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의 눈물
“미국이고 한국이고 간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안주도 안 시키고 밑반찬만 그렇게 퍼다가 안주하면 우린 뭐 땅 파서 장사해? 그리고, 당신 자꾸 check out 하면서 돈 그냥 빼 쓰지 마! 재료 결재해 줬으면 영수증 받아 넣어 놓고, 그래야 밸런스를 맞출 게 아니···”
“아~ 내 참··· 당신은 그렇게 정나미 떨어지게 구는 게 문제야!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지 뭘 그렇게 깐깐하게 따지고 들어?”
“여보! 정신 차려요. 미국에서 한 번 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그래? 손님들하고 앉아서 술도 마시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해? 자꾸 당신 이러면 나 더 이상 당신이랑 못 살아!”
“뭐? 못 살아? 얼음장같이 정이라곤 없이 원리 원칙만 따지는 당신이란 여자! 내가 더 못 살아! 아무리 외로워도 당신 같은 여자를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You really suck!”
“내가? 내가 왜 형편없어? 당신같이 무뚝뚝한 여자랑 사는 건 쉬운 줄 알아?”
“제발, 장사에 신경 좀 써! 우리 카지노 게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지!”
“아! 진짜 모처럼 쉬는 날, 지겨운 잔소리, 잔소리··· 씨~”
기태는 아내의 잔소리에 짜증을 내며 현관문을 부서질 듯 닫고 집을 나갔다. 남편이 닫고 나간 현관을 바라보며 설움이 폭발한 미숙은 통곡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학습지를 풀던 카지노 게임는 샤프로 학습지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한 줄 다시 왼쪽으로 한 줄 그리고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연립방정식을 풀어야 할 페이지에 시커멓게 마구 선을 긋다가 심이 툭 부러지자 샤프를 집어던지고 방 불을 껐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을 때 연준이에게 카톡이 왔다.
<하이~ 카지노 게임! 뭐 함?
<그냥 있어
<롤 팀 대전 하는데, 같이 할래?
<어디서?
<나랑 창식이는 pc방에서 만날 거고, 우주랑 태성이는 지들 집에서 합류하기로 했어! 너도 pc방으로 와!
<애들이 나 끼면 진다고 싫어하잖아!
<내가 알려준 대로만 잘하면 돼
카지노 게임는 핸드폰의 시계를 보았다. 저녁 7시였다. 겉옷을 걸친 카지노 게임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엄마가 식탁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는 조용히 엄마에게 다가가 말했다.
“맘! 나 친구 잠깐 만나고 와도 돼?”
미숙은 엉엉 울면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I can’t trust he anymore”
카지노 게임는 그 말을 듣고 차가운 눈빛이 되어 현관을 빠져나갔다.
피시방에 모인 카지노 게임와 친구들은 어두운 피시방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리그오브 레젼드(lol) 게임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참을 게임하는데, 카지노 게임의 팀이 지고 있자, 친구들의 메시지가 모니터 한 귀퉁이로 떴다.
<야! 카지노 게임 너 연준이가 게임 알려줬다며어?
<카지노 게임 ㅊㅅㄱㅂ 좀
<니 학습지 한다며? 한글부터 배워라
<ㅈㄴ ㅇㄹㅂㄹ
카지노 게임는 도통 친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늘 한국말로 대화하시는 부모님 덕에 말귀는 잘 알아들었지만, 매번 카톡이나 DM으로 대화하는 친구들의 언어는 전부 줄임말이나 초성으로 되어있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본의 아니게 영우를 놀리게 됐지만, 그 문제로 왕따를 시키거나 괴롭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몇 어울리는 친구들은 착한 애들이라서 영우를 무리에 끼워주려 하고 영어를 물어보며 영우의 기도 살려주려 했다. 하지만, 그런 연준이의 노력에도 카지노 게임는 말수가 줄고, 아이들에게 매번 묻기도 귀찮아서 대충 넘기다 보니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오늘 게임에서도 아이들의 대화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카지노 게임는 슬슬 자신이 게임에 도움이 되지 않는가 보다 싶어서 집에 들어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핸드폰 메인 화면에 ‘mom’이라고 뜨며 진동 벨이 울렸다. 카지노 게임는 한숨을 한 번 쉬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Why?”
“너 어디야? 언제 나갔어? 다 저녁에 밥도 안 먹고 어딜 간 거냐고?”
“친구 잠깐 만나러 왔어!”
“걔들은 저녁도 안 먹는다니? 그리고, 너 학습지는 이게 뭐야? 다 풀지도 않고, 이렇게 낙서만 해 놓고! 어쩌려고 그러니? 응? 일단, 빨리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해!”
