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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아내로 더 이상 살지 않자 내게 찾아온 자유로움 중 하나는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가고 싶지 않은 자리에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나의 선택 없이 무조건 봐야 했고 가야 했다. 지난 20년 동안 늘 주어진 환경 그리고 주어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숨 막히는 눈치 속에서 살아야 했다. 사모가 왜 저래 소리를 들을까 싶어서 나라는 사람을 억눌러야 할 때도 너무 많았지만 결국엔 사모가 왜 저래로 끝나는 상황들이 생기곤 했다.
도대체 사모가 왜 저래? 그럼 사모는 어때야 하는데? 그러는 너는 왜 그따위인데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은.... 교회라는 공동체 목사인 남편을 생각하면 욱하는 성질을 누르고 누를 수밖에 없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얌전히 입 꾹 다물고 살아야 했던 그 불공평한 환경에 20년 가까이 놓여있었다. 욱하고 올라오는 성질 참느라 난 얼마나 가여웠는가.... 사모의 삶은 가여움 그 자체다.
얼마 전 목회자의 아들 딸로 자란 부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한국 목회자의 삶 그리고 그들의 자녀로 태어난 PK (Pastor's kids)가 얻는 트라우마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들 역시도 목회자 자녀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잘 자라야 하고 공부도 잘하고 당연 신앙도 좋아야 하며 조신하고 모범적 이어야 한다는 강박아래 자란다. 내 자식이 성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길 원하는 부모의 바람은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행여 성도들의 입방아에 오를까 아이들의 행동 말투 모두를 조심시킨다.
일반 성도의 자녀로 신앙생활을 했다면 그들은 좀 더 자유로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부모가 목회자라서 보고 겪고 상처받았던많은 상황들이 그들에게우울이라는 감정으로, 혹은 분노, 때로는 감정 자체를 표현할 줄 모르는 성인으로 성장하게 만든다.내 새끼 태어났을 때는 병원에 없었지만 우리 성도님들 애들 태어났을 때 병원에 가서 축하해 주고 기뻐하며 축복기도를 했다는말을 서슴지 않고 말하는목회자의 설교가 자랑이 되는 게 한국 목회자의 삶이다. 내 가족보다 성도의 가족을 더 중요시 여기고 카지노 게임는 조신히 아이들 챙기면서 튀지 않게 보이지 않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평생 희생하길 바란다.
"우리 엄마는 똑같은 신발을 3켤레 사서 그것만 신어. 굽이 조금 있는 신발을 신었는데 성도 한 사람이 우리 엄마 신발 때문에 시험 들었다고 했거든. 그래서 그날 이후로 엄마는 지금까지 몇 년째 똑같은 신발을 신는 거야.아무런 장식이 없는 밋밋하고 굽이 없는 신발 말이야."
언젠가 내가 잘 아는 PK 가 내게 해준 이야기다. 개성도 취향도 성도의 안위를 위해 버려야 하는 게 카지노 게임의 삶이라면 그게 삶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그런 그들에게 누군가는 사모들에게 천국에서 하나님이 준비하신 큰 상을 기대하라고 한다. 위로치고는 참... 무책임하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사모가 아니라 천국에서 큰 상을 못 받겠네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깊은 숨을 들이 마신체 꾹 누른다. 사모도 부르심이기에 그 부르심에 순종해야 한다는 소리도 듣는다. 세상에 부르심이 아닌 게 어디 있는가. 부모가 되는 것도 직장에 다니는 것도 장사를 하는 것도 모두 부르심 아닌가. 하지만 그 어떤 부르심도 목회자처럼 사모처럼 또 PK처럼 눈칫밥을 서럽게 먹으며 감정을 억누르게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교회 밖 내 개인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학교와 직장에서는 사모가 아닌 Professor로 불릴 수 있고 매니저 누구라고 불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종종 친구들 중 "그래도 넌 카지노 게임잖아" 따위의 말을 하는 이에게는 짜증을 내기도 했다. 너마저 나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섭섭함이 깃들어 있었으니까.
내가 원하고 선택한 사람들과 교제 하면서지금은 그 누구도 나를 사모라 부르지 않는다.종종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도 만나긴 한다. 한번 사모는 영원한 사모라면서...카지노 게임 언제부터 해병대였나. 하지만 그들은 모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 나의 감정과 진심을 담아서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오롯이 나만 생각해도 되니까... 더이상 눈치 봐야 할 사람이 없으니까.
너무 슬프게도 20년 사모의 시간은 사실 내게 트라우마처럼 남은 상처들이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사모들에게 목회자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건트라우마가 되어 깊은 생채기를 냈을 거라 생각한다.
엄청난 자유 속에서 나는 요즘 치유를 받고 있다. 성경 말씀을 통해서 또 나를 진정한 친구로 대해주는 한 움큼의 친구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요즘 그런 생각을 해본다.
현직 사모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힐링이 뭐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우선 글을 쓴다. 그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다면... 위로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매우 잘 견뎌내고 있다고. 그리고 너무 참고 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나님은 당신을 원하지 당신의 카지노 게임다움을 원하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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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직 하나님께만 잘 보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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