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가 아닌 낭만으로
어디 심판이 대회에서 선수들이랑 시시덕대고잡담이나 하고 앉아있어?
어느 전국 승단대회에서 내가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난데없는 불호령에 순간 그곳엔 정적이 흘렀다.고함의 주인공은 멀끔하게 정장을 세트로 갖춰 입고 엄격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날 현장 무료 카지노 게임 총책임자이거나 그에 준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날 그는 어떤 중요성을 지켜내기 위해 공적인 장소에서 큰소리를 칠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합당한 처사였을까?
경기 심판은 무엇보다 공정성이 중요한 자리다. 게다가 1인당 7만 원이라는 제법 비싼 응시료를 내고 임하는 승단 시험의 심판이니 특히 더 처신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일 테다. 경기 참가자 중 누군가와 평소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그날만큼은 심판이라는 역할에 충실했어야 하는 게 올바른 처사였으리라. 잡담을 하느라 경기 심판 역할에 소홀해질 수도 있고, 혹은 친분이 있는 참가자에게 특혜를 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자신이 심판을 보는 때가 아닌 휴식시간이었다고 해도 주변인들의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잡담 자체도 지양하는 게 맞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시 그렇게 언성을 높여 모두의 앞에서 특정인을 모욕하거나 무안을 주는 행위가 과연 품격 있는 행위였을지 지금도 의문이다. 심판은 공정해야 할 자리지 권위를 가지고서 남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부터 심판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현재 심판과옛 무료 카지노 게임 차이는 낭만과 풍류의 유무다. 지금의 심판은 엄중함과 심판에 대한 복종을 강요한다. 심지어 체육인 헌장에도 무료 카지노 게임 말에는 복종하라고 나와있지 않은가.중앙협회 주관 대회에 나가보면 심판이 근엄하게 앉아서'관중, 다음!', '다음!' 하면서 엄정하고신속하게 경기를 진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카리스마를 내며 현장을 총 지휘하는 영화감독, 혹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선수가 짝다리를 짚고 있으면 자세 똑바로 하라고 뒤에서 지적도 한다. 흰색 복장이 규정인데 조금이라도 노란끼가 돌아서 흰색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경우 참가 자격을 현장에서 박탈하기도 한다. 자신의 개입으로 인해 선수가 사대에서 정신 집중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나, 그 사람이 대회 참가를 위해서 얼마나 먼 곳에서, 얼마나 일찍부터 일어나 왔을지는 관심 밖이다. 규정을 보다 보니 사람은 보지 못한다.
나는 처음 활을 배우고 대회를 경험했을 때, 접한 것이 그러했기에 원래 활터의 심판이란 그런 존재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활터의 현장에서 과녁의 명중 여부를 살피고, 공정성을 기하는 일을 논함에 있어서 심판이 무슨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얻은 것처럼 행동했던 것은 그리 역사가 길지가 않다. 과거, 그러니까 해방 이전까지만 가더라도활터에는 상석에 떡 하니 앉아서 사대에 선 선수들을 내려다보며 근엄하게 '다음!', '다음!' 하고 발시를 지시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 시절엔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는 완장 가득한 느낌보다는 '획창한량'이라고 해서 과녁을 맞힌 여부를 알려주는 사람과, 그것을 받아 기록을 정리하는 '획관한량'이 존재했다. 과녁 근처에서 화살이 맞는지의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여 획창과 획관에게 신호를 보내는 사람도 존재했다. '장족한량'과 '거기한량'이 그것이다. 장족한량은 예전에 과녁에 화살이 박히던 시절 박힌 화살을 빼는 역할을 했고, 거기한량은 과녁을 명중했을 때 깃발을 흔들어 획창과 획관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과녁 명중을 알리는 깃발이 들리면 획창 한량은 "김 아무개 벼어언~" 하고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힘찬 호명을 한다. 획창 기생이 붙는 큰 대회였을 경우 획창 한량의 선창에 이어서 "김 아무개 접장 관중이요~" 하는 식의 지화자가 뒤따르기도 했다. 과녁을 맞힌 사람은 물론이요, 아직 쏘지 않고 차례를 기다리는 설자리(사대) 위의 모든 궁사들은 그 힘찬 기운을 고스란히 전해받는다. 이 과정에는 그 누구도 누구 위에 군림하거나 누구를 찍어내려 누르지 않는다. 권위 대신 풍류와 낭만이 가득하다. 물론경기 결과에도 편파판정 같은 불공정함이자행되는 것도 아니다. 즐거움은 승자와구경꾼 모두의 몫이다.
