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내는 우울증이 심한 듯하다,
매일 택배가 들이닥쳤고,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쌓여가는 물건도 많았다.
산더미처럼 설거지가 쌓여있으므로 나는 고무장갑을 꼈다.
카지노 게임는 정원 햇살 따뜻한 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
카지노 게임의 삶은 치매 덕분에 여전히 은혜로워 보였다.
"진짜 멀쩡해 보이죠?"
여자는 오늘도 턱짓으로 남편을 가리키며 같은 말을 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는 시집을 거꾸로 들고 있었으므로 오늘은 멀쩡하게 보이지 않았다.
"가서 '여보'라고 해보실래요? 뭐라 하는지..."
여자가 입가에 비웃음을 잔뜩 걸고 나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나는 고무장갑을 벗었다. 그제야 여자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카지노 게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예기치 않게 카지노 게임에게 다가선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날이 많이 풀렸지요?"
내가 물었다. 카지노 게임는 대답 대신 강 건너 교회를 보았다.
등 뒤에서 여자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모른 척 남자가 들고 있던 시집을 살짝 잡아채고 들쳐보았다.
달달하고 보글거리는 시들이었다. 전처가 쓴 시들인 듯한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여보."
나는 표정 없이 카지노 게임를 불렀다. 카지노 게임가 혼란스럽게 나를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아내를 보았다. 그는 다시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 것 같았다.
"어르신, 바람은 아직 차가워요. 그만 들어가세요."
내가 이어 말하자, 카지노 게임는 한번 더 나를 빤히 보았다.
카지노 게임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뒤에, 나는 시집을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시집을 먼지투성인 책장을 향해 던졌다. 시집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고무장갑을 다시 꼈다. 등 뒤에서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