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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구 Apr 28. 2025

므네모시네의 집

#5 죽음

깜빡 잠들었던 모양이다. 큰 소리에 깬 나는 허겁지겁 1층으로 내려갔다. D가 꼬마를 잡기 위해서 거실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 씻어야 한다니까!


D가 소리 질렀다.


- 싫어! 절대 안 씻을 거야!


T가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씻기 싫어서 난리 치는 거였어? 참! T는 고양이였지.


D에게 잡힌 T는 발버둥을 치다 D의 그림자 속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가 버렸다.


- 얼른 나와! 씻을 때마다 힘들게 할래?


T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계단을 다 내려오지 않은 채 그들을 보고 있던 나를 발견한 D가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곤 그를 향해 다가가자 그의 그림자에 농구공 정도 크기의 구멍이 생겨났다. 칠흑 같은 구멍에서 그를 꺼내 달라고 부탁무료 카지노 게임. D가 허리를 숙여 T를 꺼낼 만큼 유연해 보이지는 않았기에 알겠다고 대답무료 카지노 게임.


구멍에 손을 집어넣어 팔이 거의 다 들어갔을 즈음에 푹신푹신한 털 뭉치가 만져졌다. 나는 그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그렇게 올라온 그는 계속해서 발버둥 쳤고 D는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T를 D에게 넘겼고 귀여운 고양이는 신사의 품에서 어린아이로 변해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한동안 화장실에서는 T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에 화장실에서 뛰쳐나온 T의 모습은 마치 방금 태어나 신이 난 어린 왕자 같았다. 그는 뽀송뽀송하게 마른 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거실을 뛰어다녔다.


- T! 옷 좀 입어.


D가 알몸으로 뛰어다니는 T를 향해 소리쳤다. 천진난만한 꼬마는 신나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고 그 상태로 집 밖에 나가버렸다. D는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쉬곤 방으로 올라갔다. 나는 나체로 뛰쳐나간 T 덕에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한 채 계단을 올라가는 D와 T가 뛰쳐나간 현관문을 번갈아 쳐다보기만을 반복했다.


며칠 동안이나 T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D도 T가 집 밖으로 나가서 오랫동안이나 돌아오지 않는 일은 처음인 듯무료 카지노 게임. T가 집에서 나가고 1주일이 지났을 때 D가 다락방으로 올라와 벽을 두 번 두드렸다.하던 스케치를 멈추고 그를 바라보자 그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나에게 말무료 카지노 게임.


- T 찾으러 갈 생각인데... 도와주시겠습니까?


그의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치고 한동안 그를 빤히 쳐다봤다. T가 집을 뛰쳐나간 날 방으로 올라가는 D에게 당황한 표정으로 문을 가리키며 ‘저거... 잡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그의 대답은 굉장히 태연무료 카지노 게임.


- 괜찮아요. 금방 돌아올 테니까요.


그 뒤로 T가 집에 오지 않아 몇 번을 더 말했지만, 그는 똑같은 대답을 하며 넘어갔다. 아마 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괘씸하다고 생각한 D에게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해주며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 금방 돌아오겠지.


그러자 그는 힘이 없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말하며 울상이 된 얼굴을 억지로 피며 내려갔다. 그가 내려가는 모습을 힐끗 보고는 침대에 누운 채로 물었다.


- 그래서 어떻게 찾을 생각이야?


그러자 그는 멈칫하더니 활짝 웃으며 대답무료 카지노 게임.


- 일단 밖으로 나가시죠.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1층 높이 정도 되어 보이는 오리가 보였다. 뒤뚱뒤뚱하며 날개를 퍼덕이던 거대한 오리가 우리를 바라보며 꽥꽥거렸다. 나는 넋이 나가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눈을 떼지 못무료 카지노 게임. D가 넋이 나간 나를 보더니 손을 아래서 위로 흔들었다. 그러자 몸이 가벼워지더니 순식간에 오리의 등에 올라탔다. D는 허공을 천천히 걷더니 오리의 등으로 올라왔다.


- 얘는 어디서 나타난 거야?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무료 카지노 게임.


- 저번에 이 녀석 둥지를 본 적이 있지 않나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한 다음에야 T를 따라 무료 카지노 게임간 D의 상상 속에서 본 거대한 둥지가 생각이 났다. 내가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사이 D는 나에게 거대한 오리의 이름을 알려줬다.


- 이 녀석의 이름은 U라고 합니다. U. 올라가자!


D가 말하자 U는 순식간에 구름이 머리에 닿을 정도로 날아올랐다. U가 구름 위로 올라가 앉았을 때 D는 U의 등으로 올라왔을 때와 같은 속도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구름 위를 걷는 D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U의 깃털을 붙잡고는 천천히 기어 내려갔다. U의 깃털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바닥을 보며 떨어질 곳을 살피던 나를 보더니 D가 내려오지 말라고 소리쳤고 그 때문에 놀라 잡고 있던 U의 깃털을 놓쳤다. D와 달리 나는 구름 위에 안착하지 못했고 나의 무거운 몸은 구름에 구멍을 만들어 냈다. 점점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구름에 난 구멍 사이로 당황한 D와 씰룩거리는 U의 꼬리가 보였다.