카지노 게임는 또, 한참을 늘어놓는 엄마의 신세 한탄을 들어줘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자기가 밖으로 나왔는지도 모르는 엄마가 어이없고 섭섭했다. 참견하는 건 싫었지만, 관심이 없는 것은 속이 허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낙서를 해 놓은 학습지도 조금 마음에 걸렸다. 내일 선생님이 오시면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역시나, 카지노 게임의 예상대로 미숙은 눈물 콧물을 짜며 카지노 게임 때문에 살고 있는 거라고 했다. 카지노 게임가 아니었으면 한강에 열두 번이라도 더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숙이 카지노 게임에게 물었다.
"너도 이제 아기가 아니니까 이해하지? 그럼, 카지노 게임는 누구랑 살래? 당연히 엄마지?"
카지노 게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공감할 수 없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식탁 의자를 뒤로 빼고 벌떡 일어난 카지노 게임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엄마가 계속 문을 두드리다가 울면서 내 방문을 향해 신세한탄을 이어갔지만 영우의 귀엔 이어폰을 타고 마노와르의 <warriors of the world만 크게 울릴 뿐이었다.
띵동,
나는 하루 종일 수업이 밀려서 거의 영혼이 탈출한 상태로 영우의 집에 도착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부모님은 가게에 계신지 카지노 게임는 혼자 있었다.
"카지노 게임야! 지난주 교재 가져와야지?"
"아! 네~"
하나도 풀려있지 않은 교재와 앞에 몇 장은 뜯겨나간 교재를 보고 카지노 게임의 표정을 살펴본 내가 물었다.
"카지노 게임야! 무슨 일 있었어?"
그러자 영우가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자기 딴엔 그동안 애써 참았던 눈물이 터지기 시작하자 더 서럽고 속이 상했는지 펑펑 울기시작했다. 나는 얼른 일어나 화장실에서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영우가 진정되기를 기다려 주었다. 한참을 울던 카지노 게임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내게 물었다.
"선생님! 엄마 아빠가 이혼할 것 같은데, 저는 어떡하죠?"
솔직히 나는 잠깐 영우의 질문이 귀여워서 미소를 지을 뻔했다. 사춘기 소년이 부모님의 싸움에 이토록 불안하고 걱정을 하고 있다니... 순진하고 착한 영우의 순수한 마음이 예뻤달까? 암튼, 그래도 진지한 아이의 질문에 나름의 답변을 해 주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야! 어른들도 완벽하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처럼 서로 싸우기도 하고 마음에 없는 소리들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래~ 아마 화가 나셔서 한 소릴거야!"
"아뇨, 아빠가 짐을 싸서 나가셨는걸요? 제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랑 살라고 날 두고 나갔어요. 난 같이 살지 않으면 누구랑도 살지 않을 거예요. 엄마아빠는 항상 내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아요. 처음 한국에 올 때도 그랬죠. 학교 친구들도 내 생각을 물어보지 않아요. 친절하긴 하지만 난 편하게 내 생각을 말한 적이 없어요. 나는 이곳이 너무 힘들어요."
나는 이 순수한 사춘기 청소년에게 무슨 말을 해 준들 위로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가람이에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그대로 말해 주었다.
"아마 엄마 아빠가 정말 헤어진 대도 그건 영우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물론 마음은 아프고 위축은 될 수 있겠지만 부모님이 영우를 사랑하고 영우를 위해 열심히 사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거야! 영우에겐 그냥 사정상 같이 살고 떨어져 사는 모양만 변하는 것일 뿐이란 거지! 그러니까 카지노 게임는 이제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하는, 좀 더 영우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게 어떨까? 부모님들께서 잘 판단하실 수 있게 영우가 도와드린다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내 얘길 듣던 카지노 게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환하게 웃어주었다.
카지노 게임의 부모님은 그 뒤로 석 달쯤 별거를 했다가 카지노 게임가 지방에 있는 국제 대안학교로 전학을 가고 나서 다시 합치셨다.
나와 대화를 나눴던 카지노 게임가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마침 지방에 영우처럼 외국에서 살다가 온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를 알게 되었고 그 기숙사가 있는 대안학교가 지금 카지노 게임에겐 딱 맞는 곳이라는 생각에 카지노 게임가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했다. 카지노 게임의 엄마는 내게 전화를 했다. 카지노 게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카지노 게임가 스스로 자기에게 지금 필요한 걸 찾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카지노 게임는 주말이면 집에 왔고, 당분간은 나와 주말에 공부했다.
사춘기 그 복잡한 마음에 낯선 땅에서 적응하기 힘들었을 영우의 마음이 거뭇거뭇 코 밑으로 수염이 보송보송 난 녀석이 훌쩍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고등학생이 되어있을 영우가 이제는 조금 더 단단해졌을지 많이 궁금하다.
아참! 중2 여름방학 여행 내내 핸드폰만 보던 우리 아들이랑 여행 다녀와서 아들에게 사진 한 장 받았는데, 요 사진 한 장에 모든 화가 다 풀리고 모든 근심도 다 사라졌다. 요런 맛에 자식 키우는 거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