르고, 나는 조용히 일어날 채비를 했다.
나를 보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또다시 말을 걸었다.
"너는 네가 무슨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
"손, 발과 똑같은 색이지 않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깔깔 웃으며 다시 대답했다.
"아니 전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얼굴에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채물가를 향해 달려갔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만 개의 생각을 애써 무시한 채 집으로 향했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만나고 오는 날이면 수만 개의 질문을 등에 업고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물빛에 반사되는 햇빛과 수많은 수선화와 새하얀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떠올릴 때면 나는 어김없이 물가로 걸어갈 뿐이었다.
어느 날, 물가에 더 이상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며칠을 물가에서 보냈다. 수선화는 시들고, 물은 조금 더 흐려져 있었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마지막을 앉았던 자리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고 문득, 그 순간 비친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흐린 물속에 형체는 분명하지 않지만 누군가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기보다는 나는 이게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익숙하지 않고, 어쩐지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나도 전혀 모르는 표정으로.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작은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자, 그 안에 또 어렴풋이 나 같은 것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나를 보았다. 조금 더 선명하게.
아침이 되자마자 나는 물가로 달려갔다. 밤새 내리던 비는 멈추고 풀잎엔 물방울이 또렷이 맺혀있었다.
수선화는 대부분 시들었지만, 몇 송이만이 빗방울을 머금은 채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다 물가를 바라보았다.
물가에는 여전히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를 향해 웃어보았다.
물가에 비친 내 모습도 같이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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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부터, 나는 이곳에 맞지 않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시들어 버린 수선화 한송이를 손에 쥔 채 물가에 던져버렸다.
흐린 물 위에, 나의 얼굴이 잔잔히 흔들렸다.
그리고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누구였는지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그건, 내가 감히 이름 붙이지 못했던 나였다.
거울을 본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고들 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걸어가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