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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민 Aug 18. 2018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James Joyc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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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내책은결코나올수없을거라고.그렇게생각했습니다.그녀를만나기전까지는매일그생각으로몸을떨었습니다.”


벌판에 펼쳐내기 위해 시작한 작품이 영미의 대륙에조차 발 들일 수 없다는 현실에 조이스는 좌절했다. 늘 그랬듯이 문제가 되는 부분을 편집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런 작품은 나온다 한들 조이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율리시스는 거의 완성이 되었지만 펴내지 못한 작품은 일기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미 안 좋아질 만큼 안 좋아진 눈 상태는 조이스의 좌절을 부추겼고 빛이 막힌 창문 아래서 조이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조이스가 마음이라도 의지할 곳은 예술인들의 파티가 전부였다. 7일에 한 번 찾아오는 그 날의 일요일도 조이스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파티장에는 이미 파운드가 있었다. 조이스는 파운드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 파티의 분위기가 올라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함께 식사를 나누었지만 술을 마시진 않았다. 파운드의 짓궂은 장난에도 그저 잠시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볼륨이 높아진 거실을 떠나 책장이 천장까지 닿아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벽 하나가 타인들의 대화와 웃음을 차단 시켜주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책장을 잠시 살피며 책을 고르려 했다. 그런데 그때 벽 하나를 넘어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미국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이미 자신의 얼굴을 아는 듯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보다도 먼저 그녀가 조이스의 앞에 다가섰다.


“혹시 위대한 작가 제임스 조이스 씨인가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녀는 이미 조이스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조이스와 조이스의 작품을 줄줄이 이야기했다, 앞에서 말한 ‘위대한'이라는 수식이 진심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을 하시나요?”


“영미문학 전문 서점을 하고 있어요. ‘셰익 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이름의.”


그녀의 답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조이스는 급히 가지고 다니던 수첩을 꺼내 서점의 이름을 적고 그 아래 위치를 메모했다. 그리고 깜빡했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 저는 실비아 비치라고 해요.”


다음 날, 조이스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향했다. 이름만으로도 걸음을 서둘러야 할 것 같은 곳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주소가 적힌 곳에 당도하니 서점이 있었다. 비치는 반갑게 조이스를 맞아 주었고 서점 안으로 들어선 조이스는 모든 것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휘트먼과 포의 사진. 블레이크의 그림.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까지 살펴본 조이스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이 이어졌다. 비치에게 듣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이야기는 생동감이 넘쳤다. 영미 문학을 프랑스에 소개하려 한 비치의 열망. 그 열망이 빚어낸 이 공간이 아주 작고 아름다운 동화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7프랑만 내면 한 달 동안 이곳에 있는 책을 마음껏 빌려 볼 수 있었다. 조이스는 어쩐지 이곳에 자주 찾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곧장 서점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스스로 예상한 것처럼 조이스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서점을 찾았다. 좋은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조이스의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파리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는 점이었다. 파운드는 물론이고 헤밍웨이 서부터 조지 앤 타일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그곳을 찾았고 조이스는 자연스레 그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서점에 그들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문제는 없었다. 그곳에는 언제나 비치가 있었다. 좋은 감각과 순수한 마음,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할 줄 아는 그녀가 있었다.

그날도 서점에는 비치 혼자였다. 두 사람은 언제나 그랬듯 주제가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비치가 <율리시스의 진행 상황을 물어왔다. 조이스로서는 생각도 하기 싫은 대답이었다.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연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아일랜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조이스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 비치는 아마도 이 서점을 처음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저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율리시스를 출간하는 영광을 누려도 될까요?”


그녀는 조이스에게 있어 가장 좋은 질문을 했다.




비치양이어떤자본을가졌는지,어떤경험을갖추고있는지는중요하지않았습니다. <율리시스조건이아닌열정이필요하였으니까요.”


조이스의 걸음 속도는 파리에 온 이후 최고로 높아져 있었다. 묵직한 가방의 무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율리시스의 원고를 전하고 싶었다. 그런 조이스의 마음 덕에 비치는 모든 일을 서둘러야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쇄업자를 찾는 일이었다. 조이스의 작품은 영국과 미국에서 그랬듯 파리에서도 위험한 작품으로 인식되었기에 무엇보다 먼저 인쇄업자를 찾아야 했다. 모든 계획이 완벽해도 인쇄를 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었다.


