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2020). 여름의 빌라. 문학동네.
내게 안부를 물어준 그 '눈부신' 은혜(눈부신 안부, 2023)에 감사하고자 다시 백수린(2020)을 찾았다. 그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니 내가 찾을 수밖에. 카지노 게임 추천 한 권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를 이해하기는 모자라서 찾은 단편집인데, 읽기를 잘했던 것 같다. 각각 다른 시점에 쓴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조각 맞추듯 모아놓은 책을 읽으니 대략 글쓴이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 어떤지 카지노 게임 추천는 어떤 사람인지 공통분모처럼 모아졌다. 그 공통분모란?
〈시간의 궤적〉. 시간이 궤적을 남기던가? 이건 전적으로 사람의 시각일 뿐. 시간은 그저 지나가는데 이를 붙잡는 건 카지노 게임 추천가 하는 일. 이런 카지노 게임 추천을 썼다는 건 그가 필히 그곳에서 생활을 했을 터. 겪어보지 않고 쓰기에는 그래서인지 책 전체를 볼 때 배경이 되는 나라가 주로 프랑스다. 여행을 좋아하나? 그래서일까? 그가 남긴 궤적을 찾아 돌아가 보면, 나는 프랑스에서 주재원으로 있는 언니와 어학원에서 만나 친해진다. 둘 다 외롭기도 하고. 싱글이기도 하고.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이란 쉽게 가까워지지만, 어렵지 않게 멀어지게도 되는데 그건 필경 남자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생긴. 여기선 내게 남자가 생긴다. 이건 아주 큰 변수가 된다. 언니는 귀국이 예견된 사람이고, 난 남자를 만남으로써 귀국 날짜가 가늠하기 힘들어진다. 머물까 말까. 같이 귀국했으면 모를까. 이때 서로 믿고 의지하던 사이엔 분명히 틈이 생길 텐데. 그 틈이 얼마나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 지난 시간은 붙잡히지 않지만 그걸 지켜본 심정은 어땠을까?
〈여름의 빌라〉. 오해와 이해 사이는 얼마나 넓을까? 캄보디아 시엠레아프로 놀러 오라는 메일을 읽고 그곳으로 여행을 간 부부가 있다. 남편 지호와 주아는 젊지만 직업이 불안정한 시간강사. 이런 조건은 그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을 제약한다. 저개발국 캄보디아에서 바라본 그곳 현지인들 생활이 지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그들을 초대한 한스와 베레나 부부와 의견이 충돌한다. 아마, 지호가 쉽게 교수가 되었으면 벌어질 것 같지 않은 대립."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자리가 있고, 각자의 역할이 있어. 거기에 만족하고 살면 그곳이 천국이야. 불만족카지노 게임 추천 순간 증오가 생기고 폭력이 생기지. 증오와 폭력은 또 다른 증오와 폭력을 낳고 말이야. 그게 우리가 지난 반년을 보내고 얻은 교훈이다"(p.65)라고 한스가 말했으니. 이런 선지자 같은 말이 지호를 자극했던 것인데, 반전은 나중에 베레나의 편지가 도착함으로써 드러난다. 베레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더 늦기 전에 지난 여행에서 벌어졌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쓴 내용에는 한스와 베레나가 2016년 베를린에서 일어났던 참혹한 살해 현장의 피해자라는 사실도 있었다. 남편 지호가 이를 알았다면?
〈흑설탕 캔디〉. 제목이 뭘 말하나 했었는데 읽다 보면 나온다. 캔디는 흑설탕으로 만든 각설탕. 그러니 달콤한 얘기일까? 애틋하고 아련한 추억이란 이런 것. 이런 추억 하나쯤 있지 않을까 보다 이런 추억이 우리네 삶을 얼마나 슬프게 카지노 게임 추천지. 아버지가 프랑스 주재원으로 떠나는 가족엔 할머니가 끼어있다. 가고 싶지 않았는데 갈 수밖에 없는. 애들을 봐야 하니. 늙은 할머니가 낯선 땅에서 얼마나 잘 적응을 할까? 그러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어느 날 읽게 된 할머니 일기장을 통해 할머니의 추억을 알게 된다. 할머니가 기록한 브뤼니에란 할아버지와의 짧은 만남. 그건 피아노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그걸 매개로 두 늙은이가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할아버지가 각설탕으로 탑 쌓기 놀이에 집중할 때 할머니 눈에는"늙은 남자의 정수리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어른거리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삶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차오르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p.199).
