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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y 07. 2025

개명

내 카지노 게임은 전 국민이 안다

내 카지노 게임은 전 국민이 안다. 나의 아버지는 언니 오빠들의 카지노 게임 짓기에는 신경도 쓰지 않다가 이상하게 내 카지노 게임은 한 번에 지었다. 대통령 딸처럼 살라며.


그렇게 내 카지노 게임을 지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극에 달했던 2012년에는 개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아버지는 내 카지노 게임을 호적에 올릴 때 한자도 그 사람과 똑같이 해달라고 하셨던 모양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카지노 게임을 올리는 행정 담당자가 한자를 몰라서 그랬던 건지 사전에서도 찾기 힘든 한자로 내 카지노 게임을 등록해 뒀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학교 정문에 붙어있는 반 배정표에는 내 카지노 게임이 두 개 있었다. 11반에도, 12반에도 내 카지노 게임이 적혀 있었고 내가 몇 반인지 확인하러 간 교무실에서 나와 같은 카지노 게임의 친구를 만났다. 선생님들은 이런 유명 인사가 우리 학교에 두 명이나 있다면서 웃었었다. 우리는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었지만, 그날 이후로 교련 시간에 서로 명찰을 빌려주거나, 카지노 게임이 필요한 노트 정리 같은 숙제를 빌릴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졸업 후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 친구. 과연 그 아이는 지금 개명을 했을까?


개명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돌아가신 상태였다. 언니 오빠들은 내 카지노 게임이 아버지가 지어준 유일한 카지노 게임이라며 은근히 개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살다 보니 나는 어느새 내 카지노 게임보다는 누구의 엄마라는 카지노 게임으로 불리는 날이 더 많아졌다.


어느 날은 마트에서 중학교 친구를 만났다. 멀리서부터 그 친구는 내 카지노 게임을 부르며 반갑게 다가왔지만 나는 어쩐지 그 친구의 카지노 게임이 생가기 나질 않았다.


“너 내 카지노 게임 생각 안 나지?”


내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친구가 내 카지노 게임은 평범하지만 네 카지노 게임은 절대 잊을 수가 없잖아 라며 웃어 보인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다 나차럼 네 카지노 게임은 기억할 거야. 요새 온 길거리에도 뉴스에도 네 카지노 게임 천지라 잠깐 잊고 살았다가도 금세 생각날걸.”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왠지 카지노 게임을 바꾸면 내 병도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아버지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자 거금 이십만 원을 들여 작명을 의뢰하기도 했다. 내 카지노 게임이 될지도 모르는 몇 개의 후보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골라보라고도 했다. 왠지 그 순간에는 카지노 게임을 바꾸기 싫다는 마음도 잠깐 들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또 내 카지노 게임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을 바꾸면 당장에 처한 내 운명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이 밤에 나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은 개명에 대해 또 고민하고 있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으니까 내가 마음만 먹으면 될 텐데. 이상하게도 그 마음이 또 쉽사리 결정 내리기 어려워진다. 내게는 카지노 게임 말고도 엄마, 이모, 고모, 막내 등 다양한 칭호가 있다. 그 칭호로 불리는 날들이 더 많아서 이렇게도 고민이 되는 걸까. 한동안 나는 내 카지노 게임을 보며 이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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