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서, 새벽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 방콕
<새벽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사실 여행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성매매를 주업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사람들과 그런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인 레오가 주인공인데 아주 성의없이 요약하자면 레오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창녀인 플로이를 사랑하는 이야기 쯤 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것을 정말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 확신은 잘 서지 않는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레오의 사랑은 남여간의 사랑이라기보단 측은지심과 인간에 대한 관심에 가깝고, 플로이 뿐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다른 이들에게도 엇비슷한 시선을 유지한다. 그러니까 레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거리 자체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쏟는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소설 속에서 레오는 전생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전생에도 또 전생이 있고 그 전생에도 또또 전생이 있기에 여러 삶은 늘상 뒤엉켜있다. 나와는 무관할 것 같았던 타인들이 전생에는 나와 부부였고 혹은 원수였던 장면을 보게 되면서 사실은 그들과 레오 본인이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을 알게된다. 하지만 전생에 가까운 사이였다고 해서, 혹은 지금 가까운 사이라고해서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새벽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시종일관 "우리는 내가 아닌 남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그러면서도 난해하지 않게 제법 잘 읽힌다. 중간중간 기묘한 느낌도 들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는데는 문제가 없을 수준이다.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있느냐는 플로이의 질문에 레오는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한다. 그 누구도 본인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 그게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얼핏 여행과는 전혀 관계없어보이는 <새벽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 시리즈에 포함한 것은 쌔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정밀한 묘사 때문이다.
상상이라거나 대강 훑어본 경험만으로 이렇게 서슬퍼런 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알고보니 3년 간의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라고 한다. 역시나였다. 경험에 기반을 두지않으면 이런 그림은 절대 그릴 수가 없다. 어떤 한 구절이나 문장이 아니라 묘사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여러 쪽을 통짜로 엮어 그 장면을 액자에 담아두고 싶게 생생하다.
이런 묘사는 나나에 가보지 않은 이들에겐 별로 와닿지않을지도 모르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는 이들에겐 거의 순간이동의 느낌이다. 눈에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물론이고 그 곳의 공기와 분위기가 책 속에 담겨있어 마치 나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있는 것만 같다.
맞아, 나도 그때 그렇게 느꼈었지. 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그런 풍경 봤었지 하는 감상.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봤던 이에게서 느낄 수 있는 묘한 동질감 때문에 <새벽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내게 무척 소중한 책이다.
당장 방콕으로 떠나 이 책의 묘사와 동일한, 혹은 아주 흡사한 그런 밤거리를 다시 한번 걷고 싶다.
박형서, <새벽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문학과 지성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