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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12.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서재 털기 12번- 김욱동 옮김, 민음사 펴냄, 2013-

연일 매서운 날씨다. 겨우내 멀쩡하던 고무나무가 시들시들했다. 입춘이 지나고 더 추워지더니 나처럼 감기에 걸렸나? 그칠 줄 모르는 콧물을 훔치며 화분을 집안으로 들였다. 일찍 옮겼어야 했는데… 밤새 콜록거리다가 아침까지 잠을 설쳤다. 밥 한술 뜨고 약을 먹은 후 다시 누웠다. 소냐가 옆구리에 몸을 말아 붙이고는 고롱고롱 나른한 소리를 냈다. 그녀의 털을 쓰다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꿈결에 밖이 소란했다. 하하하하. 야아~~~ 이리 와. 난리법석이었다.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평소라면 쥐 죽은 듯 조용할 동네가 왜 이리 활기찰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창 너머 침실까지 들어왔다. 가을 논의 참새처럼 포르르르, 짹짹짹. 작은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호기심에 창문을 열었더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지붕과 담 위엔 도톰한 카스텔라가 쌓여 있었다. 내가 이불속에서 뒤척이던 사이 하늘은 부지런히 하얀 빵을 구웠나 보다.


눈싸움이 한창인 아이들처럼 창가의 고무나무도 생기를 되찾았다. 진초록으로 빛나는 잎사귀와 깔깔깔 웃음소리에 나의 에너지 레벨도 급상승했다. 한기가 가시지 않아 다시 이불로 향하긴 했지만, 이번엔 쿠션으로 등을 받치고 앉아 책을 읽기로 했다. 지난주부터 눈에 들어온 문고판 한 권을 허벅지 위에 얹었다. 피로 회복, 자양강장이 될 것 같은 책 ‘노인과 바다’였다.


책장을 펼치니 첫 페이지에 쿠바의 지도가 나온다. 소설의 배경인 멕시코만.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눈으로만 해안선을 좇으며 상상했다. 작은 어촌 마을, 드넓은 바다에 띄워진 조각배, 84일간 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 천천히 노를 저어 이야기 속으로 진입할 즈음 귓가를 울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나는 어느덧 멕시코만이 보이는 낡은 판잣집 앞에 서 있었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노인이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다. 몸은 노쇠했으나 어깨와 목만큼은 힘 있어 보이는 그는 소년이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다. 둘은 함께 저녁을 먹고 야구선수 다마지오와 시슬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화제는 훌륭한 선수와 감독에서 훌륭한 어부로 바뀐다. 소년은 노인에게 “가장 훌륭한 어부는 할아버지시고요”라는 말을 남긴다. 소년은 떠나고 노인은 다시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노인은 홀로 항해를 시작한다. 새벽 냄새를 맡으며 출항한 그는 아침이 다가오는 하늘을 느끼며바다의 일을 헤아려본다.


소년의 생각처럼 노인은 가장 훌륭한 어부였다. 해류의 층마다 정확히 미끼를 드리우고 새의 비행에서 고기의 소재를 식별할 수 있었다. 그는 낚싯줄의 진동으로 바다 밑을 훤히 알고 기다릴 때와 나아갈 때, 인내해야 할 순간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무엇보다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와 관련된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그와 비길 만한 사람은 없었다.


가장 훌륭한 어부라야 가장 훌륭한 고기를 만나는 법. 그날 그는 길이가 무려 5.5미터, 무게는 700킬로그램을 넘긴 청새치와 조우한다. 고기는 불행히 미끼를 물게 되고 노인의 배를 끌고 먼바다로 나아간다. 노인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고기가 지칠 때까지 낚싯줄을 잡고 견딘다. 이때부터 소설은 드라마에서 스릴러로 장르가 바뀐다. 드문드문 코믹도 섞여 있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 노인은 혼잣말을 반복한다. “그 애가 옆에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그 애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겨운 싸움에 지친 그는 급기야 신께 기도를 올린다.


