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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an 09. 2025

힘들면 그냥 카지노 게임 버려?

충동적 카지노 게임에 대하여

미국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의 일이다. 뉴욕 물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상사는 늘 실적압박에 나를 힘들게 했다. 시간이 흘러 인턴을 어느덧 수료할 수 있는 최소기간을 넘기자마자 ‘에라이 모르겠다’ 하며 카지노 게임를 했다. 충동적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리고는 여행을 갔다가 귀국했다. 당시를 회상해 보면 상사와의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외로움, 여행을 가고자 하는 마음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어쨌든 '충동적'으로 당일에 내린 결정이었다. 여행은 물론 재밌다. 준비가 되든 안되든 여행은 여행대로 재밌다.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거 먹고, 좋은 데서 자고 하는데 안 재밌을 리가 있나. 돈을 쓰는 행위는 모든 게 다 재밌다.


인천공항은 인천공항만의 기운이 있다. 그 공기가 모든 걸 말해준다. 귀국날 어김없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스산한 공기는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 한국에 왔으니 지금 당장 너의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해, 무언가 준비해야 해"


근데 난 충동적으로 이미 직장을 그만뒀는데? 조금 더 인턴생활을 하며 충분히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 월급을 받으면서 차근히 귀국후 내 미래를 고민하고, 방향성을 가졌다면 그때 인천공항에 도착한 내 마음은 이렇게 조급하지 않았겠지. 이 모든 원인은 다 '충동적인 카지노 게임'이 부른 참사였다. 그 후에 물론 원했던 목표를 이뤄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며 지금은 어쨌든 또 다르게 성장한 내 모습이 있지만, 그 충동적인 카지노 게임 때문에 조급하게, 조금 더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그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근데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 한국에서 첫 취업한 회사에서는 1년간 다니다 또 카지노 게임를 하게 된다. 이보다 더 나은 조건의 회사를 갈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면접에 금방 붙었기 때문에 다시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아직 어리기에 더 높은 꿈을 향해 가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과 희망 속에 그렇게 충동적인 카지노 게임를 했다. 사실 그 시점 아무것도 불만인 게 없었다.하고 싶은 일을 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원만했고, 회사의 성장측면에서 봤을 때도 모든 게 양호했다.

그리고 난 1년 반동안 인생의 암흑기를 겪게 된다. 인생이 마치 한 권의 책이라면, 그 일 년 반의 페이지를 도려내고 싶은 그런 암흑기. 다 충동적인 카지노 게임이 불러온 대참사였다.


자, 근데 군대를 갔다 온 한국 청년들은 모두 다 공감할것이다. 말년 병장 때는 할 일이 없다. 그냥 없다. 밥 먹을 때만 나타난다. 눈에 띄지 않게 있으면 건드리는 사람 아무도 없다. 온전히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때 나는 학업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할 수 있었고, 전역 후 곧장 실행에 옮겨 계획했던

To-do-list를 모두 이룰 수 있었다. 앞선 예시와는 또 다른 예시다. 확연하게 결과에서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은 충동적인 결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늘 생각하고, Plan B는 없나 조사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면접불합격이나, 통제가능한 모든 영역에서의대안을 생각했기에 이룬 거였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데도 그 뒤에 두 번이나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난 경각심이 없었다. 어떤 카지노 게임이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나, 그 카지노 게임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투명한 대내외 경제상황과 붉어지는 사회문제 속 한 치 앞도 모르는 이 현대사회에서 대안 없는 카지노 게임은 그리 좋은 카지노 게임지가 아니다. 내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이라던가, 직장생활, 결혼, 가족, 내 생계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나오는 의사결정에는 어떻게든 대안이 있어야 한다. 어떤 대안? 돈이 나올 대안.


예를 들어보자. 직장인 A가 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 직장상사가 본인을 너무 괴롭히고, 주변에서도 모두 본인을 왕따 시키는 것만 같다. 하루하루 출퇴근을 하는 게 지옥 같고 이렇게 돈을 버는 게 과연 맞나 싶은 순간이 든다. 믿는 구석은 이 힘들게 들어온 직장밖에 없다. 자, 이 상황일 때 본인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다수는 버틴다를 카지노 게임할 것이다. 왜냐? 이 또한 언젠가 지나가기 때문에. 그보다 '버틴다'를 카지노 게임할 수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다른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충동적으로 그만뒀다가는 이 추운 겨울날 폐지 주워야 한다. 본인이 힘든 상황이라고 무턱대고 그만두면 딱 2주는 행복하다. 매일 아침 일찍 안 일어나도 되고, 어디 쉬러 멀리 여행 갔다 오고얼마나 좋은가. 근데 딱 그 기분 2주간다. 조금 정신 일찍 차린 사람들은 그 여행 중에도 생각날 수도 있다. 지금 진짜 큰일 났다는 걸. 그래서 마음 한편이 불편해서 그 여행도 제대로 못한다. 여행도 결국 '돌아갈 곳이 있는 상황' 이어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것.