눈을 뜨고 고개를 살짝 들자 어디론가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왼손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땅을 지탱해 앉았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진 골목에서 D가 걸어 나왔다. 그는 나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말무료 카지노 게임.


- 다행입니다. 몸에서 당신을 분리해 내는 생각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당신은 이미 죽고 말았을 겁니다.


나는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물었다.


- 어...? 뭐라고 했어?


내가 그에게 질문하는 순간 옆에서 차가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맙소사. 내가 머리를 부여잡고 앉아있었던 곳이 차도 위였던 것이다. 차를 본 순간 D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사실 부딪쳐도 통과해 버렸겠지만 말이다. 차를 피해 인도로 몸을 던진 후 차도를 한 번 바라보고는 D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D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한 뒤 골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와중에도 내가 눈에 보일 리 없는 사람들은 나의 몸통과 머리를 통과해 지나다녔다.


- 내가 사람들한테는 보이지 않는구나...


조금 씁쓸한 기분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시늉을 하고는 D를 따라 골목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갔다. 골목을 무료 카지노 게임서자마자 눈에 무료 카지노 게임온 것은 땅바닥에 처박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질퍽한 고깃덩어리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나의 몸뚱이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방에 튀어 끈적하게 흐르고 있는 빨간 액체와 말캉말캉한 살덩어리들이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녔고 전신에 분포해 있던 뼈들은 산산조각이 나 어느 부분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D는 나를 보며 안심하라는 듯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 A에게 가져가면 원상복구 시켜줄 겁니다.


D가 한 손에 파란색으로 색칠된 나무 상자를 하나 만들더니 반대 손을 허공에 휘둘러 나의 고깃덩어리들을 담았다.


- 도대체 손짓은 왜 하는 거야?


몸이 산산이 조각난 상황이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나의 몸을 손짓 한 번으로 상자에 담아내는 것이 성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뜬금없는 이상한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돌아온 그의 대답이 더 기가 막혔다.


- 뭔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약간의 장난을 머금은 미소를 하고는 그가 대답했다. 상자에 나의 몸을 다 담아내고 골목에 남은 핏물 자국까지 청소를 마친 D가 조심스럽게 U의 등에 상자를 올리며 나에게 올라타라는 시늉을 했다. U의 깃털을 잡고 올라가려고 했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는 아차 싶었는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나의 몸을 무료 카지노 게임 올려 상자 위에 올려주었다. U가 날아올라 구름과 가까워졌을 때 보라색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D가 상자를 들고 A의 방문을 두드렸다. A는 달그락 소리를 내며 큰 소리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D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A는 D가 들고 있는 상자를 힐끔 보더니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나가 달라고 말했다.


- 오늘은 재료를 가지고 온 게 아닙니다.


D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A는 하던 일을 멈추고 상자를 열어보며 말했다.


- 죽은 지 조금 시간이 지났네. 영혼 조각들이 남아 있지는 않겠어.


D가 머리를 짚으며 A에게 말무료 카지노 게임.


- A! 이건 재료가 아니라 N이라고요. U의 등에서 떨어져서 몸이 산산이 조각났습니다. 살려낼 수 있겠죠?


A는 상자 안에 무료 카지노 게임있는 고깃덩어리를 뒤적이더니 서랍에서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녀를 보고는 D에게 물었다.


- 뭘 찾고 있는 거야?


D는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다시 A를 바라봤다. A는 서랍에서 나뭇가지와 이끼가 자라 있는 안경을 하나 꺼내 무료 카지노 게임 쓰고는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두리번거리던 A가 나를 보고는 다가와 머리카락을 열댓쯤 뽑아 세 가닥을 가마솥에 넣고 나머지는 소중하게 작은 나무상자 안에 담았다. 아마 안경 없이는 내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선반에 상자를 고이 내려놓은 그녀는 안경을 벗어 탁자에 던져놓고는 방 안을 돌아다니며 자루에서 이것저것 꺼내와 가마솥에 털어 넣었다. 가마솥 안에 무료 카지노 게임있는 것을 저으며 중얼거리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것이 끓기 시작하자 A는 솥 안의 검붉은 액체에 나의 몸이 들어있는 상자를 통째로 밀어 넣었다. 상자가 들어가자 검붉은 액체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요동쳤다. A가 재빠르게 소나무 껍질과 알로에, 라벤더라고 적혀있는 유리병에서 가루를 각각 한 움큼씩 꺼내 가마솥에 뿌렸다. 그러자 가마솥 안에서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천장을 가득 채웠다. A가 던져놓았던 안경을 다시 쓰고는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가마솥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나의 몸을 담았던 파란색의 상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던 A는 나의 뒤에 서 있었고 그녀는 나를 가마솥 안으로 밀어 넣었다. 상자에 등이 닿는 느낌이 나자 눈앞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나타나고 답답함이 느껴졌다. 옆으로 누워 몸을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무 벽을 두들기며 꺼내달라며 소리쳤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A와 D가 상자를 열어주었고 빛에 적응하지 못해 눈을 뜨지 못한 채로 몸을 일으켰다. 잠시 뒤, 빛에 적응하고 상자 안에서 나온 나는 가마솥 밖으로 기다시피 나왔다. 가마솥을 벗어나서는 D와 A를 보며 말했다.