〈폭설〉. 부부가 살다 이혼을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들에겐 열한 살 된 딸이 있다. 그녀를 누가 키울 것인가? 카지노 게임 추천에선 엄마가 바람난 경우이다. 미국 남자 캐빈에 빠져 이혼을 하는데, 딸은 엄마를 선택하지 않는다. 불쌍한 아버지를 선택해 그의 곁에 남는다. 이혼한 후 미국에서 캐빈과 사는 엄마는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녀와 같이 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방학이 되면 엄마를 보러 오가는 딸의 심사라는 것이 마냥 즐거울까. 처음에는 방학마다 해외로 나가는 자신에 대해 좀 우쭐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던 것. 우선, 이해가 명확히 안 되는 건 엄마의 행동이다. 아빠를 버리다니. 더욱 그녀를 힘들게 하는 건 엄마는 엄마로서 딸을 사랑했다면 머물렀어야 했는데, 엄마는 결코 자기 삶을 더 자기 보다 더 사랑했을 거란 생각. 그녀는"카지노 게임 추천가 사라지고 난 이후 그녀에게 새긴 커다란 구멍처럼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도 메워지지 않는 구명이 생겼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p. 125).엄마가 딸인 자기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했다는 걸 확인카지노 게임 추천 딸의 마음이란.
재개발을 바라고 이사 온 달동네에서 고양이 집사인 아저씨가 죽은 고양이 옆에서 폭행을 당카지노 게임 추천 작은 소동과 관련된 〈고요한 사건〉. 이걸 아버지가 해결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방관자였으며 자신 또한 내가"앞으로 나는 평생 이렇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밖을 기웃거리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p.104) 하며끝낸다. 〈아주 잠깐 동안에〉 내용은 임신한 아내와 행복한 삶을 꿈꾸는 주인공이 리어카에 세탁기를 싣고 힘들게 옮기는 노인을 도와주는데,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만 서두르다 노인이 세탁기에 깔린다. 아내가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기 때문에 벌어진 일. 마음에 진 부채 때문에 노인의 집을 다시 찾지만 노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비록, 노인이 지병 때문에 그런 거라도 불편해진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전업주부인 내가 살던 근처 동네에 맘에 두던 집이 있었는데, 이 집이 부서지는 걸 보고 살아온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이고, 〈아카시아 수, 첫 입맞춤〉은 어린 시절 때 아카시아 숲 어딘가 그곳에서 이뤄졌던 첫 키스에 대한 아련함을 담았다.
그럼 이 단편집의 공통분모는 뭐였을까? 아주 섬세하다는. 사람들이 느낄 감정을 세세하게 풀어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뭔가 느껴지는 아쉬움이란. 이런 부족함이 《눈부신 안부, 2023》에서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지만. 이걸 부족함이라 표현하기도 그렇고.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런 사람이고 그런 카지노 게임 추천을 쓰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해서 쓸 수 있는 말은. 단편집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그녀의 반영인 것 같다는 것. 자기 주변에 벌어지는 삶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않는. 일면 개인주의적이며 어느 정도 카지노 게임 추천가 안락환경에서 자라온 것은 아닌가 하는. 외국에서 살아오고 세련되고 중산층으로써 의식을 진하게 드러내는. 쉽게 표현하면, 카지노 게임 추천가 드러내는 주인공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내지 살아갈 모습은 아니라는 것인데. 이를 넘건 넘지 않건 선택하는 건 역시나 독자가 될 것이다. 선택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아니라 독자가 한다는.
아, 진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