자, 이제 직장인 A는 이를 갈아야 한다. 직장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본인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걸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당장 가시적인 성과도 안 나겠지만 꾸준히 한다면 그 어떤 분야든 하루에 밥 한 끼 사 먹을 돈은 생긴다. 어떻게든.

그걸 키워나가면 직장 다니는 것과 별개로 부수입이 생겨서 좋겠다고? 중요한 건 부수입이 아니다. 사람 자체가 달라진다. 본인만의 어떤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를 포함한 총체적인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는 본인 스스로를 바꿔놓는다. 말투에서나, 표정에서나, 행동에서나 그게 회사에서도 드러난다. 조급하지 않으니 퍼포먼스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밖에 없고, 그 여유를 보고 더 이상 본인을 괴롭히고 왕따 시켰던 이들은 본인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긍정적인 결말의 시작은 뭐였나. 무턱대고 카지노 게임하지 않은 '충동적 카지노 게임'을 피한 덕분이다.


주식도 똑같다. 한순간에 자산이 급격히 튀는 레버리지 상품, 2X, 3X ETF들 많다. 뭐 예를 들어 나스닥을 추종하는 ETF 'QQQ'가 1배 오르면 3배가 오르는

'TQQQ'라던가, 테슬라가 1배 오르면 2배가 오르는

‘TSLL’이라던가. 본인이 강력한 믿음이 있다면 전재산을 넣지, 왜 사람들이 테슬라가 오를 걸 알면서도, 앞으로 나스닥이 계속 우상향 할 걸 알면서도 전 재산을 넣지 않고, 'SCHD' 같은 안정성 있는 월배당주를 함께 사고, 채권을 사고, 금 ETF를 같이 사는 걸까.

골프가 취미인데 왜 매주 라운딩가지 않고, 아무리 좋아해도 한 달에 한두 번 날을 정해서 가는 걸까. 왜 월급을 받으면 쓰는 만큼만 남겨두고 다 저축을 하는 걸까. 음식점이 장사가 잘된다고 가맹점을 늘리며 한순간에 사업을 확장시키지 않고 왜 내실을 다지고 한참 뒤에야 2호점을 오픈하는 걸까. 그렇게 잘 나가고 돈 많은 대기업도 왜 신규사업확장에는 깊이 고심하는 걸까. 다 결국 '대안'을 아직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주 라운딩을 갔을 때 지출을 상쇄할만한 돈이 없고, 저축을 하지 않으면 당장 6개월 뒤 쓸 돈이 없고, 현시점에만 잠깐 장사가 잘되는 걸지 모른다는 음식점 사장님의 걱정, 신규사업이 망했을 때의 대기업 임원들의 영업이익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차기대안. 그 대안이 다 없기 때문에 큰 변화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어떻게 내 또 다른 플랜 B, 대안을 관리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가 결국 이 자본주의에서 키를 쥐지 않을까. 충동적인 사람들은 늘 급작스러운 결과를 맞는다. 그 결과는 대개 아주 높은 확률로 부정적일 확률이 높다. 그 카지노 게임 자체도 깊이 생각을 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결과에도 깊이가 없음은 당연지사다.

결국 내가 한 카지노 게임들이 내 앞으로의 인생 아니, 당장 내일 어떻게 나에게 돌아올까를 생각하면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금 2025년 대한민국은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일수록 모든 방향에서 적극적이기보다 더깊이 공부하고, 조사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그렇게 변해간다. 그게 곧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직장생활이 카지노 게임어 친구에게 하소연을한다고 치자. 내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주변에서는 분명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야, 힘들면 그냥 카지노 게임 버려, 인생 길잖아"

"그렇게 힘든데 네가 왜 계속하고 있는 거야?"

"카지노 게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아는가? 본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카지노 게임을 하든 본인 지갑사정에는 변함이 없고, 자산이 줄어들지 않고, 인생에 마이너스될 요소가 아무것도 없거든. 못된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그냥 한마디로 뇌에 필터 없이 바로 뱉는 거다. 내 일 아니니까.

갑자기 고등학교 자퇴하고, 대학교 휴학하고, 회사에서 휴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가? 당장은 그런 사람을 보면서 본인은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충동적인 카지노 게임을 한 것이 본인이 아니니까.

오늘부터는 부러워해라. 각자의 대안들이 지금 상황을뛰어넘는다는 확신에 든 사람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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