“저에게는 신앙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고기를 잡게 해 주신다면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열 번씩이라도 외겠습니다. 만약 고기를 잡을 수만 있다면 코브레의 성모 마리아님을 참배하기로 약속드리죠. 정말로 약속합니다.”(66p)


대사는 심각한데 무심결에 배꼽을 잡았다. 노인과 내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탈할 때는 제 잘난 맛에 살다가도 힘들면 신께 의지하는 어리석은 중생, 한없이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으려고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보편적인 인간상이랄까.


여하튼 노인의 고난은 계속된다. 왼손에 경련이 일어나고 손바닥이 깊게 파인다.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먹을 것도 없다. 그렇게 삼일 밤낮으로 고생해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빠~밤, 빠~밤, 상어가 나타난다. 후려치고 찌르고 온 힘을 다해 방어하지만, 다음 상어, 또 다음 상어가 나타난다. 결국 노인은 살점을 죄다 빼앗기고 앙상한 뼈만 가지고 돌아온다. 이건, 뭐,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타타타 가사中)인가? 수지맞는 장사인진 모르겠지만 노인의 항해는 스펙터클한 스토리로 가득 찬 인생을 닮았다. 인생처럼 허무하고도 희망차게 소설이 끝나자 나는 음음음 어허허~ 하며 웃었다.


읽을 때마다 달리 읽히는 것이 고전의 매력인가. 예전엔 사자 꿈에 매료되었다면 이번엔 소년과 노인의 우정이 눈에 들어왔다. 해안을 어슬렁거리는 사자 꿈에서 평안을 찾던 나는 이젠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강렬히 끌렸다. 스승과 제자이자 친구인 관계! 부럽다.


소년이 없었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고난의 시간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없었다면소년도능숙한 낚시꾼이되진못했을 터였다. 소년에게 노인은 멘토이자 우상, 그리고 롤 모델이었다. 소년은 돌아온 노인의 상처 입은 손을 보면서 울음을 터트리고 노인은 “네가 보고 싶었단다.”라고 솔직하게 마음을 전한다. 이런 관계를 맺기란얼마나 어려운일인지… 나는 홀로 감동의 물결 속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고 나니 거짓말처럼 콧물이 멈췄다. 이것이 진정한 홈캉스? 저렴한 가격, 효과 만점. 매우훌륭하다. 힐링이필요한 분이 있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바다' 일독!추천드린다. 음음음 어허허~~(주의사항: 타타타에 중독될 염려가 있다)


한 주 전에 쓰기 시작한 글이 늦어져 마무리하는 지금도 창밖에 눈이 온다. 그사이 감기는 다 나았지만, 다시 눈이 쌓였다.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봄이 오기 직전이 가장 추운듯하다. 이 추위에 한 가닥 따뜻한 바람이 되길 기원하면서 ‘노인과 바다’ 리뷰를 마친다.


노인의 꿈에는 이제 폭풍우도, 여자도, 큰 사건도, 큰 고기도, 싸움도, 힘겨루기도, 그리고 죽은 아내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러 지역과 해안에 나타나는 사자들 꿈만 꿀 뿐이었다(27p).

“그 애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은 큰 소리로 말하고 나서 둥그스름한 이물 널빤지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어깨에 가로질러 걸친 낚싯줄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진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큰 고기의 힘이 느껴졌다.

일단 내 계책에 걸려든 이상 어느 편이든 선택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거야,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런데 이놈이 선택한 방법이란 온갖 올가미나 덫이나 계책이 미치지 못하는 먼 바다의 깊고 어두운 물속에 잠겨 있자는 것이지. 내가 선택한 방법이란 모든 사람이 다다르지 못하는 그곳까지 쫓아가서 그놈을 찾아내는 것이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가지 못하는 그곳까지 말이야.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함께 있는 것이고, 정오부터 줄곧 이렇게 함께 있었던 거야(51p).


길 위쪽의 판잣집에서 노인은 다시금 잠이 들어 있었다.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고, 소년이 곁에 앉아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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