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Joyce 4.
"아홉번째타자수는원고를보자마자던져버리더군요.어떤타자수는창밖으로몸을던지기도했으니그야말로난국이었습니다."
열 손가락을 다 접을 만큼 타자수가 교체되었다. 누구도 조이스의 원고를 읽어낼 이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그리스 직원이 가져온 행운이 남아있었는지 비치는 조이스 못지 않은 악필의 타자수를 찾아냈다. 악필은 악필이 알아보는 법. 그는 최초로 조이스의 원고를 어려움 없이 해독해냈다.
인쇄업자를 구하고, 예약자를 받고, 원고를 옮길 타자수까지 구해진 상황. 비치의 눈앞으로 <율리시스 출간의 영광스런 순간이 선명히 그려졌다. 그날, 조이스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조이스는 여전히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유명한 고객이었고 <율리시스 출간의 단 한 부분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고약한 작가였다.
"죄송하지만, 이 색은 아니에요. 표지의 색은 반드시 그리스 블루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표지였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토대가 된 <오디세이아가 탄생한 그리스의 국기 색을 표지의 색으로 하고 싶어 했다. 표지의 색 때문에 출간이 미뤄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이쯤 되면 그녀가 모든 것을 엎어버려도 손가락질할 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치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조이스와 <율리시스의 팬이었다. 비치는 다시 한번 인쇄업자 다랑티에르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표지에 쓰일 그리스 블루의 종이를 찾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프랑스 최고의 인쇄업자인 다랑티에르 였지만 비치의 이번 부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프랑스 내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다랑티에르는 독일로 향했다. 그곳에서 <율리시스의 표지가 될 그리스 블루 종이를 어렵게 구한 그는 비치에게 기쁜 마음으로 종이를 건넸다. 비치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으로 조이스를 찾아갔다.
"좋은 색입니다. 분명해요. 하지만 뭐랄까… 텍스쳐가 이래선 안 될 것 같아요."
비치의 손에서 그리스 블루 종이가 떨어졌다. 조이스의 고집에 두 손 두 발 다든 비치와 다랑티에르는 결국 무료 카지노 게임 방법을 고안해낸다.
"조이스 씨. 이게 마지막 방법이에요. 우리는 흰색 마분지를 파란색으로 인쇄해 사용할 거예요. 아시겠죠?"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는 비치의 제안에 조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 남아 있는 떨떠름함은 더이상 비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한 권의 책이 비치기 시작했다. 파란 마분지 표지에 인쇄된 1.55kg의 책, 그토록 기다리던 <율리시스였다.
천신만고 끝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도착한 <율리시스. 조이스는 세상의 빛을 받지 못할 것만 같았던 자신의 묵직한 작품을 들고 잠시 감상에 빠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치 역시 함께 감상에 빠지고 싶었지만 이미 예약에 명시한 날짜가 한참 지난 후였다. 하루라도 빨리 예약자들에게 <율리시스를 전달해야 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고객들은 드디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서점을 찾아 기다림의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파리에 살지 않는 예약자들에게는 배송을 해야만 했다. 조이스는 친히 예약자들을 위해 포장을 하기 시작했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모든 직원이 함께했다. 그렇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율리시스는 독자의 우편함에 가닿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둘과 달리 미국은 <율리시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뉴욕 항구. 그곳이 <율리시스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미국의 땅이었다. 무슨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금서 판정을 받은 책이 세관을 넘을 수는 없었다. <율리시스는 출간을 하는 것까지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 그 뒤의 일이 어려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비치와 조이스는 고심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앞에 자칭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최고 고객 한 명이 찾아왔다.
"기가 막힌 책을 내어놓고 그 표정은 무엇이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찾아온 것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였다. 이미 <무료 카지노 게임를 예약해서 읽은 그는 조이스의 얼굴을 보고 반가이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조이스와 비치의 표정에 웃음기를 거두고 그들의 고민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 미안하지만 하루 정도만 시간을 주시오."
<율리시스가 미국땅을 밟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헤밍웨이는 하루의 시간을 요구하며 서점을 나섰다. 미국 상륙을 위한 아무런 방법도 찾을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갑작스레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른 헤밍웨이를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헤밍웨이는 다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찾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특히 더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을 보아하니 묘수를 찾은 것만 같았다.
"내 친구가 토론토에 작업장을 하나 만들 겁니다. 그게 완성되면 <율리시스를 그곳으로 모조리 보내요. 캐나다에서는 아직 금서가 아니니 문제가 없겠죠."
헤밍웨이는 원시적이지만 확실한 방법의 밀반입을 시도하려 했다. 토론토에 <무료 카지노 게임가 도착하면 헤밍웨이의 친구가 매일 바지 속에 책을 한 권씩 집어넣은 채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의 작전은 무사히 성공했지만 진행이 너무 더뎠다. 게다가 매일 토론토와 미국을 왕복하자 세관원들은 헤밍웨이의 친구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헤밍웨이는 한 명의 친구를 더 붙이는 강수를 두었다. 이제 두 명의 남자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두 권씩 바지 앞뒤에 넣고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비치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만들던 과정만큼이나 우직한 방법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는 미국의 모든 예약구매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그녀에게받은것에대한감사를표현하려면얼만큼의원고가필요할까요?누구도그질문에는대답하지못할것입니다.심지어저조차도요."
작품에 쏟아진 시선과 말, 그리고 격찬과 모욕. 그것들을 감당하기에 1.55kg의 책은 충분히 무겁지 않았다. 거기에는 두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무게가 필요했다. 두 손 중 기꺼이 한 손을 잡아준 비치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그토록 위험한 일을 담대히 해냈고 <율리시스를 세상에 펼쳐내 보였다. <율리시스가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 제임스 조이스라는 작가의 생에는 깊은 흔적이 남았다. 그와 동시에 더블린의 언어가 완성되었음은 덧붙여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것을 어떻게 갚아야만 할까. 눈은 보이지 않고, 아이는 아프고 여전히 독선적이며 여전히 불안한 내가 어떻게 그것을 갚을 수 있을까?” 조이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율리시스의 원고를 가지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가던 그 날처럼 가방에 원고를 넣고 집을 나섰다. 이번에 가방에 든 원고는 <더블린 사람들의 친필 원고였다. 이 원고가 그녀에게 선물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전해질지도 미지수였다. 그저 그녀라면 이 원고를 가치 있게 간직해줄 것이었다. 그렇기에 선물이라는 포장으로 그녀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까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모습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