비치는 여러 인쇄업자를 찾다가 어차피 어려울 일이라면 가장 이름 높은 이에게 찾아가자 마음먹었다. 대를 이어 인쇄소를 해왔고 프랑스 최고의 인쇄업자라고 소문이 난 인물. 바로 모리스 다랑티에르 였다. 지인의 소개로 만남이 이루어지자 비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감출 것도 없었다. 자신이 위대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작품을 출간하려 하고, 이 작품은 영국과 미국에서 금지될 정도로 위험한 작품이다. 하지만 높은 위험의 자리 옆에는 작품성의 의자가 함께 놓여있다는 것을 비치는 강조했다. 다행히 최고는 최고를 알아보는 법이었는지 다랑티에르는 비치가 제안한 위험한 모험을 손에 쥐었다.


한 번의 설득이 성공하자 비치는 숨겨두었던 악조건의 카드를 슬쩍 꺼내 보였다. 열악한 재정 때문에 독자들의 예약 신청이 들어와야만 인쇄비를 지불할 수 있다는 것. 바꿔 말하면 예약을 하는 독자가 없다면 인쇄비를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랑티에르는 이미 위험 가득한 모험의 길을 선택했으니 물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작품이 비치의 말처럼 위험성만큼이나 작품성 또한 높다면 독자가 없을리 없을 테니까 말이다.


시작이 좋았다. 비치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인쇄업자를 구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출간 기획을 짜기 시작했다. 문제는 위대한 조이스였다. 그는 모든 것을 맡길 것이라 말했던 초기와 달리 책의 모든 것을 자신의 머릿속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했다. 비치를 향한 조이스의 잔소리가 이어진 것도 이쯤부터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영국과 미국에서 겪은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작품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 것인지, 혹은 전달받길 원하는 독자가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초판 인쇄를 최소한으로 찍길 원했다. 선의로 시작된 일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볼 필요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조이스의 요청은 출판사의 대표가 된 비치에게 통할 리 없는 주문이었다.


최소 1,000부. 그것이 비치가 설정한 마지노선이었다. 그것은 손해를 보지 않는 마지노선이기도 했지만 힘겹게 <율리시스를 출간하는 노력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1,000부 완판을 위한 계획을 짜지는 않았다. 단 하나 마음속으로 생각한 방법은 바로 “최대한 당당해지자.”였다. 비치의 생각에 <율리시스의 원고는 단 한 글자도 책을 벗어나서는 안 되었다. 그야말로 무삭제 완전 판. 그것이 비치의 유일한 계획이었다. 독자를 고려하고, 문단의 이목을 신경쓰면서 <율리시스를 출간하는 것만큼 자살행위는 없을 것이라 비치는 믿었다.


조이스는 자신의 작품보다 담대한 그녀의 계획에 놀라고 말았다. 다른 출판인의 말이었다면 정확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되물었겠지만, 그녀의 확신에 찬 목소리 앞에 추가적인 질문은 필요치 않았다. 그녀의 담대함과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에 반한 이는 또 있었다. 그리스 출신의 뮈르신 모스코스는 스스로 서점과 출판일을 돕겠다며 비치를 찾아왔다. 그녀에게 넉넉한 급여를 주지 못할 것 같았던 비치의 만류도 소용이 없었다. <율리시스의 출간 팀으로 그리스 출신의 여성이 들어오자 조이스는 크게 반길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의 기본이 된 호메로스의 <오디에시아. 그것 역시 그리스에서 탄생한 작품이 아니던가.


신이 난 조이스의 표정처럼 비치의 얼굴에도 미소가 올랐다. <율리시스 완전 판의 출간을 알리고 예약구매자를 모으자 신청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초기 예약자의 대부분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의 회원이었다. 든든한 예약자의 명단을 보니 일을 더 서둘러도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비치의 마음과 달리 조이스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단 한 자의 흠집도 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줄 알았던 원고는 너덜거릴 때까지 조이스의 눈을 통과해야 했고, 겨우 통과했다 싶었던 원고도 다음 날이면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인쇄소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원고를 받고자 했지만 조이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비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다랑티에르가 자꾸 이렇게 교정을 늘리면 인쇄 비용이 더 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그렇다고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책에 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가장 닮은 두 사람이 가장 어려운 작업을 시작한 셈이었다.


문제는 비치의 넉넉한 인심과 달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연약해진 눈이었다. 끊임없이 조이스를 괴롭히던 눈병은 하루가 지나면 하루의 시간만큼, 한 장의 원고를 넘기면 한 장의 원고만큼 악화되었다. 머릿속에서 외울 정도로 들여다본 작품이었기에 수정을 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는 상태로 쓴 원고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해독의 영역에 들어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악필 덕에 비치는 수많은 타자수를 찾아다녀야 했다.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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