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광객 모드
그저께 코를 고는 사람 때문에 잠을 못 잤다. 나는 순례길을 오기 전 예민한 성격 때문에 잠을 못 잘 까봐 걱정을 했다. 귀마개로도 안 될 거고, 백색소음 앱을 깔고 아이팟, 유선 이어폰을 챙겼다. 다행히 몸도 피곤했고 유튜브를 듣거나 밀리의 서재 소설을 듣다 보면 스르르 잠을 잤다. 아침에 코 고는 소리에 잠을 못 잤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코를 골 수 있기 때문에 불편을 참았다. 그런데 그저께는 정말 우주 최강 코골이를 만난 것이다. 저녁을 먹고 모든 일정을 마치고 7시쯤에 침대에 눕는다. 이런저런 검색을 하고 동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다 보면 8~9시 사이 잠이 든다. 그래야 내일 새벽 6시에 떠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런데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람. 우주 대폭발 직전이다. 정말 이어폰을 뚫고 들려오는 저 소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모두 뒤척 뒤척 침대가 흔들거린다. 휴우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도 들린다. 한 사람만 빼고 답답한 마음이 떠다닌다. 그렇게 해서 나는 유시민의 최근 동영상 의료 문제, 경제 문제 의견을 다 듣고 12시쯤 잠이 들었다. 최악이다. 처음으로 일상의 리듬이 깨졌다. 누구는 여기 와서 이명도 없어지고 누구는 피부도 좋아지고 모두 건강을 되찾고 있다. 나도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목감기, 물집발만 빼고) 그런데 어제저녁 머리가 아파 타이레놀을 먹었다. 잠이 부족한 것이다. 알베르게가 아닌 호스텔이라 좀 더 쾌적하다. 다시 일상을 되찾고 9시쯤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도 두통이 좀 남아있다. 오늘은 걷지 않는 날이다. 순례자들이 부지런히 준비하는 소리를 듣다가 모두 떠나고서야 일어났다. 약을 챙겨 카페에 왔다. 라테와 토르티야를 먹으며 사람들을 구경한다. 순례자도 지나가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지나간다. 근데 지금 오전 9시이다. 카페에는 차려입은 사람들이 벌써 수다를 떨고 있다. 내가 아는 팝송도 나온다. 아, 이 분위기 너무 좋다. 시에스타가 있어서인가. 은근 스페인 사람들 부지런하다. 어, 분명 이 소리도 분명 시끄러운 소음인데 나는 한강 시를 필사하고 있다. 집중이 잘 된다. 이건 백색소음인가. ㅎㅎ
현대미술관에 왔다. 걸어서 30분 걸린다. 여기저기 구경하며 걷는데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3도이다. 한국도 꽃샘추위로 눈도 오고 우박도 내린다던데 스페인도 오늘은 춥다. 경량패딩 위에 아우터를 입어 나는 견딜만했다. 성당이 이제는 지겹다. 너무 화려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적인 감각의 건물을 보니 반갑다. 근데 레온 성당, 미술관 모두 순례자 할인이 없다. 야박하다. 가이드도 모두 영어다. 그저 내 느낌으로 볼 수밖에. yasumasa morimura 작가는 일본인으로 설치예술가이다. 영감을 받은 예술인과 자신을 재해석하는 작품 같다
돈키호테전이라는 제목이 있어 기대했다. 돈키호테 책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의 정신을 Ai weiwei 중국 작가가 재해석했다. 레고로 만든 작품, 설치 미술이 많다. 평화가 주제인 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질문들이다. 영어로 적힌 질문은 맨 마지막에는 “나는 누구인가”로 끝난다. 그 어떤 작품보다 오래 서 있었다. 문장으로도 미술이 될 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팔라시오 데 꼰데 루나 박물관은 스페인의 역사 중 카스티야 왕국과 레온 왕국에 대한 설명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강 읽고 온 스페인 역사를 다시 읽어볼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 라멘 식당이 있어 들어가니 아이러니하게 중국 사람들이 주인이다. 날이 흐려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비건 라멘, 김치 라멘을 먹고 후식으로 추로스와 핫초코도 먹었다. 저녁은 반가운 한국분과 식사. 역시 관광객은 먹는 게 행복이다.
뮤지엄 레온은 정말 괜찮았다. 박물관도 시에스타가 있다. 다른 일정을 보고 4시에 맞춰 갔다. 레온의 역사라고 하기에는 광범위한 스페인의 역사이다. 여기는 한국?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심지어 암각화, 삼국 시대 같은 금은보석도 같다. 역시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별차이 없다. 먹고 자고 일하고(걷고) 행복하고 외롭고 웃고 떠들고 마시고 똑같다. 그런데 2층으로 올라가니 유럽의 중세 시대가 펼쳐진다. 암흑의 시대라고 불리는 중세 시대의 종교는 아이러니하게 지금 산업화가 되어 성당은 관광명소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순례길까지 생겼다. 그 길 위에는 알베르게, 카페, 여권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생겼다. 안내하는 분이 또 스페인어로 말한다. 영어 할 줄 아세요 물으니 손짓으로 이리 오라고 한다. 아주 중요한 작품만 나오면 어느새 다가와 계속 나에게 알려준다. 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감탄한 표정을 짓고 사진을 찍어 번역을 한다. 정말 친절한 분이시다. 나만 보고 있나 보다. 계속 다가온다. 리액션이 좋았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