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똥냄새를 싫어하는 데에는, 똥에는 세균이 많아 가까이 지내다가는 병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이고. 쓴맛을 싫어하는 데에는 독성을 가진 물질 중에 쓴맛이 많아 위험을 회피하기 위함인 것처럼.
그렇다면 본능에 가깝게 카지노 게임(또는 유령)을 무서워하는 것도 사실은 이와 비슷한 맥락이 있지 않을까?
대낮에 나타나는 카지노 게임은 없다. 광활한 곳에 나타나는 카지노 게임도 없다. 어슴푸레한 시각 어디 폐가같은 데에 나오는 게 카지노 게임의 클리쉐 아니던가.
생각 해 보면, 카지노 게임의 형상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닮았다. 그리고 어둠은 주변을 식별하기 어려운 환경 중 하나이다. 이 둘을 결합하면, '주변을 식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나타난 사람은 위협적일 수 있기에 기피를 해야 함이 옳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 왜? 어두운 데에서 불쑥 나타나는 인간은 본능에 가깝게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가 되어 마땅했을까?
인류가 살아남은 데에는 수렵과 채집, 농사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겠지만 '약탈' 역시 꽤 훌륭한 방법이었으리라고 본다. 완력이 강한 인간이라면 낮에 대놓고 누군가를 두들겨 패서 식량을 빼앗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밤에 조용히 상대방을 처리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어둠에서 나타나는 인간을 주의하는 게 생존에 유리했을 터.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어둠에 있는 인간을 조심하는 성향'은 후대에 남겨야 할 생존과제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런 성향을 유전시키려면 몇 가지 메소드가 있다. DNA를 통해 유기체의 어떤 기능을 활성화시켜 생존본능에 기반한 빠른 반응을 유도할 수도 있고, 언어나 문화를 학습시켜 인지적 반응속도를 향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를 가정하면 '카지노 게임 이야기'는 꽤나 효과적인 문화전승 방법이 될 수 있다. 카지노 게임 이야기는 더이상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 생존확률을 높이는 굉장히 효과적인 장치인 것이다. 심지어 현대사회에서도차 어둠에서 불쑥 나타나는 인간이 위험할 확률은 옛날 못지않게 높지 않던가.
여기서 좀 더 사고를 확장 해 보자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기피하거나 터부시하는 문화적 패턴은, 그 대상이 어느 정도는 현실세계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례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의 소재도로 곧잘 등장하는 '빅브라더', '테러리스트', '사기꾼' 등은 이미 현실사회에서 그 폐해가 인식되었기에 이야기화 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인간은 영상을 생생하게 구현해 내는 기술과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기술을 발달시켰기에 구전보다 더욱 파급력 있게 세상을 자극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소재를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을까. 그 소재는 어떤식으로 이야기를 입고 있을까. 요즘 시대는 다원화된 사회가 강조되는 면이 있어서인지 과거처럼 문화를 통해 다수의 대중이 특정 대상을 터부시하는 방식은 좀 사그라진 것같다. 대신에 각 지역에, 각 계층에 드라마, 뉴스, 괴담 등등의 형태로 터부의 이야기가 퍼져나간다. 심지어 SNS도 활성화되어 소단위 그룹이 생성되기 쉽고 그들 안에서 맴도는 문화를 형성하고 공유하는 것이 더 손쉬워졌다.
개인이 되었든 집단이 되었든 생존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과거보다 훨씬 다층적으로 구성된 소집단, 과거보다 훨씬 면밀하게 극복해야 하는 다양한 (법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들. 와중에 서로 이해관계가 대치되는 집단은 내부결속을 다지고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방식들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댓글부대와 가짜뉴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건 이와 같은 인간의 생리가 작용한 결과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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