-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A는 몸뚱이를 벗었다가 다시 입어서 그런 것이라며 간간이 하늘색 빛이 나는 하얀 액체가 담긴 병을 손에 들려주었다. 적응을 도와줄 것이라는 말을 하고는 D와 나를 문밖으로 내쫓았다. 서 있는 것조차 힘무료 카지노 게임 고민할 것도 없이 하얀 액체를 들이켰다. 처음엔 며칠 동안이나 감지 않은 머리카락을 먹은 맛이 났지만, 이윽고 소나무의 시원한 향과 부드럽고 달콤한 라벤더의 맛이 혀를 살살 달래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짓누르던 힘이 서서히 약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온전히 몸을 되찾았다는 생각에 A의 문을 두드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무료 카지노 게임. 문득 D의 시선이 거실을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몸을 돌려 D의 어깨너머로 거실을 보았다.


칠흑 같이 어두운 색의 머리카락을 한 어린아이가 소파에서 웅크려 울고 있었다. 나는 그가 T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D를 뒤로하고 T에게 다가가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T의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기만 할 뿐이었다. 한참을 울고 난 뒤에서야 잠이 든 T를 D는 아무 말도 없이 품에 안고 T의 방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갔다.


T가 아침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나와 D에게 다가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나랑 같이 가줘.


현관문을 나서며 고양이로 변한 T가 고개와 귀를 늘어뜨린 채로 천천히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회색 담벼락을 따라 점점 골목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갔다. 아주 좁은 골목 끝에 가파른 경사에 녹이 슬고 색이 다 벗겨진 계단 하나가 나타났다. 계단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회색 건물의 옥상이 나왔다. 옥상에는 곳곳에 잡초가 자라 있었다.


옥상에 덩그러니 있던 흔들의자에는 한 명의 노인이 숨을 거둔 채로 앉아있었다. T가 그 노인의 무릎에 올라가 웅크렸고 우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 노인은 잘 먹지 못했는지 뼈가 전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말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얕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D는 T의 눈높이에 맞게 쭈그리고 앉아 그에게 말무료 카지노 게임.


- 마지막을 T가 지켜준 덕에 할아버지는 행복했을 거야.


D의 말을 들은 T가 이내 D의 품에 안기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할아버지를 묻어줘.


D는 알겠다고 답했고 오른팔로 T를 안은 상태로 그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주변의 흙을 끌어모아 그를 덮었다. 왼손으로 흰 국화를 피워내 T에게 건넸다. 왼손에 들린 국화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던 T는 양손으로 꽃을 받아 들고 그의 무덤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나와 D는 그의 무덤 앞에서 한참을 운 T를 기다려주었다.


T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기 위해 T가 앉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그가 입을 떼기를 기다렸다. 오랜 시간 침묵을 유지하던 T가 입을 열었다.


- 집에서 막 나갔을 때는 오랜만에 사람들 구경을 하다가 집에 들어갈 생각뿐이었어. 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 골목으로 바람에 등 떠밀려 들어갔지.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냄새가 풍겨왔거든. 바람을 쫓아 올라가다 보니 그 할아버지가 있었어. 그의 표정에 외로움이 가득했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 생기를 잃은 그의 눈동자는 허공만을 바라보며 죽음을...


A가 언제 왔는지 나와 D의 뒤에서 T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 죽음? 누가 죽었어?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A를 바라봤다. 나와 다르게 D는 표정에 변화 하나 없이 그녀에게 말무료 카지노 게임.


- T가 홀로 죽어가는 할아버지 곁을 지켰습니다. 우린 어떻게 된 일인지 듣는 중이었고요!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 화가 섞여 있었다. 아마 A가 눈치 없이 행동한 덕분인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A는 T에게 다가가 호주머니에서 렌즈 하나를 꺼내어 오른쪽 눈에 가져다 대고는 T의 몸을 요리조리 살폈다. 요리조리 살피던 그녀는 T의 어깨 부분에서 멈춰 유심히 관찰하다가 왼손으로 주머니에 있던 핀셋을 꺼내어 무엇인가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렌즈를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핀셋 아래를 오른손으로 받치며 천천히 방으로 들어갔다.


T는 A의 행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끝마쳤다. A 덕에 중간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진 탓에 다시 물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 D가 일어나 상체를 약간 수그린 상태로 T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를 품에 안았다. D가 자신을 안아주자 T는 다시금 울음을 터뜨렸다. T의 눈물을 조심스레 받아내던 D가 T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 아이스크림 먹을래?


그러자 T는 D를 힐끔 보더니 울음을 참는 듯 끅끅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D는 T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는 손가락을 튕겨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T의 손에 들려주었다.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문 T는 금세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순식간에 변한 기분이 표정에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아이스크림을 들고 방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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