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작가의 특별한 자산
"원고 투고는 실패가 기본값이다."
출판사에 투고한 원고가 책으로 출간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 미만이다. 이는 출간작가의 투고 원고를 포함한 수치다. 예비작가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출간 가능성이 0.1% 수준으로 확 낮아진다. 함량 미달의 묻지마 식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포함한 수치임을 감안해도 적힌 숫자가 너무 낮다. 출간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 그럼에도 일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결심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다. 이후 가슴을 콕콕 찌르는 거절 메일을 받는다. 자타공인 강심장을 지닌 사람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 길게 이어진다. 일광욕을 즐기던 '자존감'이 급하게 짐을 챙겨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고, 눈치를 살피던 '우울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숙주를 지배하려 애쓴다. 결국 간절함이 부족한 대다수의 도전자들은 금세 배추를 센다.
한... 포기!
그럼에도 투고와 반려가 반복된다. 출판사에서는 습관처럼 투고된 원고를 살피고, 예비작가들은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대박을 향한 기대감때문이다. 예로부터 인간은 삼시세끼 주식 외에 부식으로 희망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로또 명당의 긴 대기 행렬이 이 논리를 뒷받침한다. 출판도 마찬가지다. 작가와 출판사는베스트셀러를 출간해서 부와 명예를 모두얻길 꿈꾼다.
"출판사 메일함은 연중 내내 기대감으로 배를 가득 채운다."
편집자들은 대개 한 번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원고를 살핀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와중에 짬을 내어 원고를 검토한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제목은 건너뛰는 게 당연하다. '이 작가는 기본기가 없군', ' 이 작가는 제목 센스부터 꽝이네' 등의 이유를 붙여가며 첨부파일을 열지도 않고, 휘리릭 원고를 휴지통으로 보낸다.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읽지 않은 메일을 0으로 만든 후, 커피를 한 잔 즐기러 자리를 옮긴다. 반대로 제목이 눈에 확 띄면 편집자의 검토 의지가 하늘을 향해 로켓처럼 쭉 뻗어 오른다. 화장실도 참아가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당신의 원고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 다만, 피와 땀이 섞인 귀중한 원고가 고작 커피 한 잔에 무릎을 꿇는다면 속상할 건 확실하다. 이와 같은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제목이필수다.
"투고 원고는 편집자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다."
설사 거절이라도 기억에 남으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필자는 전작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를 투고할 때, 수십 개의 반려 메일을 받았다. 수신 확인 일 분 만에 거절 메일을 받은 경우도 있었고, 따스한 정이 가득 담긴 회신을 받은 날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거절과 동시에 모든 인연이 끝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원고 없이 이루어진 두 번째 계약에 첫 투고가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담당자에게 좋은 기억을 남겼기에 고대하던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길 수 있었다.
"무명작가에게는 반려도 재산이다."
거절 메일 속에 담긴 의견을 수렴하여 원고를 개선하는 과정이 작가를 성장시키고,아픈 상처는 간절함이 되어 원고의 질을 높인다. 더 나아가 회신 메일을 보내준 출판사와는 깊은정(情)도쌓인다. 투고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에 설렘이 더해진다. 이 또한 작가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게다가 특정 출판사에 애정을 갖게 되면 투고 메일 작성 시에도 할 말이 더 많아진다. 이후 출판사의 회신에도정성이 가득담긴다.
"예비작가에게는 투고가 곧 투자다."
이렇게까지 설명했음에도 믿지 못하는 독자들이 있을 듯하여 증거 자료를 제출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먼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방사선사 원고의 독특한 점이 기억에 남았는데
전통의 지성사에서 출간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마케팅도 정말 다른 작가님들뿐만 아니라
출판사도 본받아야 할 지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하 생략.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를 투고한 후 받은 회신이다. 화요일 새벽 2시, 출판사 대표가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1년 만에 다시 투고한 무명작가를 기억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비록 출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인연의 농도를 더 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는 그가 출판하는 책들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외에도 증거 자료가 많지만 하나만 더 공개한다.
류귀복 작가님, 안녕하세요!
예전에 투고해 주신 원고 프린트해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력도 특이하신 데다 글이 유쾌하게 재밌어서 탐이 났었는데, 두 가지 이유로 놓쳤지요.
더블:엔 출간 스케줄이 너무 꽉 차서 정말 틈이 없었다는 것과, ‘에세이’ 분야는 당분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일시적인 원칙이 있었답니다.
어디서든 책이 출간될 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이하 생략.
두 번째 책을 함께 작업한 더블:엔 편집장의 회신 메일 중 일부다. 준비한 원고도 없이 시도한 투고가 출간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 첫 투고의 역할이 컸다. 관련 내용은 신간 《돈 버는브런치 글쓰기》에 모두 담겨 있다. 출간작가를 꿈꾼다면 시간을 내어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필자는 200여 번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경험하는동안극심한고통의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두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올수 있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투고의 과정이 가장 확실한 투자였던 셈이다. 이처럼 노력은 늘 기회로 이어진다. 단언컨대 무명작가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보다 좋은 공부는 없다. 미래를 함께 할 편집자의 기억 속에 당신의 이름 석자를 진하게남기고 싶다면 답은 딱 하나다.
"일단 투고해라."
일 년 후 오늘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지금뿐이다.
P.S. 투고는 독자가 지갑을 열 수 있는 원고나 기획이 준비되었을 때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찔러보기식 접근은 축구로 치면 자살골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서 상대에게 1점을 주고 시작할 이유가 없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선발전에 임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니, 자신을 잘 가꾼 후에 참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