어쩌다 활터의 무료 카지노 게임이 그렇게 냉혹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까?이에 대해 일제 강점기의 영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당시 총독부 산하에서 스포츠 단체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 일본식 스포츠 관리 문화(단증 제도, 사범 제도 등)가 들어와 권위적인 문화가 유입되었다. 현재의 대한체육회나 그 산하의 대한궁도협회 등의 스포츠 단체들의 체제는 당시 그런 맥락 속에서 이어져왔다. 어렵게 무료 카지노 게임이나 단증, 사범 등의 자격을 얻은 사람들은 보상심리 때문에라도 두 어깨에 권위의 뽕이 한가득 들어 차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테다.
그것이 흐르고 흘러 하나의 당연한 관행이 되고, 이제는 그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행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따른다. 필자도 처음엔 활터에서는 심판의 힘이 굉장하다는 것을당연한 것인 줄로만 알았듯이 말이다. 우리 활은 그 형태가 곡선미가 잘 살아있고 탄력이 뛰어나다. 그것을 사용하는 궁사들의가슴속에도 그런 유려한 곡선미와 탄력이 무의식 중에라도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본다면 필자의 지나친 억측일까?유연한 가슴은 유연한 언행을 자아낸다. 우리의 활터의 풍경이 그렇게 엄숙하고 딱딱한 관료주의, 제국주의적 분위기로 남아서는 것에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이쯤에서 '습사무언(사대에서는 대화하지 않고 조용히 활쏘기에만 집중무료 카지노 게임 도리)'을 들면서 그러한 엄중함의 근거로 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습사무언이 존재무료 카지노 게임 이유는 각자의 내면을 바라보는 활쏘기, 타인이나 환경 탓을 무료 카지노 게임 것이 아닌 자신의 안에서 그 이유를 찾아가는 반구저기에 집중하자는 취지일 뿐이다. 습사무언이 예의라고해서 공공연하게 윽박을 지르고 무안을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활터에서 소위 '짬'이 차다 보면 누구나 그런 '지적 욕구'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러한 원칙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것을 도그마처럼 신봉하다 보면 자칫 규칙을 보느라 사람을 보지 못무료 카지노 게임 경우가 왕왕 생긴다. 필자가 졸작을 매주 연재무료 카지노 게임 이유도, 예의를 잘 몰라서 생기는 실수를 줄이자는 차원도 있겠지만,예의 운운하면서 남 위에 군림무료 카지노 게임 오만을 부리지 말자는 메시지도 동시에 드러내기 위함이다.
언제나 답은 우리 활 안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 활터에서 필요한 태도는 부드러운 강직함이다. 부드러운 활의 곡선을 언제나 떠올리자. 그 유연함에서 강한 탄성이 나온다. 부드럽게 휠 줄 알아야 더 보낼 수 있다.
1. 체육인 헌장, 대한궁도협회 홈페이지
2. 정진명,『한국의 활쏘기』, 학민사, 2018
3. 정진명,『이야기 활 풍속사』, 학민사, 2000
4. 정태화, "[대한민국 스포츠 100년](59)끝내 피하지 못한 조선체육회 해산(중)스포츠 통제로 조선체육회를 옥죄기 시작한 총독부", 2021.1.21,https://www.maniareport.com/view.php?ud=20210121095917737918e70538d2_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